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열린 김병환닫기김병환광고보고 기사보기 금융위원장과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들과의 '상견례' 릴레이 간담회 자리에 등장한 키워드 중 하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종투사 공과에 대한 목소리가 공존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탈피해서 IB 비즈니스와 밸런싱이 가능한 수익구조 고도화 기반을 마련했다"고 우호적으로 평했다.
10년 새 9개 종투사 등판…글로벌 승부 체력 ‘아직’
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9개 종투사(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의 자기자본(별도) 합계는 2024년 6월 말 기준 60조15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종투사 제도 도입 직전인 2012년 말(22조1151억원) 대비해서 172%나 급증한 수치다.지난 2007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고 2013년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에 기업신용공여, PBS(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 업무를 허용하는 종투사 제도가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 대상 초대형 IB(2017년)가 첫 발을 뗐다. 이른바 ‘한국의 골드만삭스’ 육성 정책이다.
개별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은 대형화의 앞단에 서 있다. 지난 2021년 금투업계 최초로 자기자본이 10조원을 돌파했고, 2024년 6월 말 기준 9조5303억원으로 업계 1위다.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도 올 6월 기준으로 8조5515억원 규모를 기록 중이다.
다만,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에 허용되는 종합투자계좌(IMA) 업무에 진출한 증권사는 아직까지 없다.
'자본력 싸움'인 IB 영역에서 종투사 제도는 외형적으로는 양적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볼 때는 여전히 미흡한 형편이다. 실제 아시아권 IB 리그테이블 톱 20에 한국 증권사가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한계점이 더욱 명확하다고 평가된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2013~2023년) 국내 종투사들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에 제공한 채무보증 규모는 2조6436억원에서 29조3933억원으로 급증했으며, 특히 이 때 발생한 수수료 수익 규모가 14억원에서 1조126억원으로 무려 723배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투사 기업금융의 세부적인 내용도 모험자본 공급과 거리가 멀었다. 특히,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공급된 기업여신 비중이 적지 않은데, 상당 규모가 부동산 담보대출일 것으로 추정된다. 모험자본 공급과 관련 있는 주식 보유규모는 2022년 말 기준 전체 종투사 자산 규모의 2% 수준에 그쳤다.
금투업계에서도 일정 부분 변화에 공감하고 있다.
서유석닫기서유석광고보고 기사보기 금투협회장은 올해 8월 금융위원장-증권사 CEO 간담회 때 "IB 사업의 현황을 진단하고, 사업을 재조정(Re-Framing)해서 IB사업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할 시점에 왔다"며 "IB사업에서 경쟁력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 사업을 다각화하여 시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종투사가 증권사 사업자격 바로미터 역할을 하면서, 신규 종투사, 나아가 초대형 IB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당국이 종투사 제도 개편 추진을 시사한 점은 변수 요소다.
현재 종투사인 키움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의 경우 모두 자기자본 4조원의 초대형 IB 요건을 갖추고 있다.
또 자기자본 톱 10인 대신증권의 경우, 3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종투사 진입 요건을 채웠다. 대신증권은 사옥 매각을 추진 중으로, 향후에는 초대형 IB까지 염두하고 있다.
자기자본 11위권인 교보증권도 향후 종투사 진출을 추진 중이다. 현재 교보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9245억원 규모다.
‘새 먹거리’ 출입증 된 종투사 관심 UP
다수의 증권사들은 종투사 진입에 그치지 않고 초대형IB로 성장해서 발행어음 신(新)사업에 진출하는 데 힘을 싣는다.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단기금융업무 인가를 받은 4개사(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 합계는 2024년 6월 말 기준 39조4757억원까지 커져 이제 40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사업자 별로 보면, 한투가 15조8829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KB(9조6818억원)이고, 이어 미래에셋(7조7506억원), NH(6조1604억원) 순이다.
뭉칫돈이 발행어음으로 향하면서 사업자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에 수월한 면이 있던 게 사실이다. 물론, 고(高)금리 시기에 투자자 입장에서 발행어음 수익률에서 장점도 존재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4개사만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다 보니, 회사채 시장을 왜곡한다거나, 자금 조달의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등 시장에서 많은 오해가 일어나는 면이 있다"며 “기업금융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환부문 ‘새 먹거리’를 확장하는 측면에서도 증권사들의 종투사 진출 유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23년 외국환거래 규정을 개정하면서 일정 요건을 갖춘 종투사는 개인과 기업을 불문하고 대고객 일반환전 업무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특히, 최근 2024년 9월 기획재정부가 외국환 거래규정에 대한 유권해석으로 증권사의 일반환전에 거주자 계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만큼, 연내 일반환전 시행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환전 접근성을 높이고 외환시장 경쟁을 촉진해서 수수료 절감 등의 금융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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