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원 JB우리캐피탈 대표는 한국금융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고차금융시장 업계 1위 도약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자신했다.
지난 3년간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그는 “여신전문회사 CEO를 한 지 9년 정도 되는데 CEO로서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과거 아주캐피탈(現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시절에는 시장이 좋아지는 타이밍이라 사실 힘든 시기가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22년 말 금리 급등과 자금시장 경색은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어려움이었고 이로 인해 신용대출과 부동산PF 자산의 부실화가 급속히 진행됐던 시기었다”며 “2008년에는 금융사 소속이 아니었기에 간접적으로 경험했지만 이번에는 경영자로서 직접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했었다”고 기억을 곱씹었다.
JB우리캐피탈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021년 1705억원 ▲2022년 1785억원 ▲2023년 1875억원으로 매년 우상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부동의 4위 자리를 벗어나 KB캐피탈을 꺾고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 순익 3위 자리에 올랐다. 지방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가 4대 금융지주 계열사를 앞질러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포트폴리오 변화로 성장 동력 마련
박 대표는 꾸준한 실적 성장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선제적인 포트폴리오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답했다. 박 대표는 “상품 포트폴리오 비중은 상품의 매력도만으로 정할 수는 없고 기존의 사업포트폴리오 하에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정 상품의 매력도가 떨어진다해도 급격하게 비중을 축소할 수는 없는 것이며 인력 배치등을 고려해 최선의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박 대표가 앞서 얘기한 ‘포트폴리오 변화’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는 오토·개인·기업 사업 부문별 세부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박 대표는 “오토금융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중고차금융을 확대했으며 개인금융의 신용대출도 순수신용대출 위주에서 부실 위험이 낮은 중고차담보대출 비중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금융에서도 부동산금융 비중은 확대를 지양하고 비부동산금융 비중을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제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은 기대치 못한 효과도 가져왔다. 박 대표는 “2022년 초에 브릿지론 한 건에서 부실이 발생한 적 있는데 이를 계기로 부동산PF는 영업과 심사를 매우 보수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최근 금융업권 전반이 부동산PF 연체로 고심하는 것과 달리 JB우리캐피탈은 관련 연체가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2022년 한 건의 브릿지론 부실을 경험한 것이 경험이 약이 됐다”며 “이로 인해 경쟁사 대비 빠르게 보수적인 정책을 펼쳤고 추가적인 부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략·경험 바탕으로 중고차금융 왕좌 수성
박 대표는 오토금융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중고차금융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오토금융 시장에서 JB우리캐피탈이 꾸준히 사업 확대를 이어나갈 수 있는 건 박춘원 대표의 경험과 10년간 흔들림 없이 추진해온 전략이 더해진 결과다.박 대표는 과거 금융위기를 간접적으로 겪으면서 생겼던 경험이 중고차금융 성장에 유용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캐피탈 업계가 자금조달이 안돼서 영업을 못하고 있을 때 해외에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던 현대캐피탈은 이를 바탕으로 영업을 이어가 중고차 금융시장 1위가 될 수 있었다”며 회상했다.
이어 “위기를 기회로 이용했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2022년 말 여전사 전체적으로 자금 위기를 겪을 때 경쟁사들은 영업을 축소했으나 JB우리캐피탈은 다른 상품은 줄여도 중고차 금융은 줄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선택은 옳았다. 경쟁사의 중고차금융 축소로 갈 곳을 잃은 거래처들이 JB우리캐피탈로 넘어오게 된 것이다. 영업의 동력인 영업사원들도 대거 영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박 대표는 “영업 축소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던 경쟁사 영업사원들이 넘어오고 거래처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 대표가 ‘딜러 다이렉트 영업’을 꾸준히 이어간 것도 1위 도약의 핵심 전략이 됐다.
캐피탈업계 중고차 영업 방식은 ‘제휴점 영업 모델’과 ‘딜러 다이렉트 영업 모델’이 있다. ‘제휴점 영업 모델’은 말 그대로 제휴점을 통해 영업하는 것이며 ‘딜러 다이렉트 영업’은 제휴점 없이 딜러를 통해 바로 영업하는 방식이다.
과거 중고차 영업시장은 보통 제휴점을 통했다. 당시에는 제휴점에 지불하는 수수료에 제한이 없었기에 금융사들끼리 경쟁하며 제휴점 수수료가 10%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정부는 2013년 대출 수수료가 취급액의 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대출모집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했다.
적어진 수수료를 제휴점과 딜러가 나눠야 하는 상황에 업계의 불만이 고조될 때 당시 박 대표가 있던 아주캐피탈은 제휴점이 아닌 딜러와의 직접 영업 방식을 제시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인 만큼 쉽지는 않았다.
박 대표는 “저희가 ‘딜러 다이렉트 영업’을 선택한다고 하니 제휴점들이 모두 거래를 거부했고 결국 저희가 갖고 있던 제휴점 영업을 모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다행히 당시 저희 회사의 제휴점 영업이 높지 않았기에 과감히 포기하고 딜러 시장에 집중했다”고 했다.
‘딜러 다이렉트 영업’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딜러들을 모으고 시장을 구축하는 건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꾸준히 시장을 확장한 결과 아주캐피탈은 중고차금융 시장에서 딜러 다이렉트 영업 부문 업계 1위가 될 수 있었다. 다만 여전히 중고차금융 전체 시장에서는 KB캐피탈이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박 대표는 “경영학 대가로 꼽히는 마이클 포터의 ‘전략이란 무엇인가(What is strategy)’에서는 남들이 쫓아올 수 없는 전략을 취하는 게 최고의 전략이라고 말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저는 중고차 사업을 하면서 계속 이 이야기를 생각했다”며 “‘제휴점 영업 모델’로 사업을 키운 경쟁사들은 이해관계 때문에 ‘딜러 다이렉트 영업’으로 넘어올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오지 못하는 이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시장점유율이 올라갈 것이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략을 10년 동안 흔들림 없이 이어온 결과 업계 1위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JB우리캐피탈은 2023년 8월 중고차금융시장에서 KB캐피탈을 누르고 업계 1위에 올라선 후 반년 넘게 왕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전략을 성공시킨 그는 중고차금융 시장에서의 당찬 포부도 밝혔다. 박 대표는 “일단 ‘딜러 다이렉트 영업’ 시장을 장악한 다음에 ‘제휴점 영업’ 시장도 뒤집어 버리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계좌별 손익 관리
박춘원 대표는 아주캐피탈 근무 당시 신용대출 상품을 효자 상품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리스크가 높은 신용대출 상품을 이처럼 주력사업으로 만들 수 있었던 건 ‘계좌별 손익 관리 체계’ 덕분이었다.‘계좌별 손익 관리 체계’는 모든 계좌에 손익 정보를 달아 정보를 운영하는 것이다. 비용 배분이 쉽지 않아 대부분의 회사는 세부적으로 운영하지 않지만 박 대표는 각 계좌마다 정보를 달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했다. 구축에만 2년이 걸렸다.
그는 “A라는 대출 계좌에 매월 이자이익, 이자비용, 대손비용, 판관비용 등이 얼마인지 정보를 달아두면 각 계좌별로 계속 정보가 쌓이게 된다”며 “이런 정보가 쌓이게 되면 제가 분석하고 싶은 단위로 묶어서 합계를 구할 수 있어 다양한 분석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상품, 시점, 신용등급, 영업사원, 지점 등 오만가지 구분을 통해 다양한 분석이 가능해진다”며 “이를 통해 손익 관리 체계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굉장히 많이 고도화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이 체계를 활용하고 있다. 박 대표는 “작년 6월부터는 ‘계좌별 손익 관리 체계’를 갖고 많은 분석들을 하고 있고 더 좋은 부분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의 회사는 단순히 연체 성향만 분석하는데 연체율이 나쁘다고 무조건 수익성도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편협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며 “우리는 다양한 분석을 통해 부분별로 전략을 취할 수 있어 일반 기업들의 분석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양한 경험’ 쌓은 전략기획 전문가
박춘원 대표가 실적 관리, 경영 전략 등 다방면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건 그의 다채로운 경력 덕분이다.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시카고대학교에서 MBA 수료 후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아주저축은행, 아주캐피탈 등을 거치며 2금융권 전문성도 쌓았다.이에 JB우리캐피탈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박 대표 선임 당시 “다양한 경험과 관련 분야의 전문지식, 의사결정 능력으로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는 전문 경영인이다”고 평하기도 했다.
‘다양한 경험’을 인정받는 그는 “제 경력은 따지고 보면 전략기획분야에서 시작해 지금도 전략기획 전문가로서 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스스로의 강점으로 ‘전략 기획’을 꼽았다.
박 대표는 “1990년 공인회계사로서 삼일회계법인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 본의 아니게 당시 회계법인에서 흔치 않았던 컨설팅사업 본부에 배치돼 컨설팅 업무를 하게 됐다”며 “회계감사업무와 함께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고 자연스럽게 MBA 유학시절 재무와 전략을 전공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에서 본격적인 전략컨설팅 업무를 맡다 아주그룹에 오면서 캐피탈 업권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박 대표는 “그간의 경력은 캐피탈업을 경영하기에 아주 좋은 경력들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을 비중 있게 취급하는 캐피탈사에 필요한 역량을 축적하는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회계 법인에서 축적된 재무 분석 역량은 기업금융 사업을 수행하는데 자양분이 되었을 뿐 아니라 CEO로서 실적을 관리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됐다”며 이런 경력이 계좌별 손익 관리 체계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컨설턴트로서의 경험도 도움이 된다며 강조했다. 그는 “JB우리캐피탈이 중고차금융사업에서 업계 1위로 도약한 것은 딜러 다이렉트 영업이라는 전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한 결과”라며 “컨설팅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분석 역량은 리테일상품의 리스크와 손익분석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부연했다.
업권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
박춘원 대표는 캐피탈사들이 제2금융권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그는 “캐피탈 업계는 은행이 하지 않은 영역을 많이 커버하고 있으며 과거에 존재감이 없던 인수금융 시장에서도 중요한 플레이어로서 참가하며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캐피탈업권 전반적으로 불거진 위기 상황도 잘 극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이를 설명했다.
박 대표는 “2014년 경 신용평가사들은 캐피탈사들이 곧 망할 것처럼 평가 의견을 낸 적이 있는데 완전히 잘못된 의견이었다”며 “당시 그 평가를 주도적으로 썼던 담당자들은 쫓겨났으며 아시다시피 캐피탈업계는 잘 성장했다”고 했다.
이어 “수신 기능이 없다는 한계점이 있어 신용경색이 발생하면 위기가 오기도 하지만 현재는 이겨낼 수 있는 체력과 역량을 보유하게 됐고 금융당국도 적시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어 시스템적 리스크는 많이 해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향후 캐피탈업권은 최근의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대표는 “오토금융, 특히 신차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신용대출 사업비중은 증가하고 기업금융의 비중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업금융에서는 최근 부동산PF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었으므로 부동산금융 비중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며 인수금융이나 유가증권투자사업의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러한 추세 역시 제2금융권으로서 역할을 강화하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JB금융지주 캐피탈의 장점
박춘원 대표는 ‘JB금융지주’의 캐피탈이라는 것이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지방은행계 금융지주이다보니 시중은행계 지주와 비교시 캐피탈사의 상대적 중요도가 높은편”이라며 “그룹 내에서 광주은행에 이어 전북은행과 이익규모가 두 번째로 높은 편이라 지주의 관심,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지주도 캐피탈 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은행에서 캐피탈로 인사이동이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임원 인사 측면에서 어느 금융 지주보다도 합리적인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며 “단적인 예가 타 금융지주계 캐피탈사와 비교 시 은행출신 임원이 거의 없다는 점이며 따라서 외부에서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해 회사 발전을 우선하는 임원인사를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회사와 개인이 추구하는 방향의 공통성을 꼽으며 앞으로의 목표를 밝혔다. 박 대표는 “그룹의 비전은 ‘젊고 강한 강소금융그룹’이고 제가 이전 회사부터 항상 추구하는 모토는 ‘행복한 회사, 강한 회사’로 상당히 겹친다”며 “재임 기간 중 업계 최대의 회사를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업계 최고의 회사를 만들고 싶은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또한 직원들이 행복하고 이를 기반으로 회사가 강해지는 모범사례를 만들자는 것이 경영자로서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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