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의 WM 부문 시장점유율(별도 손익기준)에서 미래에셋증권은 36.3%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18.5%), 삼성증권(18.3%), NH투자증권(18.1%), KB증권(8.8%) 등 여타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독보적 수치다.
WM은 증권사의 대표적인 B2C 사업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성이 낮지만 B2C 특성상 한 번 입지를 구축하면 고객 충성도가 높아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증권사들은 기업금융(IB) 쪽에 집중했다. IB는 WM과 달리 B2B 성격이 강하다. 한 번 인연을 맺은 기업과는 굵직하면서도 지속적인 거래를 이어갈 수 있다. 반면, 특정 발행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리스크도 큰 편이다.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해외 부동산 우려 여파를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미래에셋증권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은 그간 WM 분야에 대해 심혈을 기울여왔다. 우리나라도 고령화시대를 맞이하면서 WM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기저에 자리잡은 탓이다.
최근 박현주닫기박현주기사 모아보기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국제경영학회(AIB)에서 ‘올해의 국제최고경영자상’을 받은 후 “IB보다 WM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이 WM 부문을 강조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서 WM은 크게 부각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미래에셋증권은 꾸준히 WM 부문을 강화하면서 수익 안정성을 높여왔다.
얼핏 보면 끈끈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IB부문보다 WM에 집중한다는 것은 다소 위험하면서도 공격적인 전략으로 내비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증권사들이 장기전을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WM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금융사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면서 고객별로 맞춤형 투자포트폴리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이 WM 부문에만 집중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과거부터 사업부문별 탄탄한 성장을 이룬만큼 향후에도 균형적인 발전을 보일 전망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모든 사업이 장기적 측면에서 네트워크를 B2C가 중요하다”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B2B는 사업 초기 현금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장기적으로는 B2C가 강해야 해당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충분히 갖춘 만큼 WM을 중심으로 한 B2C 역량을 강화하면서 사업 전반 균형적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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