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자본적정성 관리 지표인 NCR(순자본비율, Net Capital Ratio)을 방어하기 위해 관리 태세다.
호황기에 늘렸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중소형 증권사들이 재무 건전성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를 중심으로 한 대형 증권사는 주로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건전성 관리가 화두다.
NCR을 사수하기 위해 증권사들은 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을 잇따라 발행했다.
다만, 공식 규제 비율인 신 NCR의 경우, 위험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한계점도 지적되고 있어서 종합적인 기준 정비 필요성도 제기된다.
신 NCR 체제 1위는 미래에셋
2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상위 25개사(12월 결산 기준 등 적용) 대상 연결 기준 신 NCR(순자본비율)은 2024년 6월 말 미래에셋증권이 2652%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한국투자증권(2341%), NH투자증권(1913%), KB증권(1667%), 삼성증권(1628%), 키움증권(1345%), 신한투자증권(1285%), 하나증권(1272%), 메리츠증권(1136%)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9개사는 종투사로, 평균 NCR은 1693%였다. 이는 적기시정조치 기준(100% 미만)을 훨씬 웃도는 수치로, 규제 대비 충분한 버퍼(buffer)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재 종투사 추진 중으로 자기자본 3조원(별도) 요건을 넘긴 대신증권의 경우, 신 NCR 지표가 올해 6월 말 기준 345%였다. 당국 규제치를 넘기기는 했지만, 적정 수준 권고치로 여겨지는 500%보다는 낮았다.
중형사와 소형사를 가르는 기준점이 되는 자기자본 1조원대 증권사의 신 NCR은 교보증권(836%), 유안타증권(715%), 한화투자증권(684%), 현대차증권(486%), BNK투자증권(543%), IBK투자증권(483%) 순으로 집계됐다.
자기자본 기준 소형 증권사의 신 NCR 지표는 부국증권(861%), 유진투자증권(373%), DB금융투자(362%), 다올투자증권(228%) 순이었고, SK증권은 218%로 최하위였다.
연결 신 NCR의 산식은 '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업무 단위별 필요유지자기자본'으로, 자기자본이 클 수록 유리한 측면이 있다. 구 NCR, 즉 영업용 순자본비율의 산식이 '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으로, 분모에 위험이 포함돼 있는 것과 대비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신 NCR 내부관리 기준을 600~700% 이상 목표로 관리 중이다" 며 "이를 위해 부서 별, 북(Book) 별 위험액 한도를 배분하고 일간 단위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재무건전성을 위해 매 사업연도에 회사가 유지해야 하는 NCR을 설정하고 각 부서에서 통제 방안을 수립해 관리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며 “각 사업 별 NCR 한도 관리를 통해 효율적 자본 사용을 유도하고, 과도한 자본 사용을 통제해서 목표 NCR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 NCR 체제에서 PF 채무보증을 중심으로 부동산금융을 크게 늘린 증권사들이다. 강화된 NCR 위험값이 적용되면서 '약한 고리'가 형성됐다. 신용도 하방 압력이 거세졌다.
SK증권의 경우 2024년 6월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로부터 일제히 신용등급(선순위)이 하향 조정됐다. 장기는 ‘A’에서 ‘A-’로, 단기는 ‘A2+’에서 ‘A2’로 낮춰졌다. PF 충당금 확대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주요 강등 요인으로 꼽혔다. 또 나신평은 올해 4월 다올투자증권, 하나증권 대상으로 신용등급전망을 각각 ‘A(부정적)’, ‘AA(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증권사들은 후순위채 발행, 증자 등을 통해서 NCR 관리 모드를 견지하고 있다. 앞서 발행된 후순위채 상각 스케쥴을 감안해서 자본 규모를 유지하고, 동시에 예상치 못한 손실 등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다. 신용도 여파로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금리가 더 높은 사모채 시장을 찾는 모습도 나타났다.
SK증권은 올해 7~8월에 180억원 규모 사모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8월 200억원 규모 사모 후순위채를 찍었다. PF 투자 조기회수를 위한 전사적 관리도 부각된다.
iM증권은 올해 2024년 1분기 중 145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단기 자금을 중장기 자금으로 차환하는 조치다.
해외 대체투자와 PF에 힘을 실어 온 하나증권도 올해 9월 25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지난 6월 두 차례에 걸쳐 총 46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대형사를 보면, 해외사업 비중이 큰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올해 6월 3700억원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메리츠증권은 올 9월에 15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메리츠증권은 앞서 6월에 완전 자회사인 메리츠캐피탈을 지원하고자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3000억원대 부동산 PF 대출채권도 매입한 바 있다.
부동산금융에 강점이 있는 대신증권도 올해 10월 18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 발행에 나섰다.
“신 NCR, 대형사에 유리하다” 비판도…기업금융 힘 실려야
신 NCR이 증권사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험량이 산식의 분모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용평가사들은 이로 인해 위험 증가를 알 수 있는 구 NCR, 또 자체 조정 NCR을 선호해 병용하고 있다.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신 NCR은 위험량이 분자에 들어가고, 분모는 사실상 고정값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적정성 비율 지표로 적절한 지는 의문이다"며 "자본 규모가 다른 회사 사이의 건전성 비교가 어렵고, 일방적으로 대형사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 NCR 산식의 경우 규정에 따라 고정된 필요유지자기자본을 사용하기 때문에 증권사의 정확한 재무건전성이 반영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냈다.
물론, 신 NCR이 도입된 것은 구 NCR이 증권사의 IB(기업금융) 업무 활성화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는 점은 새길 필요가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사의 사업 형태는 브로커-딜러보다는 대형 투자은행 형태에 더 가까워지고 있고, 해외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며 “신 NCR의 보유 위험 대비 자본완충력을 강화하면서 해외진출 등 영업환경에 제약을 주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도 "신 NCR은 영업용순자본 절대 규모의 영향력이 크고, 총위험액 증가 때 민감도가 낮다" 며 "다만 공식 규제비율의 의미를 고려해 조정 NCR 및 구 NCR에 대해 일정 버퍼를 두고 등급 산출 때 보조적으로 활용하거나, 신구(新舊) 비율 산정 이후 결합방식으로 가중치 경중(輕重)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CR 위험값을 어떻게 매기는 지가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부동산 연착륙에 힘을 싣고 있는 정부는 금융투자사들에 대해 2024년 말까지 채무보증의 대출 전환 관련 한시적 NCR 위험값 완화 조치를 시행 중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최근 PF의 부도율,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의 실질위험을 고려한 위험값 조정이 필요하다”며 “다만 LTV(담보인정비율) 수준, 서울 수도권, 국내 및 해외 등의 구분으로 일괄적인 비율 차등에 따른 요율 적용보다, 실질 사업성 및 회수가능성을 반영할 수 있는 종합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 계열 증권사가 바젤 규제로 NCR 규제보다 높은 규제수준을 요구받고 있고, 중소형 증권사의 IB 업무 경쟁력 약화 우려를 감안할 경우, 과도한 NCR 위험액 완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종투사 제도 개선 추진을 시사한 점도 주목된다. 지난 2013년 도입된 종투사 제도는 10년 동안 혁신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보다, 부동산 쏠림으로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 신용공여 확대를 검토하고, 추가 한도 적용 대상에 부동산 금융을 차등화 및 제외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신용공여에 적용되는 위험값 완화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도 “기업금융 위험값을 하향하는 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미 종투사로서 기업신용공여는 차감 제외이기 때문에, 위험값 하향으로 인한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위험의 관점에서는 동일한 위험 대상에 대해서 종투사가 투자하나, 일반 증권사가 투자하나, 같은 위험값을 가져야하는 게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냈다.
*DQN(Data Quality News)이란
한국금융신문의 차별화된 데이터 퀄리티 뉴스로 시의성 있고 활용도 높은 가치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고품격 뉴스다. 데이터에 기반해 객관성 있고 민감도 높은 콘텐츠를 독자에게 제공해 언론의 평가기능을 강화한다. 한국금융신문은 데이터를 심층 분석한 DQN를 통해 기사의 파급력과 신인도를 제고하는 효과를 기대한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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