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말에 1조원을 겨우 넘겼던 TDF 순자산은 2021년에 1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최근까지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TDF가 연금 상품의 대표주자가 되면서 연금 투자자들의 관심도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TDF가 정확하게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 펀드인지 익숙지 않은 연금 투자자들도 있을 것이고, 수많은 TDF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하는지 고민 중인 투자자도 많을 것이다. 과연 나에게 맞는 TDF 투자 방법은 무엇이고, TDF를 고를 때 주의할 점은 어떤 것일까?
첫째는 국내외 자산에 분산투자한다는 것이다. 분산투자는 비단 TDF만의 전략은 아니다. 위험을 낮추기 위해 국내외 주식과 채권, 대체 자산 등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는 TDF 외에도 많다. 그러나 두 번째와 세 번째 특징은 TDF만의 고유한 특성이다.
두 번째 특징은 TDF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펀드 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특유의 자산배분 전략에 따라 운용된다는 것이다.
TDF 상품명에는 2030, 2050 등 네 자리 숫자가 붙는데 이는 TDF의 ‘목표 시점’을 지칭하는 연도를 뜻한다. 목표 시점은 만기가 아니며, 해당 연도를 지나더라도 TDF는 계속 운용된다.
목표 시점은 TDF의 자산배분 전략의 기준이 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목표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TDF 내 위험자산 비중을 서서히 줄이고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린다.
TDF의 셋째 특징은 ‘시리즈 펀드’라는 점이다. TDF를 검색해 보면 목표 시점은 다르지만 그 외의 상품명이 같아 마치 그룹처럼 구성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각각의 TDF는 모두 하나의 자산배분 전략을 따르되 목표 시점 별로 현재 자산 비중이 다르다. TDF의 목표 시점은 통상 5년 간격으로 나뉘어 출시된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연령대가 다양한 만큼 다양한 예상 은퇴 시점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게 구성하되, 펀드 운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적당히 간격을 띄워 출시하는 것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5년 단위로 출시된 TDF 중 자신의 예상 은퇴 시점에 맞는 목표 시점 상품을 찾아 투자하면 된다.
연금 투자자가 TDF의 특성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TDF의 목표 시점을 선택했다면, 그 다음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운용사의 TDF에 투자할 지 결정해야 한다. 시장점유율이나 수익률, 위험관리 능력 등 다양한 요소가 운용사 선택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면밀하게 각 운용사의 TDF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TDF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정도는 반드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5년 이상의 장기 수익률이다. 과거 수익률이 미래 성과를 보장하진 않지만, 수익률은 펀 드 투자 시 참고해야 할 중요한 지표다. TDF는 적어도 5년 이상의 장기 수익률로 상품을 비교하는 것이 좋다.
TDF는 수년 이상의 시간 흐름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는 전략이 특징이기 때문에 장기 수익률로 따져봐야 TDF의 운용성과를 보다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이때, 다른 TDF와 수익률을 비교하려면 목표 시점이 같은 상품끼리 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장기 수익률을 비교할 때는 여러 기간별 수익률을 함께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특정 연도에만 수익률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을 경우 누적 수익률 또는 연평균 수익률이 과대 또는 과소평가될 수 있는데, 한 기간의 수익률만 점검해서는 이를 바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변동성 지표이다. TDF의 성과를 평가할 때는 수익률과 함께 변동성도 고려해야 한다.
변동성이 높다는 것은 펀드 기준가격의 변동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다. 변동성이 높으면 펀드를 장기적으로 투자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펀드 수익률이 단기간에 높아지면 수익 실현 욕구로 인해, 반대로 급락하면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펀드를 조기에 환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 시점이 같은 두 TDF가 수익률이 같을 때 어느 한 TDF의 변동성이 더 낮다면 해당 TDF의 자산배분이 더 적절히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수익률에 비해 변동성 지표는 찾는 데 약간의 노력이 필요 하다. 금융회사 홈페이지에 공시된 TDF별 투자설명서에서 운용실적을 기재한 부분을 살펴보면 연환산된 변동성 수치를 대체로 확인할 수 있다.
셋째로 TDF 자금 규모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TDF의 자산배분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펀드 자금 규모가 어느 정도 돼야 하기 때문이다. TDF는 국내외 주식과 채권, 일부 상품의 경우 부동산 등 대체자산까지 포함해 다양한 종류와 지역의 자산군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다.
여러 자산군 간의 비중을 주기적으로 조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자금 규모가 충분히 크지 않다면 다양한 자산을 펀드 내에 편입하거나 자산배분 전략을 충실히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TDF를 고를 때 자금 규모가 큰 상품 순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융사 홈페이지나 앱에서 TDF를 순자산 규모 순으로 나열하거나 자금 규모를 일정 이상 설정해 놓고 TDF를 조회하면 된다.
TDF 투자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추가적으로 참고해볼 수 있는 것은 다른 투자자들의 행태이다. 즉 다른 투자자들이 어떤 TDF를 왜 고르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다른 투자자들의 선택이 꼭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투자 의사결정에 의외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한국증권학회에서 의미있는 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 ‘우리나라 TDF의 적정 위험조정수익률 및 투자자들의 TDF 결정요인 분석’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을 보면, 시장 상승기와 하락기에 관계없이 TDF의 위험조정수익률을 잘 관리한 운용사의 시장 점유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조정수익률이란 환율 요인 등 각종 투자 위험을 잘 관리해 얻은 초과수익률로 펀드의 수익률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번 연구 결과는 현재 TDF의 운용사별 시장 점유율이 단순히 마케팅의 결과가 아닌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의 산출물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어 TDF 선택 시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윤치선 미래에셋자산운용 지식콘텐츠팀 수석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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