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는 새로운 소형 전기SUV EV3를 오는 6월 출시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초쯤 준중형 전기세단 EV4도 내놓는다. 작년 11월 중국에서 출시한 준중형 전기SUV EV5도 2025년 한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송호성 기아 사장은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광명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EV3와 EV4를 연간 15만대로 생산할 것"이라며 "전동화 대중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아의 남다른 의지를 확인하는 발언이긴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급성장하던 전기차 시장이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4%에 이르는 성장률이 올해 24%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GM·포드·폭스바겐 등 완성차 기업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예정된 전기차 출시와 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충전 인프라 부족에 더해 높은 전기차 가격과 품질 불안에 구매를 꺼리고 있다.
반면 형님격인 현대차는 기아보다 전기차 시장에 한 발 늦게 진입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현대차는 대형 전기SUV 아이오닉7을 올해 7월쯤 출시할 예정이다.
작년 6월 나온 동급 형제차인 기아 EV9보다 1년이나 뒤에 나오는 것이다. 비록 EV9이 너무 높게 책정된 판매 가격 때문에 첫해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 말이다.
국내 경차 전기차 시장도 기아가 다시 열었다. 1세대 전기차로 꼽히는 레이EV가 단종된 지 5년 만인 지난해 레이EV를 내놓은 것이다.
신형 레이EV는 여러모로 실험적 모델이다. 현대차그룹 최초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했다. 배터리 용량이 35.2Kwh로 불과해 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가 205km다. 에너지효율이 떨어지는 겨울엔 100km 중반대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는 400km 수준 표준형 전기차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충전소를 찾기 쉬운 저가 도심형 차량 수요를 노리고 설계된 전략 모델임을 알 수 있다. 이 모델에서도 현대차는 한 발 늦다. 현대차는 첫 경형 전기차 캐스퍼EV를 오는 7월경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작년 10월 중고 전기차 시장에도 먼저 진입했다. 중고차는 전기차의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꼽힌다. 소유자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감가상각이 심해 '제 값을 못 받는다'고 한다.
중고차 구매자에게는 배터리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못 믿겠다'는 인식이 있다. 지난해 중고차 시장의 전기차 점유율이 0.9%에 불과한 배경이다. 결국 전기차 배터리 성능과 가격을 평가할 기준이 필요하다는 게 관건이다. 기아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작은 중고 전기차에 진출하려는 이유에 대해 "당사가 시장 기준을 세우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기아는 중고 전기차에 자체적인 품질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평가는 전기차 성능을 결정하는 배터리에 집중됐다. 배터리 컨트롤·충전·분배·전력변환 등 4가지 시스템을 정밀진단하고, 여기에 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가 신차 대비 얼마나 나오는지 평가해 등급을 메기는 식으로 이뤄진다. 신차와 비교해 중고차가 어느정도 성능을 발휘하는가에 따라 가격을 메기겠다는 것이다.
차세대 사업인 전기 PBV(목적기반모빌리티)는 내년 진출할 예정이다. PBV는 차량호출, 물류, 유틸리티 등 사용 목적에 따라 모듈을 교체해 운영할 수 있는 상용차의 일종이다. 정해진 모델을 일방적으로 판매하는 기존 상용차와 달리, 개발 단계부터 제조·판매·운용까지 고객과 밀착한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아는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CES 2024에서 PBV 콘셉트 모델 5종을 공개했다. 회사는 내년 오토랜드 화성에 연간 15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가진 PBV 전기차 전용 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기아는 2030년 글로벌 판매 목표 430만대 가운데 37%인 160만대를 순수전기차로 채운다는 방침이다. 유럽, 미국 등 전기차 전환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고 있는 국가를 중심으로 먼저 판매 비중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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