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설립 이후 김종현닫기김종현기사 모아보기 전 사장, 권영수닫기권영수기사 모아보기 전 부회장, 현 김동명닫기김동명기사 모아보기 사장 등 3명의 CEO(최고경영자)를 맞이 했지만 이 부사장은 자리를 지켰다.
이창실 부사장은 1964년생으로 경희대 산업공학과를 나와 1988년 LG전자 전자레인지팀으로 입사했다. 재무 외길을 걸어온 일반적 CFO와는 달리 생산·기획·재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 이력에다 해외사업 경험까지 두루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LG전자 시절 M&A(인수합병)을 주도적으로 실행하는 사업개발담당을 맡기도 했다.
전기차 수요 감소 등 투자 속도 조절이 중요해진 시점에서 재무 업무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분리독립 이후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매년 내놓고 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25조7441억원, 영업이익 1조8250억원으로 벌써 작년 실적을 넘겼다. 올해 2조원 중반대 영업익 실현이 유력하다.
그럼에도 이 부사장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영업이익은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보조금 혜택 덕을 크게 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3분기 거둔 영업이익 7312억원 가운데 30%(2155억원)가 미국 보조금에서 나왔다.
이 부사장도 이를 경계하고 있다. 외부 요소에 의한 성장이 아니라 사업 본연의 수익성 창출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 부사장은 사업 본연의 수익성 창출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열린 실적발표 설명회에서 "IRA에는 변동 리스크가 있다"며 "본질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체적 수익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들어 LG에너지솔루션 완성차 고객사인 미국 GM 등이 IRA 보조금을 놓고 자기몫을 더 달라며 미국 현지 정계에 요구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 파업과 합의 여파로 공장 운영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또 내년 10월에 있을 미국 대선에서 전기차 정책에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 부사장이 지난 10월 25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설명회에서 이례적으로 미래 성장 전략을 발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즉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말고 자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미래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지속성장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른 전략은 ▲원통형 신규 폼팩터 46시리즈 미국 생산(2025년말) ▲프리미엄 전기차향 고에너지밀도(750Wh/L) 하이니켈 NCMA 배터리 확보(2027년) ▲중저가 전기차향 미드니켈 NCM, 전기차용 LFP(2026년), 망간리치 활용 LMFP 신제품(2027년) 등이다.
포트폴리오 확장에 따른 신·증설 투자금 확보가 이 부사장에게 주어진 몫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까지 생산시설 확대에 7조6454억원을 쏟아부었다.
내년에도 매년 10조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까진 비교적 수월했다. 작년초 IPO(기업공개)를 통해 10조원을 확보했고 올초엔 급격한 금리인상에 대비해 1조원 회사채를 현시점에서 보면 4%라는 낮은 금리로 선제적으로 발행했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분기말 기준 4조8750억원 수준이다.
회사가 확보한 자금과 현금창출력을 보면 다른 경쟁사보다 여유 있는 상황은 맞지만 최근 전기차 둔화, 자금시장 경색, 대외불확실성 증대 등과 맞물려 추가 자금조달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대대적 세대교체 인사 속에서도 CFO를 유임한 이유도 자금 문제 만큼은 안정적 경영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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