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지난해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전년(9845억원) 보다 30.2% 줄어든 687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16.7%), 신한은행(+20.6%), 우리은행(+58.9%) 등과 비교해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다만 수수료이익은 2022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2024년 수수료이익은 9450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하지만 매매평가익이 2023년 9439억원에서 6499억원으로 줄고, 기타 부문 손실이 확대되면서 총 비이자이익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룹 내 기여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하나은행은 그룹 전체 비이자이익(1조 9259억원) 가운데 35.7%를 차지했다. 2023년에는 51.6%에 달했지만 1년 만에 15.9%포인트 감소했다. 하나금융그룹 내 10개 계열사 중 여전히 최대 기여를 하고 있지만, 수익구조 전반에 걸쳐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업통' 이호성 행장, 변화의 키를 쥐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말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하나은행 신임 행장으로 낙점했다. 상고 출신으로 영업 일선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CEO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함영주닫기
이호성 행장은 1981년 한일은행에서 시작해 1992년 하나은행으로 이직한 뒤, 중앙기업금융본부장, 강남서초영업본부장, 영남영업그룹장 등 주요 영업조직을 두루 거쳤다. 2023년부터는 하나카드 대표로 재임하며 카드 실적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바 있다.
특히 이호성 행장이 하나카드 대표시절 출범한 '트래블로그' 카드는 해외여행 수요에 기반한 체크카드로, 하나카드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수익성 개선 모두를 이끌었다. 하나카드는 이를 바탕으로 연간 실적을 초과 달성했고, 해외 체크카드 시장점유율은 2022년 25.4%에서 50%까지 치솟았다.
과제는 '수익 다변화'와 비이자이익 질적 전환'
하나은행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수익구조의 다변화다. 2024년 비이자이익 비중은 전체 영업이익 중 8% 수준에 그쳤다. 이승열닫기
금융권에서는 이호성 행장이 카드 사업에서 보여준 ‘영업 중심 사고’와 ‘디지털 마케팅 활용 역량’을 은행 전반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 행장은 취임사에서 “손님 중심의 영업문화 DNA를 회복하고, 리딩뱅크 하나를 위한 여정을 다시 시작하겠다”며 ‘현장 중심 경영’을 천명했다. 또 은행의 존재 이유를 ‘손님’에서 찾겠다며 ‘손님 First’ 문화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이 행장은 2025년 1월 취임 직후, 하나금융지주 주식 3000주를 장내 매입하며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손님기반 확대 ▲안정적 수익 기반을 위한 사업모델 혁신 ▲영업 중심의 조직문화 재정립 등 3대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함영주 평행이론'...지주 전략 이행도 관건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이호성 행장을 '함영주 회장의 평행이론' 인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현장 경험, 상고 출신, 본점 영업부 경력, 영남 지역 관리 경험 등 닮은 점이 많다. 이 때문에 함 회장이 하나은행의 체질 개선과 비이자이익 강화에 있어 이 행장을 적임자로 판단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그러나 리더십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조3564억원으로 전년(3조4766억원) 보다 3.5% 줄어들었다. 5대 시중은행 중 감소율이 가장 크다. 단기 성과뿐 아니라 장기 전략과 구조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호성 행장에게는 ‘리더십을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비이자이익 축소는 대외 변수에 따른 일회성 충격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은행 수익구조가 여전히 금리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이호성 행장이 새로운 비이자이익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하나은행의 다음 10년이 결정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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