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사와 KAIST 전자공학과 석·박사를 받았다. 현대전자(현재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을 거쳐 삼성전자에 입사해 메모리사업부 D램 설계팀장, D램 개발실장, 전략마케팅팀장, DS부문 미주총괄 등 요직을 거쳤다.
“기술이 곧 생존”
이처럼 최주선 사장은 경력 대부분을 기술 변화 최전선에서 보냈다. 기술통 인재인 셈이다. 삼성SDI가 그에게 기대하는 역할도 이런 부분에 있다.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배터리업계도 차세대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가격경쟁력 있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과의 생존 싸움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처음 선보였던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규격을 4가지로 다양화한 점도 눈에 띈다. 조만간 기존 각형 고객사인 독일 BMW에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인 삼성SDI가 이번에 여러 가지 규격을 공개한 것이다.
BMW 외 다양한 고객사를 끌어들이기 위한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 최주선 사장은 배터리가 전자 업계와 다른 점으로 “고객이 다변화됐다”면서도 “결국 변하지 않는 것은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각인된 ‘초격차’ DNA를 배터리에서도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오는 2027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구체적 출시 시점을 외부에 언급할 정도로 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최주선 사장은 직원들에게 “시장이 원하는 바를 면밀히 감지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기술과 품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삼성·현대차그룹 간 협업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SDI도 현대차 로봇에 탑재할 배터리를 공동개발하겠다는 MOU(양해각서)를 맺었다.
현대차·기아가 보유한 자체 로봇 조직 로보틱스랩이 새롭게 개발할 제품에도 삼성SDI 배터리 기술을 넣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 사장은 “이미 현대차와 전기차와 관련한 협업을 하고 있다”며 “그런 부분이 로봇 분야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라진 위상…. 하지만 ‘꽃길’은 허들 너머에
삼성SDI는 아직 내부 승진 CEO(최고경영자)가 없다. 삼성전자 출신 인사들이 삼성SDI로 부임하는 형태다. 주로 삼성전자에서 나온 인사가 대표를 맡다가 은퇴하는 경우가 많았다.다만 최근엔 이와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삼성SDI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으면 그룹 요직으로 옮겨갈 정도로 주요 계열사 대접을 받고 있다.
전임 CEO인 최윤닫기

최근 삼성 내외부에 위기감이 커지자 신설됐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런 말이 나올 정도 요직인데, 그 자리에 최윤호닫기

최윤호 사장 이전에 삼성SDI 대표를 맡았던 전영현닫기

최주선 사장은 최윤호 사장과 동갑인 1963년생이다. 3년 임기를 마치고 나면 전영현 부회장 지금 나이와 같아진다. 그도 전임 대표들이 걸어간 길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다만 최주선 사장은 투자와 관련한 운신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다. 지난해 전기차 캐즘으로 인해 회사 실적이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16조5922억원으로 전년대비 22.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633억원으로 76.5% 줄고, 당기순이익은 72.1% 감소한 5755억원이다.
올해 회사가 투입한 설비투자액은 지난해 6조6205억원보다 소폭 줄일 계획이다. 기존 계획된 미국 신공장 투자건으로 새 투자 계획을 세우기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기도 하다. 게다가 삼성SDI는 지난해 실적 감소 여파로 올해부터 3년간 현금 배당도 하지 않기로 발표했다. 여기에 미국 정권 교체로 인한 정책 불확실성도 커서 투자 결정이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삼성SDI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내 전기차 관련 혜택 축소와 소비자 구매력의 지속 감소 등 시장 회복 지연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삼성SDI는 지난 14일 2조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삼성SDI가 20년 만에 단행하는 유상증자다. 회사는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해외 생산능력 확대뿐만 아니라, 전고체 배터리 라인 투자를 통해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술력만은 앞서나가야 한다는 최 사장의 경영철학을 보여주는 행보라는 해석이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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