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월부터 이어진 일곱 차례 동결이다. 지속되는 경기 부진 속 가계부채 급증세와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미국의 추가 긴축 여부도 살펴봐야 하는 만큼 일단 금리를 묶고 다시 ‘관망’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졌지만 기조적인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계부채 증가 추이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리면서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고 나섰다. 같은해 11월, 지난해 1·4·5·7·8·10·11월과 올해 1월까지 0.25%포인트씩 여덟 차례, 0.50%포인트 두 차례 등 모두 3.00%포인트 금리를 높였다.
금통위가 다시 금리를 동결한 것은 경기 부진 속에 가계부채가 급증세가 이어지는 등 금융 불균형은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이날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4%로 유지했지만, 내년 성장률은 2.2%에서 2.1%로 낮춰잡았다.
하지만 경기 부양 등을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가계대출은 올해 4월 이후 급증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 3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759조1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1조7000억원 늘었다. 2분기 연속 증가세로, 지난해 2분기(1757조1000억원) 이후 5개 분기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담대(1049조1000억원)가 3개월 새 17조3000억원이 급증하며 직전 분기(1031조8000억원)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영향이 크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달에만 주담대를 중심으로 전월 말 대비 6조8000억원 급증했다. 이달 들어서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689조5581억원으로, 10월 말(686조119억원)과 비교해 약 보름 만에 3조5462억원 불었다.
연준의 추가 긴축 여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미국 연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5.25~5.50%)으로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인 2.00%포인트까지 벌어지면서 원·달러 환율 급등과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에 따른 유가 불안 가능성으로 인플레이션 불씨가 아직 남아있는 점 역시 부담이다. 한은은 이날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2.4%에서 2.6%로 상향 조장했다.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경로가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와 성장의 하방위험,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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