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두산밥캣 주주들은 좌불안석인 상황에 빠졌다. 두산밥캣 주주는 보유 주식의 일부 또는 전략을 두산로보틱스 주식으로 바꿔야 하는데 수년째 적자 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으로 교환해야 한다는 점이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오는 9월 25일 주주총회 의결, 10월 29일 분할 합병기일, 11월 5일 주식교환일, 11월 25일 신주 상장 순으로 진행된다.
두산그룹은 핵심사업을 ‘클린에너지(Clean Energy)’, ‘스마트 머신(Smart Machine)’, ‘반도체 및 첨단소재(Advanced Materials)’ 등 3대 부문으로 정하고, 계열사들을 사업 성격에 맞는 부문 아래 위치하도록 조정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지난해 매출액은 9조7585억원으로 두산에너빌리티 전체 17조5898억원의 55.48%를 차지했다. 두산밥캣 영업익은 1조3899억원으로 두산에너빌리티 연결기준 영업익 1조4673억원의 94%를 차지했다.
지난해는 사실상 두산밥캣이 두산에너빌리티를 먹여 살린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최소 30조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테믈린 원전 수주 가능성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원전확대 가능성으로 주력사업인 원전 주기기 사업 전망이 밝아지며 한숨 놓았다.
반면 두산밥캣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배력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사업재편 후 지주사 (주)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지분율은 68.2%에서 42.3%로 희석되지만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은 13.8%에서 42%로 향상된다.
1분기말 기준 박정원닫기박정원기사 모아보기 두산그룹 회장의 (주)두산 지분율은 7.64%다. 동생인 박지원 부회장(5.5%)를 포함, 친인척·비영리법인 및 등기임원 등 30명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38.4% 다.
반면 두산밥캣 주주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 11일 주식교환·이전결정에 관한 공시를 통해 “두산밥캣 주식을 두산로보틱스에 이전하고, 그 대가로 주식교환 대상주주에게 두산밥캣 보통주삭 1주당 두산로보틱스 보통주식 0.6317462주를 교환해 지급하겠다”고 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식 교환 방식에 대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 보유 시, 존속법인 주식 75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3주, 두산밥캣 주식 100주 보유 시 두산로보틱스 주식 수 63주를 받게 되는 구조”라면서 “재편의 수혜는 두산로보틱스에 집중돼 있다”고 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12일 논평을 통해 “두산밥캣 일반주주들은 매출 규모가 두산밥캣의 183분의 1인 530억원에 불과하고, 19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두산로보틱스와 같은 기업가치로 주식을 바꿔야 하는 것은 충격적인 상황”이라며 비판했다.
반면 두산그룹은 이번 조치가 두산밥캣 주주들에게도 향후 주가 상승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역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성숙기에 이른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로의 편입과 양사의 시너지를 통해서 주가 부양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AI 등 신사업에 대한 중복투자가 사라지고 효율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에게는 주가가 상승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의 가치가 두산에너빌리티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3%로 분할로 인해 두산에너빌리티 기업가치는 11.3% 하락하지만, 주식 수는 24.7% 감소하므로 사실상 주가는 약 17.6% 오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홍윤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ahyk815@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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