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해당되는 사업자나 개인은 원칙적으로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입장이나 현실적으로는 국가별로 그 이행 여부와 시기의 차이는 있다.
각국의 금융감독기관들은 FATF가 공표하는 기준에 따라 실정에 맞게 관련 입법 및 시행령을 제정하여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FATF의 기준에 따라 특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 이용 및 보관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을 제정 혹은 개정하여 지금과 같은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금세탁방지의 강도가 낮은 혹은 허술한 나라의 금융기관을 통해 불법 조성된 자금이 합법적인 자금으로 둔갑되어 전세계 어디로든 송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중학교 생물 시간에 배운 ‘리비히의 최소량의 법칙’을 떠 올려 보면 한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영양소가 있는데 이 중에 어느 한 영양소가 부족해 지면 다른 영양소가 아무리 충분하고 좋더라도 그 생명체는 건강을 잃던가 생명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지는 것처럼, 다른 국가 들이 아무리 강도 높게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을 잘 하더라도 그 중에 한 국가가 낮은 자금세탁방지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 그 나라의 금융기관을 통해 불법 자금조성이나 자금세탁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 자금이 전세계로 송금되어 테러자금이나 마약 자금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FATF는 자금세탁방지 국제 공조를 위해 필요한 표준과 원칙을 정하여 주기적으로 공표하여 각 국가들이 이 원칙 하에 유사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 및 평가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9년 1월부터 2020년에 걸쳐 FATF 주관 하에 상호 평가를 수검하였고 그 결과 미국,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중국 등 18개국과 동일한 ‘강화된 후속 점검 (Enhanced Follow Up)’ 등급의 판정을 받았다.
이는 최상위 등급인 ‘정규 후속 점검’(스페인, 이탈리아 등 8개국)에는 못 미치는 결과이며 최하위 등급인 ‘실무그룹 점검대상(ICRG)’(아이스란드, 터키, UAE 3개국) 보다는 나은 평가 결과이다. 평가결과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위험에 대한 이해와 법/제도적 장치를 잘 갖추어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고, 금융정보의 효과적인 이용 및 범죄수익금의 환수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테러 및 테러자금조달 위험이 낮아 긍정적으로 보았으나, 변호사, 회계사 등 비금융전문직종사자에 대한 자금세탁 위험이 존재하거나 새로이 부상하고 있음에도 아직 의무 부여가 되어 있지 않고, 금융회사 등에 대한 감독 및 자금세탁 범죄에 대한 수사 및 기소가 미흡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DNFBPs 중 카지노에 대한 금융정보분석원의 감독이 강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카지노 사업자들의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제도 및 시스템에 대한 정비 및 재구축이 가시화 되고 있다.
다만 그 외 DNFBPs 개인이나 사업자들의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관심이나 준비는 의무 부여를 위한 법 개정이나 제도적 준비가 되지 않은 관계로 아직도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특히 변호사의 경우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특금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 될 경우 변호사법 및 변호사 윤리장전에 규정된 변호사의 ‘고객 비밀유지의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 있고 더 나아가 위헌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변호사 비밀유지 1) ‘대상’’의 명확화 2) ‘비밀’ 개념의 명확화 3) 의심거래보고 시 ‘의심’의 개념화 4) 의심거래보고 시의 변호사 보호에 대한 보완 및 이해 당사자들 간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의뢰인의 비닉특권 인정에 대한 범위와 정도 및 사회적 합의를 통한 법제화 또한 선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회계사, 세무사도 유사한 이유로 의무 부여가 미루어지고 있다. 미국 역시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해 변호사들에게 아직까지 자금세탁방지의무 부여가 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사건으로 유명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경우에서 보듯이 예술품의 가치는 상당히 주관적이며 따라서 불법 증여나 자금세탁의 도구로 이용되어 왔고 또 이용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미술품상, 골동품상, 보석상들에 대한 법적의무가 부여되지 않고 있는 것은 시급히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가상자산, 디지털화폐, NFT 등 새로운 재화의 탄생과 그를 통한 자금세탁방지 제도의 끊임없는 진화 등 이제까지 정황 상 FATF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결국 ‘재화의 거래가 일어나거나 그 정보가 다루어지는 모든 곳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여한다.’가 아닐까? 우리 모두가 자금세탁방지 및 그 제도와 시스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이다.
[박만성 옥타솔루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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