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올해 5조원대 순이익으로 지난해에 이어 4대 금융그룹 선두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한금융그룹은 3년 만에 1위 탈환을 위해 고삐를 죌 전망이다. ▶ 관련기사 3면
KB, 올해 5조 돌파 후 내년 7% 성장 예상…신한, 2년 연속 뺏긴 선두 노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연간 지배주주 당기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총 16조69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순이익(14조9279억원) 대비 11.8% 늘어난 수치다. 4대 금융은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5% 증가한 14조2654억원을 올렸다. 대출자산 성장으로 이자이익의 견조한 증가세가 이어졌고 비이자이익도 늘면서 호실적을 이끌었다.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3조9856억원으로 KB금융과 4100억원가량 격차가 벌어졌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각각 3조2254억원, 2조6591억원 수준이었다.
KB금융은 2022년 신한금융에 뺏겼던 리딩금융 자리를 지난해 탈환한 바 있다. 올해 연간으로도 리딩금융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KB금융의 올해 순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9.9% 늘어난 5조916억원으로, 업계 첫 ‘5조 클럽’ 달성이 예상되고 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8.7% 증가한 4조748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금융지주 1위 자리를 두고 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내년 연간 순이익은 각각 5조4516억원, 5조335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7.1%, 6% 수준이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3.2%, 3% 늘어난 3조9408억원, 3조1276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금융지주 실적 개선을 이끌어 온 이자이익의 증가세가 내년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하락으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각사의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의지 등으로 대출자산 성장도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은행 NIM과 대출성장률 모두 개선되기 어려운환경으로 여건상 순이자이익 개선은 쉽지 않다”면서 “금융지주의 중장기 실적은 비이자이익과 대손충당금 개선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올해 대규모로 적립한 충당부채 기저효과와 비은행 부문 성장을 바탕으로 내년 이익 개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KB금융은 올 1분기 H지수 ELS 손실 보상 충당부채로 6340억원을 전입했고 이 중 880억원이 2분기 환입됐다.
비은행 부문 호조도 이어질 전망이다. 증권, 손해보험, 카드 등 KB금융 주요 비은행 계열사는 실적 개선을 통해 그룹 실적 기여도를 높이고 있다. 비은행 계열사 실적 성장으로 그룹 전체 실적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3분기 누적 37%에서 올 3분기 누적 44%로 확대됐다.
김재관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 10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금리 인하에 따른 비이자 수익 증대, 올해 H지수 ELS 충당부채 기저효과,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은 부분들이 앞으로 지속적인 당기순이익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B금융은 최근 신임 국민은행장 후보로 지주와 은행, 비은행을 두루 거친 이환주닫기이환주기사 모아보기 KB라이프생명 대표를 낙점하면서 본격적인 계열사 시너지 강화 포석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그룹의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은행과 비은행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금리 인하 기조로의 전환으로 이익 증가율 둔화가 예상되지만 대손 부담 경감과 비은행 실적 개선으로 고수익성 유지가 가능할 전망으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0%에 근접한 ROE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B금융을 앞서야 하는 신한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제고와 글로벌 사업 확대 등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달 홍콩에서 열린 IR 행사에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글로벌과 비은행을 제시했다.
신한금융은 당장 비은행 부문 실적 회복이 주요 과제로 놓여 있다. 신한금융의 3분기 누적 비은행 계열사 합산 순이익은 1조2842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1% 줄었다.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비중은 29.23%로 7.5%포인트 하락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순이익이 크게 뒷걸음질 치면서 비은행 실적을 끌어내렸다. 해외주식 위탁매매수수료 및 금융상품 수수료이익 증가에도 3분기 파생상품 거래 손실 영향이 반영된 탓이다.
진 회장은 최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핵심 비은행 계열사인 신한카드와 파생상품 손실 사고가 발생한 신한투자증권의 수장을 교체하며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신한금융은 선전하고 있는 글로벌 부문의 성장 전략도 이어간다. 진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당시부터 글로벌 부문에 힘을 싣고 있다. 2030년까지 글로벌 손익 비중 3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신한금융의 글로벌 손익은 2021년 3949억원, 2022년 5646억원, 2023년 5495억원, 올해 3분기 누적 5784억원으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손익이 그룹 전체 손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8%, 12.1%, 12.9%, 14.5%로 상승했다. 현지화 전략을 기반으로 한 영업수익 확대와 전략적 비용 관리에 힘입어 올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손익을 초과 달성했다.
진 회장은 “신흥 시장과 선진국 시장 각각에 맞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함께 신한이 갖고 있는 우수한 뱅킹 IT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면서 “치밀한 전략과 내실 있는 준비로 글로벌 시장을 계속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우리금융도 비은행 수익 확대 부심…계열사 시너지 VS M&A 전략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수익성 제고의 핵심 전략으로 추진한다.하나금융의 올 3분기 누적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비중은 17.28%로 전년 동기 대비 4.5%포인트 상승했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증가 폭은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나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2조7808억원)이 1년 전과 비교해 0.5% 증가한 반면 비은행 계열사 합산 순이익(5810억원)은 같은 기간 42.8% 늘었다.
하나금융은 은행에 치우친 수익 구조 개선을 이어가기 위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보험과 카드 부문의 추가 인수합병(M&A) 필요성이 대두된다.
다만 하나금융은 M&A를 통한 비유기적 성장에 앞서 우선 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통해 비은행 부문 성장을 위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M&A보다는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함영주닫기함영주기사 모아보기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달 홍콩에서 IR 행사에서 “비은행 부문에 관심이 있는 것은 맞지만 단순히 외형 성장이나 규모를 키우기 위한 M&A는 맞지 않다”며 “지금은 그룹 내부적으로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해 충전하는 축적의 시간이고 나중에 좋은 기회가 오면 당연히 관심을 갖고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비은행 계열사 M&A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비은행 기여도가 한 자릿수대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금융의 3분기 누적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비중은 5.07%로 전년 동기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8월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고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킨 데 이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중국다자보험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은 내년 증권 자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오픈, 보험 자회사 편입 추진 등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비이자이익 측면의 증가 역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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