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수와 헤라, 아이오페 등 내로라하는 뷰티 브랜드를 보유한 아모레퍼시픽이 여성 근무 환경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선대 회장의 뜻에 따라 임신이나 육아 걱정이 없는 기업 분위기를 조성 중인 아모레퍼시픽은 여성 직원 비율이 60%가 넘는다. 또 10명 중 4명꼴로 여성이 팀장급 이상의 관리자일 정도로 양성평등을 지향한다.
서성환 창업주는 지난 1964년 일본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와 기술제휴를 맺고, 방문판매를 도입했다. 당시 방문판매 전용 브랜드명을 공모해 ‘아모레’라는 이름을 선정, 세상에 알렸다. 방문판매는 60년 넘게 전통을 이어와 지금도 1만6000명이 활동하고 있다. 서경배닫기서경배기사 모아보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서성환 창업주의 차남으로, 1997년 태평양 대표이사로 취임해 그룹을 이끌고 있다. 태평양화학은 1993년 태평양으로 이름을 바꿨고, 2005년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이듬해 태평양에서 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부문을 떼내 현재의 아모레퍼시픽을 만들었다. 태평양 역시 2011년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아모레퍼시픽은 LG생활건강과 함께 국내 뷰티 시장 양강 체제를 이뤄왔다. 대표 브랜드로는 설화수와 헤라, 아이오페, 한율 등 30여 개가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연 매출은 3조6740억 원으로, 이 중 해외 매출과 수출이 39%를 차지한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에서 미국 뉴욕과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등 27곳에 법인을 두고 있다. K뷰티 선봉장답게 한국의 미를 세계로 전파해왔다.
아모레퍼시픽은 여성의 출산 기피 요인 중 하나인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들어왔다. 먼저 임신한 여직원은 하루 두 시간의 단축 근무가 허용된다. 아울러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으며, 태아 검진을 위해 외출이나 조퇴도 보장해준다. 아모레퍼시픽은 임신부의 시간 외 근로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사무실에는 임신부 전용 의자부터 다리 붓기를 방지해주는 발 받침대, 등받이, 전자파 차단 담요 등 임신부 배려 물품도 비치돼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임신한 직원들에 튼살 방지 크림과 영양제 등의 축하 선물과 출산 경조금 등도 함께 지급한다. 사옥에는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전문의급 의료진이 상주해 산부인과 진료도 받을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서울 용산구 본사와 경기도 오산 ‘아모레 뷰티파크(생산시설)’, 경기도 용인 ‘아모레퍼시픽 R&I 센터(연구시설)’ 등 세 곳에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들의 자녀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어린이집은 정원 80여 명에 300평 규모로 조성됐다. 또한, 본사 5층에는 여성 임직원 공간인 ‘레이디스 라운지’가 설치됐다. 이곳에서는 별도 수유 전용 공간, 유축기와 젖병 등을 소독·살균할 수 있는 기기를 비치했다.
이와 더불어 아모레퍼시픽은 여성 리더 육성을 위한 사내 제도인 ‘ABC 멘토링’을 전개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여성 임원이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여성 신임 팀장이나 사원 등에게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ABC 멘토링’은 여성 임직원 간 경력 개발 기회와 네트워킹을 제공해 여성이 기업에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준다. 이 같은 노력 덕인지 아모레퍼시픽에는 여직원이 훨씬 많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여직원 수는 3005명으로, 전체(4710명) 직원의 63.8%를 차지한다. 여성의 평균 근속연수는 12년 8개월이다.
육아휴직 사용자도 2021년 363명에서 2022년 401명, 2023년 428명으로 증가세다. 세계적인 초저출산 국가에 해당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 중 남성 육아휴직자도 2021년 10명에서 2022년 24명, 2023년 38명으로 늘어나 여성과 육아를 함께 분담하고 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해 12개월 이상 근속한 직원 비율이 2021년 95.2%, 2022년 83.6%, 2023년 85.8%로 직원 대부분이 경력 단절 없이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 만큼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21년 39.7%에서 2022년 41.6%, 2023년 42.8%로 매해 꾸준히 늘어났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직장 내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행복한 근무 환경을 구성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맞춤형 복지를 지원해 양성평등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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