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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담보 부풀리기부터 CEO 친인척 연루까지…반복되는 은행권 대출 배임 [우리은행 부당대출]

기사입력 : 2024-08-16 06:00

(최종수정 2024-08-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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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주요 은행서 발견된 부당 대출 사고 7건 달해
국민·농협 이어 우리은행까지…내부통제 시스템 부실

부동산 담보 부풀리기부터 CEO 친인척 연루까지…반복되는 은행권 대출 배임 [우리은행 부당대출]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우리은행에서 손태승닫기손태승광고보고 기사보기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이 적발된 가운데 은행권에서 반복되고 있는 대출 관련 배임 사고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지점에서 대출 배임 사고가 잇달아 확인된 데 이어 최근 우리은행에서 전직 최고경영자(CEO) 친인척이 연루된 대규모 부당 대출이 드러나면서 내부통제 허점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 차주를 대상으로 실행한 총 42건, 총 616억원의 대출 가운데 절반 이상인 28건, 350억원이 부적정하게 취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일 기준 남아 있는 대출 잔액은 303억원(25건)으로, 이 중 198억원(17건)이 단기(1개월 미만) 연체거나 부실화된 상태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임모 전 본부장 등 퇴직을 앞둔 지점장급 이상 직원 대상으로 재임 중 취급했던 대출에 대한 사후 점검을 실시했다. 검사 과정에서 임 전 본부장이 신도림금융센터장과 선릉금융센터장으로 재임하던 기간 취급했던 기업 대출 중 부적정 취급 건을 발견했다.

이 중 일부는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지난 3월까지 부실 검사(1차 검사)를 실시해 ▲신용평가 및 여신 취급 소홀 ▲채권 보전 소홀 등 임 전 본부장의 귀책 사유를 확인했다.

우리은행은 2차 심화 검사 및 금감원 현장검사 대응 과정에서 '사문서 위조 및 배임' 등 불법 행위를 확인해 지난 9일 임 전 본부장을 해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국민·농협은행서 초과 대출 배임 잇따라…부동산 담보 부풀리기
이번 사건은 은행권에서 발생한 부당 대출 사고 중 역대급 규모로 꼽힌다. 주요 은행 부당 대출은 최근 몇 년간 집중적으로 드러났다. 대출 규모는 대부분 100~200억원대 수준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2022년 말 내부 직원 제보를 통해 경남 서진주지점에서 부동산 담보 대출 서류가 조작된 정황을 파악하고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해당 지점은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차주 42명에게 총 168억5800만원 규모의 대출을 취급하면서 부적정하게 여신 심사를 실행했다.

이 지점에서 기업금융업무 등을 담당했던 A팀장은 부동산중개업자를 통해 소개받거나 직접 물색한 차주가 국민은행에서 정상적으로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큰 금액을 대출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소득금액 수준을 안내했다.

이후 제출받은 재직‧소득증빙서류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이를 근거로 대출을 취급했다. 서류를 복사한 후 오려 붙이는 등의 방법으로 일부 차주의 소득증명서 4부 및 예금잔액증명서 1부를 직접 변조하기도 했다.

또 차주가 대출 신청 서류상 기재한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자금을 사용할 것임을 알면서도 명목상 차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대출을 취급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최근 국민은행에 과태료 6000만원, A팀장에 면직 처분을 내렸다.

올해 들어서는 우리은행 이전에 총 6건의 부당 대출이 적발됐는데, 국민은행에서만 3건이 발생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 안양의 한 영업점에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상가 분양자들을 대상으로 담보가치를 부풀려 104억원을 대출해주는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4월에는 용인의 한 영업점에서 동탄 지역 집합상가 수분양자를 대상으로 272억6500만원의 담보대출을 내주면서 부동산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을 실제보다 높게 산정한 사실이 적발됐다. 해당 대출은 2022년 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뤄졌다.

대구의 한 영업점에서는 2020년 8월 31일부터 올해 3월 8일까지 취급된 주택담보대출 등 총 111억3800만원의 가계대출에서 대출 신청인의 소득이 과다하게 산정되는 등 채무상환 능력 평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나머지 3건의 부당 대출은 모두 농협은행에서 이뤄졌다. 농협은행은 지난 3월 B영업점 직원이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09억원 규모의 부동산 관련 담보대출을 내주는 과정에서 담보가치를 부풀려 대출 금액을 과다 산정한 사실을 적발했다.

5월에는 농협은행 C영업점에서 2018년 7월 16일부터 8월 8일까지 11억225만원 규모의 대출을 취급하면서 부동산 가격 고가 감정으로 초과 대출이 발생했다.

D영업점에서는 2020년 8월 11일부터 지난해 1월 26일까지 채무자가 위조한 공문서를 확인하지 않고, 감정가보다 높게 가치를 책정한 초과 대출사고가 53억4400만원 규모로 발생했다.

최근 발생한 부당 대출 사고는 대부분 부동산 등 담보물 가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서류를 조작해 초과 대출을 내준 사례다. 담보물에 대한 대출 한도액을 초과하거나, 담보로 할 수 없는 물건을 담보로 해 고의로 대출한 경우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

금감원, 정밀조사…은행 여신 내부통제 시스템 보완 추진
초과 대출 등 부당 대출 사고가 반복되면서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감원은 국민은행 부당 대출의 원인으로 미흡한 대출 시스템을 지목했다. 국민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출 시 영업점과 본부에서 차주의 재직과 소득 증빙을 추가로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 일부 가계대출의 경우 확인 절차는 있으나 본부 확인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은행에서도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드러났다. 금감원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은행권 중소기업 부동산담보대출 자체 점검을 실시한 결과 다수 은행이 감정평가액 부풀리기나 대출한도 과다 산출을 통제하기 위한 업무 방법 및 전산시스템상 미비점을 확인했다.

상당수 은행에서는 영업점의 대출 취급자가 감정평가법인을 지정할 수 있어 대출취급자의 공정하지 않은 가치평가를 차단할 수 있는 직무분리 체계가 미흡했다.

일부 은행은 감정평가액이 실제 매매가격을 크게 상회하는 경우에도 검증 없이 담보가액으로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대출한도가 과다하게 산정되고 있었다. 영업점 자점검사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자점검사 책임자의 개인 역량에 따라 점검 수준의 편차가 커 사후 점검의 실효성도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 검사부는 이번 점검에서 발견한 초과 대출 의심 거래 124건에 대해 대출 취급 경위와 직원의 고의·중과실 여부 등을 확인하는 2차 정밀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해당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위법·부당 행위에 대한 후속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내부통제 시스템도 개선한다. 금감원은 여신 내부통제 시스템 보완 관련 모범규준 개정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은행권 공통 개선 과제에 대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은행들이 제출한 내부통제 개선 계획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안내하며 이행 현황을 지속 확인‧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매매가‧감정평가액 부풀리기를 예방하고 대출한도 과다 산출을 통제하는 은행의 사고 예방체계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감독‧검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3일 임원회의에서 “은행권 가계대출 취급 과정 대한 현장점검과 함께 관계부처 합동 조사를 통해 편법대출 등에 대해 엄중히 조치하라"고 주문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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