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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구독과 고독

기사입력 : 2024-10-07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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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 확산, 고독의 심화 불러올 수도
대립 아닌 상호 보완적 새로운 연결 필요

▲ 정경환 생활경제부 부장
▲ 정경환 생활경제부 부장
[한국금융신문 정경환 기자] 고독이 덜어질까, 더해질까.

구독경제 시대다. 트렌드를 넘어 어느덧 일상이 됐다. 신문, 잡지에나 붙는 말인 줄 알았던 ‘구독’은 이제 영화, 드라마를 비롯한 각종 영상 콘텐츠는 물론 음악과 게임, 의류, 식료품을 거쳐 가구 및 가전 그리고 자동차에까지 따라붙었다. 최근엔 출퇴근 비행기에 구독이 올라탔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구독료만 내면 인공위성을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구독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구독 서비스는 단순히 콘텐츠 제공을 넘어 생활 전반에 걸친 다양한 분야로 스며들고 있다. ‘구독’과 ‘좋아요’를 외치는 유튜브만 떠올리면 곤란하다. 2021년 기준 40조 원에 이른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25년에 가서는 100조 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KT경제경영연구소)이 나오고, 국내 성인의 약 3분의 2가 구독 서비스를 이용 중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구독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구독하며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다만 이대로 좋은 건지, 그냥 지금의 이 편리함을 누리기만 하면 되는 건지를 생각하면 머리가 다소 복잡해진다. 순간순간 ‘구독경제’가 ‘고독경제’로 읽힌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독거노인(?)의 삶을 살고 있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구독경제의 성장 배경엔 개인주의 확산과 1인가구 증가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 구독의 편리함은 1인가구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직접 매장을 방문하거나 누군가와 상호작용할 필요 없이 필요한 서비스를 클릭 몇 번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관계의 단절이라는 문제가 남는다. 고독이 구독을 들여왔다면, 구독은 다시 고독을 재생시킨다.

물론 구독 자체를 사회와의 소통으로 여긴다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다. 그럼 그냥 이대로 둬도 될까. 구독을 통해 더 많은 일상과 연결된 듯하지만, 실상은 더욱 고립돼 가는 역설을 맞닥뜨릴 수 있다. 언제든 원하는 콘텐츠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타인과의 직접적인 소통은 줄어들고 있다. 사람들은 혼자서도 충분히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됐고, 이는 결과적으로 고독감을 강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게 됐다.

특히 1인가구의 급증은 이러한 고독감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가구 수는 약 783만 가구로, 전체의 35.5%에 달한다. 전체 가구 중 가장 큰 비율이다. 그 1인가구들 중 많은 수가 구독 서비스를 통해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지만, 정작 사회적 연결망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 구독형 서비스의 발달로 인해 직접적인 인간관계가 필요 없는 상황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미국의 경우 2018년 한 조사에서 성인의 46%가 ‘고독을 느낀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1년, 약 58%까지 늘었다.

음식 배달 서비스를 구독하면 사람과의 대면 없이도 식사를 해결할 수 있고,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개인의 여가시간을 집 안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만든다. 구독경제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고립된 삶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혼자 살고 있는 30대 직장인 A씨의 하루를 보자. 그는 매일 아침 식사를 위해 식재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한다. 회사 업무를 마치고 퇴근한 후에는 집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를 시청하고, 구독 서비스로 배달된 음식 재료를 사용해 혼자 저녁을 차린다. 구독 서비스를 통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게 됐지만, 그만큼 외부와의 상호작용은 줄었다. A씨는 문득 외로움을 느끼지만, 편리함을 포기할 수 없기에 구독 서비스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구독경제의 성장이 개인의 고독을 심화시키고 있고, 그것이 문제라고 본다면, 대처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독 서비스의 사회적 기능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콘텐츠 제공을 넘어, 구독 서비스가 개인 간의 연결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례로, 북클럽 구독 서비스는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 모여 토론을 할 수 있는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모임을 제공할 수 있다. 이미 일부 북클럽 구독 서비스는 독서 모임을 통해 책을 매개로 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구독 서비스가 제공하는 콘텐츠가 개인을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과의 소통을 촉진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최근에는 커뮤니티 기반의 구독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운동 구독 서비스인 미국의 펠로톤(Peloton)은 단순히 운동 기구와 영상에 그치지 않고,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장려하는 커뮤니티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는 실시간으로 다른 사용자와 경쟁하거나 소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운동이 단순한 개인의 활동이 아닌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구독경제가 현대 사회의 필수적인 경제 모델로 자리잡았고,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고독이라는 부작용이 따라올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구독 서비스가 개인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더 많은 사회적 연결과 소통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구독경제와 고독경제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고립감과 외로움을 다루는 두 가지 중요한 현상이다. 구독경제는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며 고독감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사람 간의 연결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구독 서비스에 인간적, 사회적 연결을 추가해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단순히 개인의 감정적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적 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 고독을 희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구독과 고독이 대립적인 개념이 아닌,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편리함을 추구하면서도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가 확대된다면,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감은 완화될 수 있다. 구독경제가 개인의 삶을 고립시키는 것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도구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

정경환 한국금융신문 기자 ho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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