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달 28일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역대 가장 큰 폭의 물갈이를 단행했다. 대내외 경기 불황으로 주력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린 영향이 컸다.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면세점 등은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했고, 계열사 58곳 중 3분의 1에 이르는 18곳의 대표이사를 한꺼번에 바꿨다. 고강도 인적 쇄신을 위해 임원 22%가 퇴임했으며, 그룹 전체 임원 규모도 지난해 말과 비교해 13%가 줄었다. 그야말로 인사 태풍이다.
1962년생 이영구 부회장은 숭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나온 후 1987년 롯데칠성음료 물류기획실에 입사했다. 1997년 롯데그룹 정책본부 개선실로 자리를 옮겼으며, 2009년 롯데칠성음료 음료영업본부장을 맡았다. 2017년 롯데칠성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2021년 롯데 식품BU장과 롯데제과 대표이사 및 롯데식품군 총괄대표로 선임됐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을 이끈 인물로, 36년간 롯데라는 한 우물만 팠다.
이창엽 부사장은 1967년생으로,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후 콜롬비아대학교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0년 한국P&G에서 세일즈 매니저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허쉬 한국법인장과 해태제과 마케팅본부장, 농심켈로그 대표, LG생활건강 미국 자회사 더에이본컴퍼니 CEO 등을 차례대로 거쳤다. 지난 2022년 말 외부 출신 인사로는 처음으로 롯데웰푸드 수장에 올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하반기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면서 본업인 식품사업에 유달리 힘을 실었다. 9월에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를 개최해 오는 2035년까지 빼빼로 연 매출액 1조 달성을 주문했다. 이 자리에는 이영구 부회장과 이창엽 부사장,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부사장이 참석했다. 롯데가 빼빼로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짐작하게 했다. 회의에서는 빼빼로를 포함해 한국, 일본 롯데의 대표 브랜드들을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는 안이 주로 다뤄졌다. 해외 시장 공동 마케팅과 해외 유통망 효율화, 신제품 관련 양국 교차 지원 활동 등도 논의했다. 해외에서는 한국, 일본 제품을 롯데 단일 브랜드로 일원화하는 것이 골자였다.
신 회장은 지난달 아프리카 가나 출장길에도 올랐다. 가나 수훔(Suhum) 지역에 있는 카카오 농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카카오 묘목을 기증했다. 빼빼로만큼 롯데웰푸드 대표 제품인 가나 초콜릿 국내 출시 50주년, 일본 출시 60주년을 맞아 진행됐다. 신 회장은 ‘지속가능 카카오 원두 프로젝트’를 열면서 양질의 카카오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가나 현지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었다. 가나는 세계 2위 코코아 생산 국가지만, 이상 기후로 폭염과 병해가 발생하면서 작황 부진을 겪고 있다. 이에 카카오 원재료 가격도 함께 뛰는 추세다. 이 자리에도 이영구 부회장과 이창엽 부사장 모두 참석했다.
이처럼 롯데그룹이 식품사업에 힘을 싣는 이유는 탄탄한 제품 경쟁력과 사업 성장세에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2022년 말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으로 연 매출 4조 원을 넘겼고,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말 필리핀펩시 경영권 인수 효과로 올해 매출 4조 원 달성이 기정사실화됐다. 이번 3분기 실적에서도 롯데웰푸드는 내수 부진으로 누적 매출이 전년보다 0.4% 떨어진 3조737억 원으로 집계됐지만, 영업이익은 19.5% 오른 1767억 원을 냈다. 이 기간 롯데칠성음료는 필리핀펩시에 힘입어 매출이 34.5% 뛴 3조1012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장마 등의 영향으로 음료 소비가 줄어 13.3% 줄며 1757억 원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대내외 경기 불황에도 롯데그룹 주요 식품 계열사가 외형과 내실을 다져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는 임원 승진 명단에서도 나타난다. 롯데 식품군은 이번 인사에서 총 14명 승진했다. 롯데웰푸드가 8명, 롯데칠성음료가 4명, 롯데GRS가 2명이다. 롯데그룹 측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식품 계열사들의 사업 전략 일관성을 유지하되,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한 사업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롯데웰푸드는 올해 초 인도 하리아나 공장에 빼빼로 생산라인 증설을 발표했다. 2025년 중반 가동을 목표로, 인도에서 인기가 높은 초콜릿류 제품들을 생산한다는 전략이다. 하반기에는 미국 북동부 코스트코에 빼빼로를 입점시켰으며, ‘베트남 푸드 엑스포’에도 참가해 동남아 시장을 공략했다. 또한, 분유 제품인 ‘뉴본’을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해 인근 국가들로 수출을 넓히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과일 소주인 처음처럼 순하리와 탄산음료인 밀키스를 앞세워 일본, 동남아, 미국 등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KCON LA 2024’에 참가해 밀키스 부스를 꾸렸다. 최근에는 유럽 쪽으로 판로를 확장해 지난 3년간 유럽 수출 신장률이 연평균 40%를 웃돌았다.
이에 롯데웰푸드는 올해 3분기 누적 해외 매출과 수출을 합한 금액이 7780억 원으로, 전년(7303억 원)보다 6.5% 성장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1조2085억 원으로, 전년(2676억 원) 대비 4배 가까이 확대됐다. 양 사의 해외 매출 비중도 롯데웰푸드가 25.3%, 롯데칠성음료가 39.0%로 몸집을 키워가는 모습이다. 이를 토대로 롯데웰푸드는 오는 2028년까지 글로벌 비중을 35%로, 롯데칠성음료는 45%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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