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은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구본성 전 부회장이 제안한 자신의 장남 구재모씨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가결했다. 동시에 구지은 부회장의 재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아워홈은 창업주 고 구자학 회장이 지난 2000년 LG유통에서 FS(식품서비스) 사업 부문을 계열 분리하면서 출범한 회사다.
구지은 부회장은 2015년까지 아버지 구자학 회장의 총애를 받고 아워홈 경영 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범LG가인 아워홈도 장자 승계 원칙을 따랐고, 구본성 전 부회장이 이듬해 취임했다. 구지은 당시 부사장의 보직이 해임되면서 아워홈 남매 갈등도 처음 수면 위로 올랐다. 이후 2021년 6월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구미현씨가 구지은 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세 자매의 지분 총합이 59.55%가 되면서 구본성 전 부회장 지분을 누른 것이다. 세 자매는 의결권 통일 협약을 맺었다.
경영권을 잡은 구지은 부회장은 전면 리브랜딩에 나섰다. 냉동 도시락 브랜드 ‘온더고’ 신규 제품을 내고, 프리미엄 간편식 ‘구氏반가’를 선보였다. 식자재 사업에서도 영남지역 시니어·키즈를 위한 먹거리 시장을 공략했다. 요양원에서는 노인들을 위한 케어푸드를, 유치원에서는 유아들을 위한 안전 먹거리를 맞춤형으로 제안했다. 병원의 경우 아랍권 환자까지 포괄한 할랄 메뉴까지 내놓았다.
이에 아워홈은 지난해 매출이 1조9835억원으로, 전년(1조8354억원) 대비 8.1% 오르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 역시 943억원으로, 전년(537억원)보다 75.6%나 폭등했다. 부채 비율도 2020년 197.8%에서 지난해 113.2%로 대폭 완화됐다. 그러나 배당금을 둘러싼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아워홈은 결국 수렁에 빠졌다. 지난해의 경우 배당금으로 구본성 전 부회장이 2966억원을, 구미현씨는 456억원을 요구했다. 2022년 기준 아워홈 순이익 250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규모다.
구 전 부회장은 현재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전히 아워홈 남매 갈등은 불씨가 남아있다. 앞서 언급한 세 자매가 맺은 의결권 통일 협약 때문이다. 구본성·구미현 남매가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특히 구미현씨가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의 편에 서면서 세 자매가 맺은 협약을 어기게 됐다. 이럴 경우 구미현씨는 최대 1200억원의 위약금을 물을 수 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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