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의 변신은 무죄였지만, 김치를 몰랐던 기자는 유죄였다. 김치 종주국 국민으로서 나름 김치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했건만, 정작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김치 종류만 300여 개가 넘을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김치를 콕 집어 찾지는 않지만, 막상 밥상에 김치가 없으면 허전하다. 김치는 K푸드 그 자체이자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의 근본이다.
교과서 보듯 김치의 유래를 살펴보는 공간이 아니다. 터치스크린으로 영상을 눌러가며, 김치의 어원과 유래, 역사 등을 손쉽게 배워볼 수 있다. 300여 가지가 넘는 김치의 종류를 직접 눈으로 담아올 수도 있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인의 식탁에서 김치는 차츰 멀어져가는 추세다.
풀무원은 외국인 유동인구가 많은 인사동 한복판에 박물관을 세웠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김치를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김치를 만드는 김장 레시피도 선보인다.
풀무원 ‘뮤지엄 김치 간’의 나경인 팀장을 만나 김치와 김장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김치 박물관 초기에는 전시 관람으로 박물관에 방문한 분들이 많았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누적 방문객이 73만 명이었다. 2024년까지 약 140만 명의 내외국이 다녀갔다.
그러다 2007년 ‘외국인 김치문화체험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을 시작했다. 외국인들에게 김치는 한국 음식 중 하나일 뿐이었고, 냄새가 강한 음식이라 당시에는 관심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로 확산했고, 한국 식문화를 향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이라 생각한다. 김치 체험은 요리로 접근하는 것도 있겠지만 김치를 직접 만들고 맛보는 것으로 한국을 이해할 수도 있다. 김치를 조금 더 친숙하고 쉽게 알리는 데 김치 체험은 큰 역할을 했다.
김장 문화가 2013년 유네스코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김치가 전 세계인들의 건강한 음식, 발효음식의 대표라는 인식이 강해져 김장 체험을 이어오게 됐다.
현재까지 대략 몇 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김장 체험을 했는지.
2015년 인사동 재개관 이후 2024년까지 외국인 방문은 약 7만5000명으로 집계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근에는 직접 경험하는 여행을 선호하게 되면서 여행사를 통한 단체방문보다 외국인 개인 관광객 수요가 확대됐다. 2024년 전체 방문객 중 외국인 방문 비중이 47%(약 1만7000명)를 차지했다. 외국인 방문객 중 체험객은 35%(4600명) 수준이다.
박물관은 목적성이 있는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다. 외국인 중에 개인 여행객이 김치 체험에 관심을 갖고, 직접 인터넷으로 예약해 찾아오는 케이스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김장을 어떻게 알고 왔을 거라 생각하는지.
'뮤지엄 김치 간'은 방문객 대상으로 입장 시 기본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어떻게 박물관을 알고 왔는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등을 묻는다.
대부분 여행 사이트를 통한 방문과 소셜 채널,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하는 방문지로 소개된 것도 있고. 대표적인 식문화 공간이다 보니 김치 체험, 김치 정보에 대한 관람 목적을 갖고 방문하는 이들이 많다.
또한, K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외국인들이 찾고 있다. 드라마나 방송을 통해 본 김치 만들기나 먹거리를 보고 직접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김장 체험에서는 주로 어떤 김치가 만들어지는지.
김치 체험은 대상과 수요에 맞춰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김치를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더 자세히 알고자 하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김치를 잘 모르는 이들은 전통체험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
기호도에 따라 비건이나 할랄 등에 맞춰 수요조사를 통해 김치 체험을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통배추김치체험’을 비롯해 제철 채소를 활용한 김치 체험을 운영한다. 김치를 변형하기보다 김치의 본질을 깊이 있게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외국인에게 인지도가 높으면서도 비교적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배추김치, 깍두기, 오이소박이 등을 주제로 선정한다.
실제로 외국인들의 김치에 대한 이해도가 해마다 높아진다고 생각하는지.
기본적으로 외국인들이 김치를 대하는 태도, 정보 등 전반적인 인식이 달라졌다. 외국인들이 그 나라에서 셰프로, 전문영역에 있음에도 직접 김치를 배우러 박물관에 오기도 하고, 김치가 한국의 대표음식이자 K식문화를 선도하고 있기에 이미 관심이 많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들어서는 체험 프로그램 참여자 중에 인터넷을 보고 혼자서 김치를 만들어 본 적이 있다는 사람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김치와 김장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고 ‘발효음식’이기 때문에 건강 음식 가운데서 대표적으로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반대로, 박물관에 방문한 뒤에 자국으로 돌아가서 김치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레시피를 문의하는 관람객도 많은 편이다.
레시피를 아는 것만이 곧 김치에 대한 이해라고 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여전히 빨간색 배추김치만을 김치라고 알고 있는 외국인들이 많다. ‘뮤지엄 김치 간’에서 전시를 감상하며 한국에는 배추김치 말고도 계절별, 지역별로 다양한 종류의 김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돼 신기해하는 경우가 많다.
풀무원 뮤지엄 김치간은 정확하게 어떤 곳일까.
‘뮤지엄 김치 간’은 1986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김치 박물관으로, 1987년부터 풀무원에서 사회공헌 사업으로 운영 중이다.
한류의 중심 인사동 전통문화의 거리에 자리잡고 있으며, 전 세계인들에게 김치에 대한 전시와 체험을 통해 김치, 김장 문화의 보존과 계승 그리고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특히 김치에 대해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김치 인터렉티브 체험형 전시와 대상별 직접 체험을 다채롭게 구성해 시즌별로 다양한 김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연간 약 4만 명의 내외국인이 방문하는데, 작년에는 외국인 방문객만 47%를 차지할 정도다. 다국적 외국인들이 관심을 갖고 방문하는 글로벌 뮤지엄으로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많은 이들이 찾아오도록 김치를 체험하며 박물관의 가치를 나눌 수 있는 ‘식경험 공간’으로 만들겠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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