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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월)

[혼돈의 이커머스②] 쿠팡·컬리·SSG닷컴·롯데온, 강자만이 살아남는 생존경쟁

기사입력 : 2024-07-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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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커머스, 소비 침체 변수…국내 이커머스 경쟁 심화
쿠팡, 공정위 갈등·멤버십 인상 등 논란 또 논란
SSG닷컴·롯데온, 신세계·롯데 뒷배 무색…희망퇴직
컬리, 유일 실적개선 첫 분기흑자…살얼음판 속 '미소'

쿠팡이 유료회원제인‘와우멤버십’ 가격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한다. /사진제공=쿠팡이미지 확대보기
쿠팡이 유료회원제인‘와우멤버십’ 가격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한다. /사진제공=쿠팡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강자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다만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침체와 C-커머스 등장으로 국내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다. 쿠팡이 상위 사업자로 독주하고 있음에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2·3세대 이커머스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쿠팡은 최근 공정위와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SSG닷컴과 롯데온은 계속된 적자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프리미엄·초신선을 차별화로 내세운 컬리는 유일하게 실적 개선을 이뤄내며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모습이다.

◆ ‘탄탄대로’ 쿠팡이었는데…공정위와 갈등·멤버십 인상

올해 쿠팡(대표이사 강한승닫기강한승광고보고 기사보기·박대준)은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초저가 전략을 내세운 C-커머스의 등장으로 올 1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고, PB우대 의혹과 관련해 공정위와 갈등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유료멤버십 서비스인 ‘와우멤버십’ 요금제도 오는 8월 약 60% 인상이 예정돼 있어 회원 이탈 우려까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쿠팡과 PB사업을 운영하는 자회사 CPLB의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원을 잠정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쿠팡과 CPLB를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1400억원은 국내에서 단일 기업이 단일 사안에 대해 부과받은 과징금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다.

이 여파로 쿠팡은 로켓배송 서비스 중단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동안 막대한 투자금을 기반으로 로켓배송과 같은 여러 가지 서비스를 운영했는데 1400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낸다면 이는 더 이상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쿠팡이 로켓배송을 무기로 소비자에게 협박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로켓배송 중단이 현실화되긴 쉽지 않다. 소비자들은 로켓배송을 이용하기 위해 쿠팡을 사용하는데 이를 쓰지 못하게 된다면 결국 회원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1400만 유료 회원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쿠팡에게는 치명적이다.

멤버십 인상도 우려되는 점 중 하나다. 쿠팡은 8월부터 기존 회원을 대상으로 유료멤버십 ‘와우멤버십’ 가격을 7980원으로 올린다. 기존 4990원에서 60% 가량 오른 가격이다. 2021년 2900원에서 72% 오른 4990원으로 가격을 매긴 점과 비교하면 낮은 인상률이지만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에게도 꽤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여기에 인상 과정에서 밝혀진 다크패턴(눈속임 상술)과 가격 대비 혜택의 폭이 좁은 점이 걸림돌로 예상된다.

◆SSG닷컴, 정통 유통강자 이마트 효과 없나

강남 센터필드 SSG닷컴 본사./ 사진제공 = SSG닷컴이미지 확대보기
강남 센터필드 SSG닷컴 본사./ 사진제공 = SSG닷컴
SSG닷컴(대표이사 최훈학)도 쉽지 않다. 올해 FI(재무적 투자자)와 1조원 규모의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 갈등이 발생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FI가 1조원을 들여 투자했던 지분 30%를 되사는 대신 연말까지 제3자에게 팔기로 합의하면서 갈등을 봉합했다. 이후 복수 증권사가 지분 30%를 사들일 가능성이 커져 급한 불은 겨우 껐다는 평가가 나온다.

IPO 지연으로 FI와 갈등을 빚고, 수익성 악화 등 여러 악재가 겹친 상황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용진닫기정용진광고보고 기사보기 신세계그룹 회장은 칼을 빼들고 이인영 SSG닷컴 대표를 해임하고, 최훈학 SSG닷컴 영업본부장 전무를 대표자리에 올렸다.

최 신임 대표는 SSG닷컴에 오자마자 희망퇴직부터 단행했다. 2021년 출범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데다 이커머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력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영진 인사를 단행한 지 약 보름 만에 이뤄진 조직 슬림화다.

급격한 회사 변화에 내부 직원들은 동요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까지 재택과 원격 근무를 해오던 SSG닷컴은 올해부터 직원 모두 회사로 출근하는 형태로 전환하면서 근무환경까지 바꿨다. 갑작스러운 인사와 근무환경 변화는 회사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롯데온, 롯데라는 뒷배가 무색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이커머스 롯데온. /사진제공=롯데온 이미지 확대보기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이커머스 롯데온. /사진제공=롯데온
롯데온(대표이사 박익진)은 2020년 출범하면서 “2023년까지 연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액이 1351억원인데, 롯데온이 내세운 목표액과 비교하면 목표액의 1%에도 못 미친다.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5000억원을 넘어섰다. 롯데그룹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무색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통업을 전개하는 롯데였던 만큼 유통 노하우를 총 집약해 탄생시켰지만 존재감은 미미했다. 롯데온의 현재 시장점유율은 약 5% 수준으로 알려졌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수장도 여러 번 교체했다. 2020년 롯데온의 초대 수장인 조영제 전 대표가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뒤 지마켓 출신인 나영호닫기나영호광고보고 기사보기 전 대표가 2년간 롯데온을 이끌었지만 임기연장에 실패했다. 이후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박익진 어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글로벌 오퍼레이션그룹 총괄헤드가 롯데온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

금융·재무 전문가로 알려진 박 대표도 결국 수익성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론칭 5년 만에 처음이다. 이커머스 상위사업자의 독주, C-커머스 공습으로 인한 이커머스 경쟁 심화로 인력 효율화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던 것으로 풀이된다.

어려운 상황 속 희망이 있다면 박 대표의 심폐소생 능력이 아닐까 싶다. 박 대표는 과거 비즈니스 네트워킹 사회관계망서비스 링크드인에서 자신을 “사모펀드 전문가로 금융, 통신, 전자 산업에서 마케팅, 상품개발, 전략 기획을 경험했다”며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턴어라운드(실적 호전) 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컬리, 살얼음판 속 미소

컬리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컬리CI./사진제공=컬리이미지 확대보기
컬리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컬리CI./사진제공=컬리
모두가 울상 지을 때 슬며시 나홀로 미소 짓고 있는 건 컬리가 아닐까 싶다. 최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살얼음판과도 같지만 꾸준히 프리미엄 차별화 전략을 내세운 점이 빛을 발했다. 지난해 매출은 2조774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사상 처음 분기 흑자를 냈다.

컬리는 출범 이후 꾸준히 ‘프리미엄’과 ‘초신선’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대부분 이커머스가 가격으로 승부를 볼 때 컬리는 상품과 서비스 품질에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컬리는 ‘컬리에서만 살 수 있는 것’들로 입소문이 났고 견고한 고정고객층을 만들었다. 이런 까닭에 수익성은 악화됐지만 차별화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고수했다.

운도 좋았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C-커머스 공습에서 한발 비껴나 있었다. 공산품이 많은 C-커머스와 겹치는 영역이 적었고, C-커머스가 판매하는 신선식품과는 다른 고품질의 신선식품을 판매하면서다. 이렇게 성장궤도에 올라탄 컬리인 만큼 IPO재추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오랜기간 적자의 꼬리를 끊어내지 못한 컬리였지만 그간 고수해온 ‘프리미엄’ 차별화 전략, 선택과 집중을 통한 비용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책들이 최근 시너지를 내면서 마침내 긍정적인 결실을 맺었다. 이와 동시에 멤버십 요금과 혜택을 강화하며 충성고객 유입에도 힘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시작으로 출혈경쟁을 이어오던 국내 이커머스들이 이제 수익성을 토대로 한 강자 중심의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며 “무리한 투자보다는 비용감축을 통한 수익성 개선 작업에 당분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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