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이날부터 10일까지 이틀 간 경기도 용인 신한은행 블루캠퍼스에서 ‘2025년 신한경영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에는 전 그룹사 본부장급 이상 임원 총 249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올해 경영포럼에서는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한 리더십’을 주제로 금융인의 의무와 책임, 내부통제 등까지 폭넓게 논의한다.
‘업의 윤리’를 놓고 독서 토론도 진행될 예정이다. 진 회장은 지난해 11월 로마 철학자인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의무론ㅍ과 미국 컨설팅 기업 네이발렌트 설립자인 론 카루치의 ‘정직한 조직’을 포럼 주제 도서로 선정하고 CEO들에게 책을 선물한 바 있다.
정직한 조직은 유해 물질 방류 사건으로 8900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급한 미국 화학회사 듀폰과 수천 건의 사기성 고객 계좌 개설로 2500억원의 과징금을 낸 미국 은행 웰스파고 등을 사례로 들어 정직한 조직을 만드는 조건과 리더가 실행해야 할 원칙을 소개한다.
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의무를 다하는 데에 인생의 모든 훌륭함이, 의무에 소홀한 데에서 인생의 모든 추함이 있다’는 의무론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금융인의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각자의 후마니타스가 원활하게 발현되는 코뮤니타스(Communitas·공동체성)을 통해 그룹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진 회장의 지론이다.
진 회장이 이번 경영포럼에서 임직원 윤리 의식과 윤리적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운 건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에서 발생한 파생상품 거래 손실과 같은 대규모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직 문화 차원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신한투자증권에서는 지난해 8월 2일부터 10월 10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자(LP) 업무 부서에서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매매를 하다가 1357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 해당 부서가 손실을 감추기 위해 허위 스와프 거래를 등록한 사실도 적발됐다.
앞서 신한금융은 지난 2021년~2022년에도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 징계를 받는 등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진 회장은 2023년 3월 취임 후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실추된 고객 신뢰 회복, 내부통제 강화, 소비자 보호 전략 등을 중점 과제로 내세우고 지속 가능 경영으로 ‘선한 영향력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중장기 지향점으로 설정했다. 임직원들에게도 사회적 책임과 고객 신뢰 회복을 주문해왔다.
진 회장이 기존의 재무 성과 등 외형 성장 중심에서 정도 경영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면서 신한금융의 경영포럼 성격도 전임 회장 때와는 사뭇 달라졌다.
조용병닫기조용병기사 모아보기 전 회장 시절이던 2018년~2022년 신한금융의 경영포럼에서는 ‘창조’와 ‘선도’, ‘회복 탄력성’, ‘돌파’ 등이 키워드로 제시됐다.
조 전 회장이 굵직한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성장, 리딩뱅크 탈환, 종합 포트폴리오 완성 등을 추진하면서 창의성과 주도성, 실행력 중심의 리더십을 주문했다면 진 회장은 정도 경영을 위한 업의 윤리를 강조하고 있다.
두 CEO 모두 '일류(一流) 신한‘이라는 전략 목표를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방향은 조 전 회장 시절엔 변화와 혁신에, 진 회장 취임 후엔 고객 신뢰와 내부통제에 무게가 실렸다.
진 회장은 지난해 ‘스캔들 제로(Zero)’와 임직원의 업의 윤리를 강조하면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그룹 최우선 전략과제로 추진했다. 여전히 그룹 내 내부통제 시스템 부실이 발견되면서 올해는 핵심 전략 방향으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확립을 제시했다.
진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내부통제에 역점을 두고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지만, 고객과 사회의 눈높이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올해는 내부통제를 그룹 핵심 경쟁력으로 확고히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실질적인 내부통제 체계가 구동될 수 있도록 관리 감독, 평가, 모니터링 전반을 살피고 임직원 윤리의식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 소비자보호부문에 속해있던 준법지원파트를 분리시켜 회장 직속 기구로 편제하고 준법감시인의 소비자보호부문장 겸임 체제를 해제했다. 준법감시인은 준법감시 업무에, 소비자보호부문장도 소비자보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해 내부통제 조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책무구조도 작성에 앞장서는 등 내부통제 모범 사례로 꼽히던 와중에 증권에서 사고가 일어나면서 내부적으로 충격이 더 했을 것”이라며 “진 회장이 지주 회장 취임 전에도 임직원 윤리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사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올해는 윤리준법 문화를 보다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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