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율 문제 극복했더니 전기차 수요 둔화 직면
미국 합작 2공장 계획도 연기
"내실 다지며 기회 기다린다"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SK온이 작년 4분기 목표로 한 흑자전환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올해 전망도 불확실하다.
SK온 전기차 배터리.
올해 들어 SK온 기업분석 리포트를 낸 국내 증권사들은 작년 4분기 회사가 영업손실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적자 규모 전망치는 NH투자증권이 126억원으로 가장 적고, 유진투자증권은 1875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초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작년 11월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K온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측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해외 신공장 생산성 향상과 IRA의 AMPC(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수혜 증가로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에 따른 악영향이 예상보다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SK온의 작년 4분기 배터리 평균 판매가격은 1kWh당 108달러로, 전년동기(164달러)보다 52% 가량 줄은 것으로 추정된다. 수율 안정화로 인한 운용비용 감소와 AMPC(2200억~2600억원) 등 회사가 기대한 긍정적인 효과가 이어지고 있지만, 산업 전반의 분위기가 침체된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이다.
지난 9일 LG에너지솔루션도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3382억원이라고 잠정 발표했다. AMPC(2501억원)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881억원으로 이를 반영한 영업이익률은 1.1%에 불과하다.
최재원닫기최재원기사 모아보기 SK온 수석부회장도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CES2024 현장에서 4분기 흑자전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노력하고 있지만 자동차 시장 자체가 썩 좋지 않다"고 답했다.
SK온은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 2017년 이후 7년째 적자를 내고 있다. 사업 초기 2022년경 첫 분기 흑자전환을 자신했으나 그해 영업손실이 9912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엔 미국·헝가리 신공장 가동에 따라 수익성 반등을 기대했지만, 해외 신공장 수율 개선 작업이 더디게 진행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수율 문제는 작년 2분기 이후 안정화됐다. 작년 3분기 영업손실은 AMPC 혜택(2099억원)을 포함한 861억원으로 사업 개시 이래 가장 낮은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는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감안해 SK온의 미국 배터리 합작 파트너 포드는 작년 10월 대규모 전기차 투자 계획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양사의 배터리 합작사 블루오벌SK의 캔터키 2공장도 오는 2026년 건설 이후 가동 시기를 조율하기로 했다.
SK온은 당장 수익성 실현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파우치형 배터리에서 각형·원통형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추가해 시장과 고객 상황에 맞춰간다는 전략이다. 최 수석 부회장은 "전기차가 많이 팔려야 배터리도 팔린다"며 "볼륨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기회를 삼고자 한다"고 했다.
(주)한국금융신문은 뉴스레터 구독(이메일 전송) 서비스와 당사 주관 또는 제휴·후원 행사 및 교육에 대한 안내를 위해 이메일주소를 수집합니다.
구독 서비스 신청자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단, 거부 시 뉴스레터를 이메일로 수신할 수 없습니다.
뉴스레터 수신동의 해제는 뉴스레터 하단의 ‘수신거부’를 통해 해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