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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 남들 실패한 中서 세자릿수 성장 일군 저력의 그녀

기사입력 : 2024-06-17 00:00

(최종수정 2024-06-17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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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최초 여성 CEO…취임 1년만에 실적 반등
중국·미국 투트랙 전략 “2년 부진 털고 다시 성장”

△ 1963년생 / 이화여대 경제학과 / 1986년 LG생활건강 입사(LG그룹 공채) / 2011년 생활용품 사업부장 / 2015년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 부사장 / 2018년 리프레시먼트(음료) 사업부장(부사장) / 2023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현)이미지 확대보기
△ 1963년생 / 이화여대 경제학과 / 1986년 LG생활건강 입사(LG그룹 공채) / 2011년 생활용품 사업부장 / 2015년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 부사장 / 2018년 리프레시먼트(음료) 사업부장(부사장) / 2023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현)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이정애닫기이정애기사 모아보기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1년여 만에 역성장 고리 끊기에 나섰다. 지난 2021년 이후 내리막으로 돌아선 회사 방향을 다시 ‘성장’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어디서 이런 저력이 나오는 것일까.

이정애 사장은 직원들과의 활발한 소통, 자사주 매입 등 책임경영으로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LG생활건강 전 분야를 두루 거쳤기 때문에 각 브랜드에 대한 특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LG그룹 공채 출신으로 그룹 첫 여성 부사장, 최초 사장 타이틀을 거머쥐며 LG 여성 임직원들 희망으로 떠오른 이정애 사장 힘의 원천을 살펴봤다.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728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1조6837억원) 대비 2.7%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1510억원으로, 전년(1459억원)보다 3.5% 상승했다. LG생활건강이 매출 반등에 성공한 것은 지난해 1분기 이후 4개 분기 만이다. 영업이익에서는 지난 2021년 3분기 이후 10개 분기 만이다.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월 신년사로 “2년 부진을 털어내고 새롭게 성장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는 올해 경영 전략으로, ▲더후(The Whoo) 등 주요 브랜드 글로벌 뷰티 시장 공략 확대 ▲조직역량 강화 ▲데이터를 통한 업무 효율성 제고와 성과 창출 ▲차별적 고객가치를 위한 몰입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1963년생 이정애 사장은 이화여자대학 경제학과를 나온 후 1986년 LG생활건강에 공채로 입사했다. LG화학 생활용품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를 시작했으며, 헤어케어와 바디워시 같은 제품들 브랜딩을 맡았다. 생활용품사업부장을 거쳐 2009년 처음 임원(상무)으로 승진했다. 이후 2013년 전무로 승진했고, 2016년엔 LG그룹 공채 출신 첫 여성 부사장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 LG생활건강 자회사 코카콜라음료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러다 2022년 11월 마침내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며, LG그룹 공채 출신 첫 여성 CEO가 됐다.

이 사장은 마케팅 전문가답게 제품 브랜딩에 탁월하다. 가격 경쟁보다는 제품 차별화를 통한 프리미엄 전략을 펼쳤다. 이 사장 손을 거친 제품만 꼽아도 ‘리엔’ ‘오가니스트’ ‘더후’ 등 다양하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 ‘더후’ 브랜딩 전략으로 ‘왕후의 궁중 문화’라는 이미지를 설정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더후’ 공식 온라인몰도 론칭해 고객 접점을 늘렸다. 신사업으로는 뷰티테크를 주목, 타투(Tatto) 수출에도 나섰다.

K뷰티 주력 시장은 중국이다. 그러나 이 사장이 취임할 당시에도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뛰는 등 대외적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달러 환율도 치솟았다.

이 사장은 타개책으로 중국과 미국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미국에서는 LG생활건강이 인수한 에이본컴퍼니, 보인카, 더크램샵 등 뷰티 자회사를 내세워 현지 시장을 두드렸다.

아울러 스타벅스, 아마존 등에서 마케팅 경력을 다졌던 문혜영 부사장을 LG생활건강 미주사업총괄로 영입했다. 이 사장은 문 부사장과 함께 ‘더후’ ‘오휘’ ‘빌리프’ 등 K뷰티를 미국 시장에서도 전개했다. LG생활건강 지난해 북미 매출은 6007억원으로, 전년(5414억원) 대비 10.9% 성장했다.

이 사장은 중국 시장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면세점 수요가 줄어드는 것에 착안해 이를 온라인으로 재편했다. 그는 ‘더후’를 티몰, 도우인 등 중국 온라인 채널에도 입점시켰다. 이들 채널에서 1분기 매출 신장률은 세 자릿수가 넘는다.

최근에는 중국 유명 인플루언서를 국내로 초청해 화장품 생산공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이들 인플루언서는 ‘더후’ 생산공장과 연구소 등을 견학하면서 라이브 방송을 했다. 현지 바이럴 마케팅으로 이어지도록 고안했다. 이에 LG생활건강 1분기 중국 매출은 2135억원으로, 전년(1942억원) 대비 9.9% 올랐다. 지난해 중국 매출이 두 자릿수(-14.1%) 감소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이다.

이 사장은 코카콜라음료 대표이사직을 맡은 경험을 살려 음료 사업도 착실하게 챙겼다. 특히 코로나 기간 온라인 구매가 활성화하는 점에 착안해 이커머스 중심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특히 ‘제로 칼로리’ 열풍에 맞춰 코카콜라, 몬스터 에너지, 씨그램 등 주요 브랜드 신제품을 선보였다.

코카콜라의 경우 지난 2월 바나나 향을 입힌 제로 콜라(‘K-Wave’)를 공개했다. 캔 겉표지에는 세계 최초 한글명을 표기했다. 몬스터 에너지는 복숭아 향을, 환타에는 오렌지 향을 입힌 ‘제로 칼로리’ 제품도 내놨다. 이에 LG생활건강 음료 사업 매출도 상승세를 탔다. 1분기 음료부문 매출은 4344억원으로, 전년(4192억원) 대비 3.6% 올랐다.

LG생활건강 타투 프린터기 임프린투. /사진=LG생활건강이미지 확대보기
LG생활건강 타투 프린터기 임프린투. /사진=LG생활건강


이 사장은 그룹 신성장 동력으로 뷰티테크를 지목했다. 역점 사업으로 타투 보급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 5월 개발한 초소형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IMPRINTU)’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섰다. 임프린투는 집에서도 타투를 할 수 있는 초소형 프린트기다. 임프린투 전용 앱에서 타투 디자인을 선택하면 2~3초 안에 완료된다. 그러면 타투를 입힐 피부나 의류에 최대 600dpi 고화질로 타투를 할 수 있다. 임프린투로 새긴 타투는 하루 정도 지속한다. 피부용 ‘비건 잉크’를 사용해 인체에 무해하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국내 뷰티업계 최초로 참가했다. 당시 행사장에서 임프린투를 해외 바이어들에 알렸다. 작년 12월에는 태국 방콕 현지 유명 쇼핑몰에 임프린투 체험관도 개장했다. 이 사장은 동남아에서 임프린투가 실제 매출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도 참가했다. 현장에서는 임프린투를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바이어 상담도 개최했다. 임프린투는 현재 44개 국가에서 판매 중이다.

이 사장은 빌리프, CNP, 더페이스샵 등 자사 브랜드를 글로벌 무대로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또 내수시장에 국한한 피지오겔이나 닥터그루트도 적극 투자해 글로벌 MZ세대로 타깃을 넓혔다.

이 사장은 시장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역량 강화에도 나섰다. 국내외 법인 간 긴밀한 협업 체계를 갖춰 지역별·직능별 전문가 육성 등 인재 확보에 열을 올렸다.

이 사장은 데이터 기반 업무 구축에도 나선 상황이다. D2C(Direct-to-Customer·판매자의 소비자 직접 판매) 강화, 고객 데이터 통합 관리 시스템 ‘커스터머 360(Customer 360)’ 구축, 포인트 통합 등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LG유니참 구미공장 태양광 패널. /사진=LG생활건강이미지 확대보기
LG유니참 구미공장 태양광 패널. /사진=LG생활건강


이정애 사장은 ESG 경영에도 적극적이다. 생리대, 기저귀 등을 생산하는 엘지유니참을 주축으로 힘을 줬다. 2030년까지 연간 163톤 이산화탄소(CO2) 저감을 목표로, 재생 에너지 전환에 나섰다.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고객들에게 적합한 선택지를 제공했다. 국내 뷰티업계 최초 순도 100%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원료로 한 친환경 화장품 포장재도 개발했다. 이에 한국환경포장진흥원이 주최하는 ‘그린패키징 공모전’에서 환경부장관상도 수상했다.

이 사장은 여성 취약계층에도 손을 내밀었다. 서울·경기 내 여성 장애인들에게 1인당 500만원 안팎 보조기기를 제공했다. 뇌 병변·지체·시각·청각장애인 등 지원 대상도 다양하다. 예컨대 청각장애인에게는 말 소리를 문자로 바꿔주는 ‘대면 소통기기’를 지급했다. 아울러 1분기에만 생리대, 기저귀 33만 장을 기부해 전국 107개 시설에 소속된 한부모 가족의 엄마와 아기에게 전달했다.

이 사장은 친환경 행보에서 청년 기후 활동가 100여 명과 함께 ‘그린밸류 YOUTH’도 새롭게 추진했다. MZ세대 시각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기업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를 소비자들에게 세세히 알려준다. 국내는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에서도 선발했다. 이 사장은 울산 도심에 임직원들과 나무 1400그루를 심었으며, 서울 중랑천을 수달 보호지역으로 설정하는 등 생태계 보존에도 나섰다. 서울 종로구에는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는 충전기, 멀티탭, 보조배터리 등을 수거하는 ‘에코스테이션’도 개관했다.

LG생활건강 매출은 지난 2021년 8조91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K뷰티가 약세를 보이면서 2022년 7조1858억원, 지난해 6조8048억원 역성장을 그렸다. 이 사장은 온라인 채널로 빠른 재편과 글로벌 수출 전략 재설정 등으로 그 고리를 끊겠다는 각오다. 1분기 실적 반등으로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이 사장은 “2024년은 변곡점의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우리의 간절함과 치열함으로 임직원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회사, 누구나 함께 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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