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4일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15일)에 대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해당 문서에는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내용이 담겼다. 금감원의 제동으로 해당 증권신고서는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논란은 합병비율에서 시작됐다. 두산에너빌리티를 1대 0.24 비율로 존속법인과 투자부문(신설, 두산밥캣 지분 보유)으로 인적분할하고 두산로보틱스가 투자부문 주주들로부터 지분을 넘겨받는 대가로 신주를 지급한다. 해당 합병비율은 1대 0.13이다.
예를 들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인적분할 과정에서 존속법인 76주, 투자부문 24주를 받게 된다. 여기서 투자부문 24주를 두산로보틱스에 넘기고 두산로보틱스 주식 3주를 받는다. 즉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분할합병 비율이 1대 0.03 수준이다.
문제는 두산에너빌리티 투자부문이 인적분할 되면서 비상장사로 분류됐다는 점이다. 비상장사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하는 방식으로 가치를 산정한다. 두산그룹이 비상장사 가치평가에 대한 빈틈을 노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교환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속적자를 내고 있는 두산로보틱스와 캐시카우인 두산밥캣 합병에 대해 두산밥캣 주주가 불리하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이미 흔들린 신뢰, 평판 리스크 확대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 의견을 내놨다. 우선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 지배력을 강화하게 되면서 자금조달 등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그룹 지주사인 두산 또한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지원 부담을 덜게 됐다.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지배력이 약해지면서 배당수익 등이 감소하게 돼 신용도 측면에서는 불안하다. 하지만 두산의 신용도가 높아진다면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부정적 요인은 어느 정도 상쇄될 수 있다.
한편, 국내 신평사들의 메시지를 자세히 보면 우려하는 대목이 있다. 신용도에 대한 평가는 두산그룹이 제시한 지배구조 개편이 원안대로 진행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신평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두산그룹의 두산밥캣에 대한 개입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상태다. 그 자체로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과 채권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했다.
특히 경계하는 대목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이다. 소액주주들에 합병비율이 불리한 만큼 주식매수청구권이 대거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 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
지배구조 개편 진행 여부와 상관없이 두산그룹은 평판 리스크에 노출된 셈이다. 결과에 상관없이 향후 시장에서 자금조달을 지속해야 하는 두산 계열사들에 대한 투자자들이 반응이 차가워질 수 있다.
한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2대주주는 국민연금이다. 각각 6.85%, 7.22%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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