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지배종에서 배우 한효주가 연기한 주인공 윤자유 대표가 한 대사다. 지배종은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종(인간)을 지배하는 최상위 위치에 있는 권력을 말한다. 드라마에서는 배양육을 만들어 먹이사슬을 끊은 극중 한효주가 설립한 회사 BF를 일컫는다.
IFRS17은 보험 계약 미래 이익인 보험계약마진을 보험 부채로 평가하고 이후 일정 기준에 따라 점진적으로 이익으로 인식한다. 보험계약 유지율이 길수록 이익이 많이 나는 구조이므로 IFRS4 회계기준에서 지적됐던 단기 경쟁보다 가치 경영을 추구할 수 있다는게 도입 기대효과였다.
기대와 현실 간 괴리는 컸다. IFRS17 도입 후 과열 경쟁은 심화됐다. 단기 이익 중심 경영도 마찬가지다. CSM을 높이기 위한 신계약 경쟁이 발생하면서 GA 고시책 경쟁이 나타났다. 고시책 경쟁에서는 체격이 큰 대형사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당장 수익 내기에는 좋지만 향후 해지율에 따라 보험사에게는 리스크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단기납 종신보험을 많이 팔았다고 하더라도 대형사는 5년, 7년 후 대량 해지환급금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여력이 있다. 유동성 리스크는 하나생명같은 중소형사에만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임기가 오래해봐야 5년인 보험사 CEO 입장에서는 장기 가치 경영을 추구할 이유가 없다. 연임을 하려면 2년 또는 3년 내에 바짝 이익을 내야 한다. 리스크는 해당 CEO가 퇴임하고 후임 CEO가 수습해야 한다. CEO에 폭탄돌리기가 되는 셈이다.
계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해도 생보 빅3, 손보 빅4 이익이 떨어질지는 의문이다. 이익이 줄어든다고 해도 빅3, 빅4가 '지배종'인건 변함이 없다.
타격은 결국 중소형사가 더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단기납 종신보험으로 그나마 신계약을 일으켰던 중소형사들은 당국 규제 이후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손보사는 그나마 사정이 났지만 중소형 생보사들은 건강보험으로 대형사와 경쟁해서 이기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대형사들의 시책으로 시장 질서가 혼란스러워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위에서는 보험업권 문제가 여전하다며 보험개혁회의를 출범했다. TF 5개 중 하나가 신회계제도반이다. 실적 거품을 어떻게 꺼뜨리느냐 보다 대형사 중심으로만 돌아가는 보험 구조 개혁이 먼저다. 금융당국이 보험사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선하지 않다면.
전하경 한국금융신문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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