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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7(화)

은행권 "매일 위기 대응 회의"···최대 우려는 환율·금리 리스크 [금융권 탄핵 정국 비상 대응-은행]

기사입력 : 2024-12-09 23:00

(최종수정 2024-12-10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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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장기화 시 외화 유동성 및 자본 건전성에 악영향'
'국가 신인도 저하 따른 신용 하락에 조달금리 상승 우려
위기대응반서 대처···'고환율 대비책, 금융위기 때 이미 학습'

지난 6개월간 환율 변동 추이./ 자료 = 서울외국환중개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6개월간 환율 변동 추이./ 자료 = 서울외국환중개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탄핵 정국으로 시중은행들은 매일 위기 대응 회의를 열고 사태 장기화에 따른 환율 및 금리 관련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인상에 따라 은행의 자본건전성이 악화되고 이는 곧 조달금리를 상승으로 이어져 경영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들은 회사별로 위기대응반을 통해 탄핵 정국으로 인한 금융시장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계엄 사태 이후 지난 주말 탄핵 표결, 이어진 야당의 탄핵 재추진 입장 발표로 시장 혼란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5대(KB·신한·하나·우리·농협) 금융지주회장은 이날 오전 김병환닫기김병환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해 향후 대응과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은행권은 이번 탄핵 정국으로 생긴 최대 위험 요소로 '금리 및 환율 변동성에 따른 악영향'을 꼽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실질적인 리스크가 커진 것은 없지만 정치적 이슈가 확대됐을 때의 과거 사례를 보면 대외 신인도와 연관이 있는 환율과 금리가 경영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16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19.20원)보다 17.60원 오른 1436.80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장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0월 26일(1432.4원)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주 한주 동안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주일새 1.86% 급락했다. 주요국 중 최약세였다.

환율 급등, 은행 건전성·유동성 모두에 위협
탄핵 정국 은행권 리스크이미지 확대보기
탄핵 정국 은행권 리스크
환율 급등은 은행의 건전성과 유동성 모두에 악역향을 미친다. 일단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국내 은행의 자본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 은행 보유 자산 중에는 해외기업에 나간 대출 등 외화자산도 있는데 달러가 오르면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나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대표 자산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에서 RWA를 나눈 것인데, 이에 따라 RWA가 높아질수록 BIS비율이 낮아지게 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높아질 때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약 0.01~0.0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은행의 대외신인도가 하락해 해외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화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외화 유동성이 부족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평균 157.3%로 규제수준을 상회했지만, 탄핵 정국이 장기화 될 경우 극단적인 상황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여신 건전성 악화도 간과할 수는 없는 사안이다. 달러 가치 상승으로 국내 수입 기업의 경영 환경이 악화하면 해당 기업들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의 여신 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추가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 중 하나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아다르쉬 신하 아시아 금리 및 외환 전략 공동 책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최고 1450원 수준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정책과 반도체 경기 우려 등으로 11월부터 투자 심리는 좋지 않았는데,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악재가 더해졌다"며 "대만 등은 12월 들어서 주가도 오르고 조금 반등하는 추세인데, 원화 자산은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고 계속 투자 심리가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 신인도 하락에 따른 은행 신용등급 영향 우려
국가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면 이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갈 것이란 문제도 제기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는 조달금리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 앞으로 금리가 올라가 조달 환경이 변할 수 있다”며 “결국엔 기업과 개인 대출의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국제 신인도가 떨어지면 국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을 부여받는 국내 금융사들의 신용등급도 영향을 받게 된다. 국가 신인도 하락에 연동돼 은행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해외에서 조달하는 모든 채권에 대해 조달 비용이 올라갈 것이고 이는 실수요자에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은행권 "건전성·유동성 관리 만전···감내 가능한 수준"
은행권 관계자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코로나 때 외화 유동성 이슈를 겪고 난 후 은행들은 달러 등 외화 유동성 관리에 만전 기해왔다”며 “LCR은 규제 비율을 훨씬 상회하고 있으며 관련 리스크 대응 방안도 철저히 준비되어 있어 아직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RWA 상승에 대한 우려도 지나친 걱정이라고 못 박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 특징상 외화 부채 규모가 원화에 비해 큰 편이 아니라 BIS비율에 일부 영향을 줄수는 있지만 크게 하락을 이끌 요인은 안된다”며 “해당 수준은 감내를 할 수 있는 폭이라 은행 경영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기업 여신 건전성 하락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달러가 올라서 힘들어지는 기업도 있지만 오히려 좋아지는 기업도 있다”며 “마냥 부정적으로 볼 사안은 아니지만 여신 관리에 있어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더욱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면 탄핵 정국 TF를 꾸리겠으나, 현재로 봤을 때는 자체 위기대응팀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임원단에서 매일 위기 대응 회의를 주재하며 주도면밀하게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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