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지난 7일 MBK·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주주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에서 집중투표제를 제외한 안건들에 대해 효력을 정지하는 일부 인용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열릴 예정인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새 이사진에 대한 투표가 이뤄질 전망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상법 제369조 제3항은 관련 회사가 모두 상법 제4장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식회사’에 해당하여야 적용될 수 있다"고 전제하며 이번 사안의 경우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 SMC 및 호주 회사법상 Pty Ltd가 상법상 주식회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상법 제369조 제3항은 주주의 기본적 권리와 재산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규정으로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에는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MBK·영풍은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불법적인 상호주 구조 형성을 위해 강제된 SMC의 영풍 주식매매거래는 즉각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MC가 단행했던 영풍 주식 취득 전반에 대해 위법하다는 식의 주장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SMC의 영풍 주식 취득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법원의 판단 대상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며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법조계에서는 되려 SMC가 주식회사로 인정받았다면 상호주를 통한 의결권 제한이 적법하게 판단될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사례 뿐만 아니라 향후 여러 경영권 분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SMC는 모회사 고려아연이 적대적 M&A에 직면하면서 회사에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우려해 영풍 주식을 취득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SMC 스스로의 기업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최근 MBK가 10년 전 인수한 기업 홈플러스에 대한 기습적 기업회생절차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SMC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수천억대 적자에 시달리는 영풍과 투자 기업 경영·관리에 실패한 MBK의 적대적 M&A를 막을 충분한 명분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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