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지주 계열사 53곳 중 37곳의 대표가 올해 말부터 내년 초에 만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계열사의 약 70% 수준으로 계열사 10곳 중 7곳이 인사 교체 후보군에 오른 셈이다.
지주나 은행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는 지배구조 모범 관행의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통상 은행장과 주요 계열사 CEO 임기 만료가 겹치면 금융지주 이사회 내 위원회는 비슷한 시기에 후보군 심의를 거쳐 최종 후보를 추천한다.
이번 인선에서 은행을 제외한 계열사 중 시선을 끄는 곳은 단연 캐피탈이다. 비은행 라인업이 부족한 우리금융그룹에서 비은행 부문 실적을 견인하는 효자 계열사기 때문이다.
자추위는 정 대표 선임 당시 “여신심사, 카드사업, 자산관리, 전략, 영업 등 다양한 업무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금융캐피탈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중장기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1964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1991년 우리은행에 입행해 2005년 전략기획팀 차장을 역임했다. 2006년에는 카드추진팀 부부장을, 2011년부터 2016년까지는 영업점에서 지점장과 센터장을, 2017년에는 개인영업전략부 본부장으로 승진하는 등 여신심사, 카드사업, 전략, 영업 등 다양한 업무경험을 지녔다.
정연기 대표는 내정 당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금융캐피탈을 그룹 내 대표 자회사로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만, 임기 초 목표였던 사업 다각화는 업황 악화로 인해 잠시 멈춰 섰다. 우리금융캐피탈은 업황이 어려워 안정적인 수익성 기반을 가져가기 위해 오토금융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바 있다.
실제로, 자동차금융 대출 자산이 전년 동기(5조7250억원) 대비 22.7% 늘어난 7조260억원을 기록하며 대출자산 성장을 이끌었다. 1년 새 1조원 이상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반면 2023년 상반기와 비교할 때 기업금융 대출자산은 14.6%, 개인금융 대출자산은 12.4% 줄어들었다. 이에 지난 6월 말 기준 영업자산의 비중은 자동차금융 59%, 기업·투자금융 25%, 개인금융 16%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김예은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우리금융캐피탈은 자동차금융 내에서 산업 내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산신차 비중을 축소하는 한편, 고수익 자산인 중고차와 수입차, 렌터카 비중을 확대해 왔다"며 "기업·투자금융 및 개인금융도 수익성과 건전성을 고려해 비중을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토금융 위주 포트폴리오 구성 전략뿐만 아니라 대손충당금의 축소도 순익 증가를 견인했다.
우리금융캐피탈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713억원) 대비 12.06% 증가한 799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526억원으로, 전년 동기(1104억원)보다 52.36%의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우리금융캐피탈 관계자는 “작년에 매우 보수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았었다”며 “그 덕분에 올해는 적정 수준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을 수 있어 작년 대비 적립 규모가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캐피탈은 이후 시장이 회복된다면 기업금융이나 투자 등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어려운 업황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캐피탈은 상당히 높은 등급의 신용등급을 받는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 12일 우리금융캐피탈은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A-' 장기 신용등급(단기 A-2)을 부여받았다. 우리금융캐피탈이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평가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P는 우리금융캐피탈이 우리금융그룹 내에서 사업 다각화와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우리금융그룹의 적극적인 지원 가능성과 그룹 내 전략적 중요성, 피어그룹 내 시장지배력, 자본과 유동성 적정성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자동차금융 부문에서의 견고한 사업입지와 안정적 수익성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타타대우상용차, 포드자동차, 스텔란티스 코리아 등 다양한 제휴처를 확보하고 있으며, 오랜 영업 노하우와 브랜드 평판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A-는 S&P의 신용등급 중 상위 7단계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의 'A3' 등급에 해당한다. S&P의 신용등급을 받은 것은 금융지주 소속 캐피탈사 중 우리금융캐피탈이 유일하다.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는 "세계 3대 평가기관인 S&P로부터 재무건정성과 시장경력을 인정받아 국내 금융지주 캐피탈로서 입지와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신용등급 획득은 향후 안정적인 자금 조달과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거론...안정 위한 연임 가능성도
정연기 대표는 실적 개선 및 안정적인 건전성 지표 관리로 연임뿐만 아니라 영전 가능성도 거론된 바 있다.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였던 조병규 전 대표가 우리은행장으로 선임된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군 중 자회사 대표 중에선 정 대표가 유력하게 언급됐다. 그러나 그간 일어난 금융사고와 부정대출 등을 고려했을 때 외부 인사를 영입해 올 가능성도 있어 영전 가능성이 불분명해졌다.
다만 연임의 가능성은 높은 축에 속한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임기가 2026년 3월까지로 1년 6개월가량 남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캐피탈을 그룹 내 알짜 계열사로 성장시킨 만큼 '안정'을 위한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다민 한국금융신문 기자 dm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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