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업계에 따르면 연휴 직전인 13일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이 신청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는 3300억원으로 추정된다. 회사가 제시한 매수 한도(8000억원)의 절반 이하다. 청구권 행사 마감은 금일까지지만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은 무난하게 성사될 전망이다.
변수는 주가에 있었다. 8월초 미국발 증시 급락 여파로 SK이노베이션 주가도 한때 9만2800원로 매수예정가의 80% 수준까지 떨어졌다. 개인·기관투자자들이 주가가 당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이익이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회사가 보유한 현금은 1조4000억원 이상"이라며 청구권 한도액을 넘겨도 합병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합병 목적이 재무구조 안정화인데 추가적인 자금 유출은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외국인 주주들이 경영진이 제시한 합병 청사진에 지지한 점도 힘을 보탰다. SK이노베이션의 외국인 투자자는 22%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합병안 찬반 임시 주총에 참가한 외국인 주주 가운데 95%가 찬성표를 던졌다. 회사는 2030년 합병 시너지만으로 EBITA(상각전영업이익) 2조2000억원 이상을 내는 것을 포함해 총 EBITDA 20조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목표를 내놓았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이 같이 힘겹게 합병안을 통과시켰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합병의 주요 목적인 SK온의 자금 위기 해소를 위한 실적 반등을 이뤄내야 한다. SK온은 올해도 "하반기내 흑자전환이 목표"라고 했지만 현재 전기차 시장 상황을 볼 때 장담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현재 불황이 대중화 과정에서 겪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SK온은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오는 2026년말까지 상장을 약속했다. 남은 시간 동안 자체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통한 사업 지속가능성과 기업가치 극대화를 이뤄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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