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비만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쏘아올린 비만치료제 ‘위고비 열풍’에 국내 시장까지 요동치고 있어서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기존 비만약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위고비는 2021년 6월 미국에 첫 출시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유사체 기반 비만 치료제다. 일론 머스크 등 유명인들이 처방 받는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소문을 탔다. 올해 상반기 기준, 위고비의 글로벌 매출은 210억3600만 크로네(약 4조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위고비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현재 동네 병·의원 위주로 처방 중인 위고비는 출시와 동시에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해외 직구 등 불법 유통망까지 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열풍으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점차 하락세를 걸을 거란 전망이 나와서다. 지난해 국내 주요 비만치료제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알보젠코리아와 종근당이 공동 판매하는 ‘큐시미아’가 전년보다 2.8%p(포인트) 오른 19.9%를 차지했고, 삭센다의 점유율은 4%p 증가한 37.5%이었다. 수입품만 약 60%에 육박한 셈이다.
반면 국내 제약사들의 비만약은 고전하는 신세다. 대웅제약 ‘디에타민’은 지난해 매출이 70억 원으로, 전년보다 11.5% 감소했다. 휴온의 ‘휴터민’도 동 기간 10.7% 줄어 매출이 43억 원에 그쳤다. 전체 시장으로 보면 2019년 68.2%에 달했던 국내 비만치료제 점유율은 지난해 42.5%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내년엔 30%대로 떨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가장 최근 발표된 건 한미약품의 ‘HM17321’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6일 미국 비만협회에서 지방만 선택적으로 감량하면서 근육은 증기시키는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HM17321을 공개했다. 기존 GLP-1는 15~20%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지만 최대 40% 수준의 근육을 손실시키는 단점이 있었다.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으로 개발되고 있는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이르면 2026년 하반기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측은 “HM17321는 단독과 병용 요법에서 GLP-1보다 양·질적으로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면서 “이는 ‘계열 내 최초 신약’(First-in-Class)으로 개발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대웅테라퓨틱스과 손잡고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마이크로니들 패치 ‘DWRX5003’ 임상1상을 앞두고 있다. DWRX5003는 주 1회 피부에 부착하면 마이크로니들이 미세혈관을 통해 약물을 전달한다. 피하 주사제인 위고비와 삭센다의 투여 부담을 해소한다.
동국제약도 약효가 2~3달 이상 지속되는 비만치료제를 2029년 개발 완료한단 목표를 갖고 있다. 위고비의 경우 주 1회, 삭센다는 매일 주사해야 한다.
이밖에 대원제약도 라파스와 함께 패치형 비만치료제 ‘DW-1022’의 임상1상을 승인받고 공동 개발 중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위고비 등 기존 비만치료제들은 주 1회 자가 투여해야 하는 점이나 근육 손실 등 단점이 있다”며 “국내 몇몇 제약사들은 이를 뛰어넘을 기술력을 갖고 있는 만큼 후발주자지만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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