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은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MBK·영풍이 요구한 임시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이번 임시주총은 MBK·영풍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관측됐다. 의결권 기준 지분 46.7%를 확보한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불리한 상황을 뒤집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꺼내들었지만, 지난 21일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MBK·영풍 측 인사가 고려아연 이사회에 얼마나 들어갈 지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최 회장은 또 다른 카드를 꺼내들었다. 법원 판단이 나온 하루 뒤인 22일 보유하고 있던 영풍 지분 10.3%를 고려아연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매각한 것이다.
'영풍→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C→영풍' 순환출자 연결고리를 만들어 영풍의 의결권을 무력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법에 따르면 계열사간 상호보유 주식이 10%를 넘으면 해당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실제 임시주총 의장 역할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도 "새롭게 적용된 의결권 규정에 맞춰 임시주총을 진행하겠다"며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에 대해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MBK·영풍 법률 대리인은 "반드시 법적 판단이 있을 것이고 경영진들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지배구조 왜곡이라는 상호주 출자제한 규제의 법적 취지와 달리, 이번 경우엔 "최윤범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MBK·영풍 측은 이번 임시주총 무효 소송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법정으로 향하게 됐다.
이날 임시주총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초 오전 9시 예정된 개회가 6시간이 지난 오후 3시경 선언된 것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양측(고려아연, 영풍·MBK)에서 주주 위임장을 중복 제출한 경우가 많이 발견돼 이를 명확히 확인하느라 지연됐다"며 "30분 뒤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약속한 시간이 지나자 일부 주주들은 "혹시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특히 최윤범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던 현대차그룹이 이번 주총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 같은 의혹이 증폭됐다. 현대차그룹은 고려아연 주식 약 5%를 들고 있는 주요 주주다. 영풍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았더라면 MBK·영풍이 쉽게 이사회를 장악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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