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최악의 상황이 시작된 건 지난달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 대표와 핵심 경영진 2명을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면서다. 특사경은 이들이 SM엔터 인수 경쟁 상대였던 하이브 공개 매수를 방해했다고 봤다. 현재 배 대표는 구속된 상태다. 김범수 창업자와 홍은택 대표도 줄줄이 소환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모든 위기가 그런 것처럼 카카오의 이런 위기도 갑자기 불거진 것은 결코 아니다. 진작부터 카카오 공동체 내부에 위기감은 감돌고 있었다. 지난해 카카오는 경영진을 네 번이나 갈아치웠다.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에서 조수용 대표가 사임한 것을 시작으로 류영준닫기류영준기사 모아보기 카카오페이 전 대표는 스톡옵션 먹튀 논란(상장 후 스톡옵션으로 보유 중인 주식 대량 매도)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남궁훈닫기남궁훈기사 모아보기·홍은택 각자대표 체제를 이어가다가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남궁훈 전 대표가 사퇴했다. 사고가 터지면 경영진을 교체하는 식이다.
올해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계열사 곳곳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카카오브레인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얘기다. 이 가운데 남궁훈 전 대표는 상반기 스톡옵션으로 94억원 가까이를 보수로 챙겼다. 카카오 주가가 15만원 이하면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던 그의 발언에 더욱 논란이 됐다. 카카오 전 CFO는 법인카드로 무려 1억원 가까이 게임 아이템을 샀지만, 정직 3개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꾸준히 책임경영과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는 행보가 이어졌다. 카카오 노조는 이전부터 ‘책임지지 않는 리더십’을 문제로 지적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독립경영 기조가 오히려 시스템을 망가트렸고, 결과적으로 부실한 컨트롤타워 문제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김 창업자 방식이 오히려 경영진 도덕적 해이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김범수 센터장은 나름 특단의 결정을 내린 듯하다. 지난달 김 센터장은 홍은택 카카오 대표 등 주요 계열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공동체 경영 회의를 진행, 준법 경영 실태를 점검하는 강력한 외부 기구를 설립해 외부 통제를 받아들이겠다고 결정했다.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이하 위원회)’는 과도한 관계사 상장, 공정거래법 위반, 시장 독과점 등 외부에서 잇단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 조사 권한을 갖는다. 초대 위원장에는 김소영 전 대법관이 위촉됐다.
경영진 교체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 창업자는 “나부터 준법과 신뢰위원회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계열사들의 행동이나 사업에 대해선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김 창업자의 경영쇄신 의지가 실질적인 공동체 경영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현재 카카오 공동체 내 대표직에는 김 창업자와 초창기부터 함께한 인력들이 다수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내년 3~4월을 기점으로 전체 144개 계열사(지난 8월 기준) 중 절반 이상인 77명의 임기가 끝난다. 주요 계열사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게임즈 등이 속한다.
현재 카카오 공동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CA 협의체도 자유롭지 못하다. CA 협의체는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권대열 카카오 정책센터장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4인 총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카카오는 매주 월요일 공동체 경영 회의를 열고 구체적 실천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주은 기자 nbjesu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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