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진 HK이노엔의 '케이캡'이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대웅제약이 선보인 '펙수클루'가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는 모양새다.
케이캡과 펙수클루의 영향이 컸다. 두 제품은 모두 P-CAB 계열로, 기존 프로톤펌프억제제(PPI)보다 위산 억제 효과가 빠르고 지속 시간이 길다는 장점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에 침투했다.
국내에서 P-CAB을 처음 선보인 건 HK이노엔이다. 회사는 관련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해 지난 2019년 3월 30호 국산신약인 케이캡을 출시했다. 케이캡은 시장을 선점한 이후 5년간 처방액 1위를 달성하며 독주하고 있다. 지난해 케이캡의 연간 처방액은 1969억 원이다.
지난해 펙수클루의 연간 처방액은 788억 원으로, 케이캡에 이어 업계 2위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영업 전략은 코프로모션이다. 각자 다른 대형 제약사와 공동으로 약을 판매, 영업망을 극대화하고 있다. HK이노엔은 보령과, 대웅제약은 종근당과 협력 중이다.
두 회사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케이캡은 출시 첫해부터 국내에서만 연 매출 347억 원을 달성, 목표치(300억 원)를 뛰어넘었다. 이후 매출은 ▲2020년 812억 원 ▲2021년 785억 원 ▲2022년 905억 원 ▲2023년 1195억 원 ▲2024년 1688억 원 등으로, 국내 신약 중 최단 기간에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성장률이 연평균 37.2%에 이른다.
2018년 8월, 케이캡이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 타자 HK이노엔은 종근당의 손을 놓기로 했다. 대신 같은 해 12월 새 영업 파트너로 보령을 택했다.
당시 HK이노엔과 보령은 상호 코프로모션 계약을 맺으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HK이노엔은 케이캡을, 보령은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를 공동판매함으로써 사실상 각자의 판매수수료가 상쇄되는 효과를 노린 거다. HK이노엔에겐 기존보다 수익성을 대폭 개선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4월 종근당과 펙수클루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케이캡이 떠난 자리를 곧바로 꿰찼다.
케이캡을 5년 만에 연 처방액 1500억 원 이상 품목으로 성장시킨 종근당의 영업력을 펙수클루에 이식한단 계획이었다. 당시 대웅제약은 "올해 안에 펙수클루를 1위 품목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물론 1년 만에 케이캡을 제치는 건 역부족이었으나, 펙수클루의 성장속도는 무시하기 어려울 만큼 빨랐다. 실제 작년 두 제품의 처방액 성장률은 두 배 가량 차이가 난다. 케이캡이 전년(1582억 원)보다 24.5%, 펙수클루는 2023년 535억 원 대비 47.3% 성장했다.
펙스클루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케이캡을 바짝 뒤쫓고 있다. 대웅제약은 펙수클루 한국 허가 1년 만에 전세계 10개국에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한 바 있다. 국산 신약 중에선 최단기간, 최다국가 기록이다.
현재는 한국·필리핀·멕시코·에콰도르·칠레 등 5개국에 출시를 완료했으며, 품목허가 신청국은 중국·브라질·사우디아라비아 등 총 11개 국가다. 인도·아랍에미리트 등 수출계약을 맺은 14개 나라까지 모두 합하면 총 30개 국가에 진출한 상황이다.
케이캡의 경우 국내를 포함해 미국·중국·중남미 등 48개국에 기술수출 또는 완제품 형태로 진출했고, 그중 15개 국가에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대웅제약 측은 "펙수클루는 지난해 출시 3년 만에 국내와 글로벌 합산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면서 "2030년엔 국내 매출 3000억 원, 국내외 합산 1조 원이 목표"라고 했다.
한편, 글로벌 리서치 기관 BCC 리서치는 글로벌 17개국의 P-CAB 시장 규모가 2015년 610억 원에서 2030년엔 1조8760억 원으로 연평균 25.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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