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희망을 찾는다는 모순된 이야기이지만 새로운 삶의 변화를 위한 자기 가치의 희생을 찾는 작품들이다. 경상북도 안동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농부화가 우건우의 작품전이다.
1년의 절반은 농사를 짓고 절반의 시간에 작품활동을 한다고 스스로 밝힌 그는 ‘영원한 것은 영원히 없다’는 다소 상반된 의미의 작품들이 선보인다. 늘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그의 작품은 농부가 새봄에 씨앗을 심는 것은 풍년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봄이기 때문에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
종교적 관점이 아니더라도 한 알의 밀알이 썩지 않으면 한 알의 밀알뿐이라 했듯이 생명을 다해야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있다. 들녘의 많은 생명들이 한해를 마감하는 늦은 가을, 화려한 꽃이 지고, 풍성한 곡식들이 거두어 진다. 이 모두는 새로운 한해를 위한 마감이면서 또 다른 시작을 이야기한다. 작품 제목처럼 작품들은 언제나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찾는다.
작품 중심에는 목화가 있다. 활짝핀 목화 솜꽃 주변으로 시들어가는 꽃과 씨앗을 함께 그려져 있다. 그러면서 목화 꽃과 목화 솜 꽃이 다르다는 것을 밝힌다. 꽃이 여물고 나면 솜 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꽃이 시들어 지고나면 사람들이 쓰고 싶은 솜꽃이 핀다. 목화꽃이 지고 솜꽃이 펴야 효용 가치가 생겨난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와 닮아있다. 반복과 순환이라는 무시유종(無始有終)의 철학적 개념까지 확장된다.
시들어야 가치가 만들어지는 목화꽃이나 시들어 열매를 맺는 수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나비들까지, 자연의 지혜를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우건우의 작품감상에는 진중한 바라봄과 숙연한 생각의 다짐이 필요하다. 전시는 3월 29일부터 4월 11일까지 삼청동 더아트나인갤러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창선 한국금융신문 기자 lcs2004@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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