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이창실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애리조나 공장 투자계획을 연간 생산량 27GWh에서 36GWh로 확대하겠다"며 "생산제품은 원통형 '2170'에서 신규 플랫폼 '46시리즈'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6월 LG에너지솔루션은 이 신공장 프로젝트를 한 차례 보류한 적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투자비 증가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다가 9개월 뒤인 올해 3월 프로젝트 재개를 선언했다. 투자 규모는 7조2000억원으로 ESS 투자비를 제외해도 4조2000억원 규모다. 당초 1조7000억원을 투자하려고 한 것에 2.5배 가량 증액했다. 연 생산량도 11GWh에서 27GWh로 확대했다.
이번 추가 투자 확대로 생산량은 최초보다 3배 이상 늘어난 36GWh다. 북미 원통형 시장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인다. 특히 이런 과감한 투자가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 요청에 의한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이 '46시리즈'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당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4680 배터리가 기존 2170(지름 21mm, 높이 70mm) 보다 에너지 밀도는 5배, 출력은 6배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양 끝에 튀어나온 부분이 없어(탭리스) 효율도 높였다고 언급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46시리즈에 대해 "2170 대비 에너지빌도가 5배 이상이고, 탭리스 셀 구조를 적용했다"이라며 "2030년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를 고객사로 첫 유치한 것은 2019년이었다. 이전까지는 일본 파나소닉이 독점으로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했다. 당시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며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CATL을 현지 배터리 공급사로 선택했다.
이후 LG에너지솔루션 위상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 순위는 2018년말 4위(점유율 10.2%)에서 2021년말 2위(19.7%)로 두 단계 뛰어올랐다.
이번에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 미국 공장에도 배터리를 납품한다면 파나소닉이 장악하고 있는 현지 원통형 시장에 다시 한 번 균열을 내는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새 원통형 배터리를 통해 테슬라 등 신생 전기차 업체 뿐만이 아니라 전통적 완성차 업체도 새롭게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오창공장에 5800억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46시리즈 파일럿 라인을 연내 가동한다.
미국 애리조나 공장이 새 원통형 배터리를 위한 첫 대규모 생산거점이라면, 오창공장은 제품 기술력 강화와 신규 거점 진출을 위한 R&D 거점이다. 회사가 새 원통형 배터리 이름을 테슬라만 콕 집어 4680이 아니라 46시리즈라고 부르는 것도 배터리 높이를 테슬라와 다르게 만드는 전기차를 겨냥한 것이다.
이창실 부사장은 "46시리즈를 포함한 원통형 제품은 해외 거점으로 진출할 것"이라며 "현재 다수 전기차 고객사들이 46시리즈 제품에 대해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다. 상황이 좋지 않다. 이로 인해 지난 6월 주당 60만원대를 돌파했던 이 회사 주가는 지난 3일 기준 39만1500원으로 40만원선이 무너졌다. 다만 새 투자계획은 중장기적 안목으로 전기차 시장에 대한 믿음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원통형 투자는 2025년 이후 업계를 선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단행했다"이라며 "전기차 전환이라는 큰 흐름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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