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C-커머스 공습·공정위 논란에도 '굳건'
쿠팡에게도 올해는 쉽지 않은 한 해였다. 최대매출을 내며 신기록을 써내려갔지만 C-커머스 공습, 검색순위 조작 의혹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1628억 원의 과징금으로 속 시끄러운 한 해를 보냈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가 26일 공개한 이커머스시장 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의 애플리케이션(앱) 누적 신규 설치 건수는 각각 1804만 건, 658만 건으로 나타났다. 두 앱을 합하면 2562만 건으로, 국내 인구 절반 이상이 이들 앱을 설치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다만 C-커머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설치 수에 비해 적고, 객단가가 낮은 점을 고려하면 쿠팡의 기세를 꺾기엔 한참 멀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멤버십 월회비 인상도 쿠팡에게 위기요인이 될 거란 전망이 나왔다.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인상하면서 ‘탈쿠팡’ 회원들이 많아질 것이라 봤다. 하지만 쿠팡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쿠팡에서 물건을 한 번이라도 구매한 고객 수는 225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20만 명)보다 11% 증가했고, 2분기(2170만 명)보다는 80만 명이 늘었다.
이처럼 많은 잡음 속에서도 쿠팡은 굳건했다. 올해 3분기 10조6000억 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연매출은 40조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SG닷컴 G마켓 롯데온, 올해도 허리띠 바짝 졸라맸다
신세계 이커머스 사업의 양대 축인 SSG닷컴과 G마켓, 롯데가 운영하는 이커머스 롯데온은 올해도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공교롭게도 3사 모두 올해 희망퇴직을 진행했는데, 롯데온은 지난 6월과 12월 두 차례나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업계 불황의 심각성을 짐작케 했다.SSG닷컴은 올 한 해 외형성장보다 적자폭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정용진닫기정용진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수시인사로 수장이 교체되는 변화를 겪었고, 재무적투자자(FI)와 ‘1조 원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갈등도 겪었다. FI리스크는 지난 11월 신세계그룹이 새로운 FI를 유치하면서 해소됐다.
SSG닷컴의 2024년 1분기 매출액은 4134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39억 원으로 17억 원 줄었다. 이어 2분기엔 7.5% 감소한 3952억 원의 매출과 14억 원 개선된 16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에도 매출은 줄고 이익은 개선되는 추세를 나타냈다. 매출액 9.1% 준 3905억 원, 영업손실은 142억 원 감소한 165억 원이다. 희망퇴직 등 인원 감축에 따른 일회성 비용 76억 원이 반영됐음에도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이란 평가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473억 원으로 집계됐다.
G마켓은 ‘티메프’ 사태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다. 오픈마켓 사업자인 G마켓은 티몬과 위메프에서 피해를 입은 셀러들을 지원하기 위한 마케팅들을 진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출혈이 발생했다. G마켓은 오픈마켓의 핵심이 셀러인 만큼 셀러 이탈을 막기 위한 지원책에 공을 들였다.
이 여파로 G마켓은 올 1, 2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줄여나가다가 ‘티메프 사태’가 터진 3분기 적자폭이 확대됐다. G마켓은 1분기 영업손실이 8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억 원 줄었고 2분기에도 37억 원 감소하며 76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다 3분기 들어 180억 원으로 늘며 전년보다 적자폭이 79억 원 확대됐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그룹은 26일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합작법인 설립 소식을 전했다. 내년 설립 예정인 합작법인에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G마켓의 품질관리와 고객경험, 알리바바의 글로벌 네트워크 시너지를 활용해 이커머스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롯데온은 올 한 해 비용 효율화 작업에 전력을 다했다. 지난해 12월 롯데온의 새로운 수장으로 영입된 박익진 대표가 고강도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다. 롯데온은 지난 7월 서울 잠실에 있던 롯데월드타워에서 강남구 삼성동으로 사옥을 옮겼고, 두 번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매년 1000억 원 가량의 손실을 낸 롯데온은 누적 적자가 50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3분기 누적 적자는 615억 원이다. 매년 적자폭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큰 규모다. 롯데온은 롯데쇼핑 내 유통계열사들과 협업하고, 버티컬 서비스에 주력하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구영배 욕심으로 발생한 '티메프' 사태…이커머스 업계 '위험'
지난 7월 촉발된 ‘티메프’ 미정산 사태는 이커머스업계를 위험에 빠트렸다. 큐텐그룹의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큐텐 등이 정산금 미지급으로 셀러들은 물론 여기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들까지 피해가 막심했다. 이런 탓에 이커머스업계 정산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고, 오픈마켓의 핵심자산인 셀러들이 타격을 입으며 기존 오픈마켓 사업자들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번 ‘티메프’ 사태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의 욕심이 발단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 구 대표는 2022년 티몬을 인수하고, 같은 해 말 인터파크커머스, 이듬해 3월엔 위메프 등을 인수하며 짧은 기간에 이커머스 3사를 품에 안았다. 구 대표의 이커머스 쇼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해 2월엔 미국 이커머스 기업 ‘위시’를 인수했고, 한 달 만인 3월에는 AK플라자의 온라인 쇼핑몰 AK몰까지 사들였다. 약 2년 만에 무려 5개의 이커머스를 손에 쥔 셈이다.
이는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을 위한 구 대표의 큰 그림이었다. 특히 거래규모를 빠르게 확대하기 위해 무분별한 할인쿠폰 등을 뿌렸는데, 이 때문에 인수된 이커머스들의 재무상태는 더 악화됐다. 이미 티몬과 위메프는 자본잠식상태였지만 구 대표는 이를 무시한 채 무리한 경영을 이어갔다.
결국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면서 구 대표는 전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됐다. ‘티메프’ 사태는 그 피해 규모가 1조5950억 원, 피해자는 50만 명에 달한다. 티몬과 위메프는 회생절차에 돌입했고, 내년 초 영업재개에 돌입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티몬과 위메프의 정상화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구 대표는 류광진 티몬 대표·류화현 위메프 대표 등과 공모해 1조8500억 원 상당의 티몬·위메프 판매자 정산대금 등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 인수대금 명목으로 티몬·위메프 상품권 정산대금 500억 원을 횡령한 혐의와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목적으로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면서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에 모두 727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구 대표가 티몬과 위메프 셀러에게 지급해야 할 정산대금을 개인금고처럼 활용해 큐텐의 운영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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