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ICE신용평가는 이날 오후 한국거래소에서 ‘2025 NICE Credit Seminar’를 열고 국내 주요 산업에 대한 신용 리스크를 진단했다. 윤재성 SF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경영환경 변화 속 소형 증권사의 리스크 요인과 신용 위험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며, 소형사들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우려했다.
대형사 중심 구조 속, 소형사 고위험 투자에 의존
정부는 2009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시작으로,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 도입, 2017년 초대형 IB 육성 등 증권사의 대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자연스럽게 대형사 중심의 시장 구조가 자리 잡았고,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소형사들은 생존을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고위험 자산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졌다.특히 소형 증권사들의 PF 포트폴리오는 브릿지론이나 중·후순위 대출처럼 위험도가 높은 형태가 많았고, 대형사에 비해 익스포저 비중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윤 연구원은 “높은 수익을 좇아 리스크가 큰 영역에 집중한 결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가장 먼저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익성 지표 줄줄이 하락…대손비용도 급증
유진, DB, LS, 부국, 다올, SK, 한양, 케이프, 리딩 등 주요 9개 소형사의 2024년 실적은 대부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리딩투자증권의 경우 총 부동산 익스포저가 자본의 60%에 달했고, 케이프와 다올 역시 50%를 넘는 수준이었다. 반면 이익성을 보여주는 ROA(총자산순이익률)는 전반적으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PF 규제 강화…소형사에 더 큰 부담
소형사들의 어려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리스크를 보다 정밀하게 반영하기 위해 NCR(순자본비율) 산정 기준과 대손충당금 기준을 전면 개편 중이다.개편안에 따르면, 브릿지론 등 고위험 대출에 대해 더 높은 위험가중치와 충당금을 설정하게 되며, 기존에 대출과 보증 간에 차등을 두던 NCR 산정 방식도 앞으로는 사업장별 리스크와 자본구조에 따라 보다 엄격하게 적용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취약하고 PF 익스포저가 높은 소형사들에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화 전략 아니면 인수합병…생존 위한 선택
이처럼 고위험 기반의 수익 구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소형사들이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선 ‘업무 특화’ 또는 ‘인수합병’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거론되고 있다.미국의 파이퍼 샌들러는 M&A 자문에 특화해 IB(투자은행) 부문에서 전체 수익의 65% 이상을 올리고 있으며, 일본의 도카이도쿄는 위탁매매와 자산관리에 집중해 지역 기반의 안정적인 생존 모델을 구축했다.
국내에서는 토스증권이 대표적 사례로 언급된다. 자기자본 규모는 소형사 수준이지만,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 시장에서 11%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모바일 기반 위탁매매에 특화된 전략과 플랫폼 경쟁력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NICE “신용등급 하방 압력 당분간 지속”
현재 유진(A/Stable), DB(A+/Stable), LS(A/Stable), 다올(A/Negative) 등은 장기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다만 윤 연구원은 “수익성 악화와 자본 확충 지연이 지속될 경우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더불어 부국, SK, 한양, 케이프, 리딩 등은 단기 등급만을 부여받은 상태로, 시장 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들 가운데 일부가 향후 인수합병 대상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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