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고 그동안 피봇(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기다렸던 조달 수요가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지속될 경우 내년 회사채 만기를 감안해 4분기에 발행을 늘릴 유인 등이 커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AAA'급인 SK텔레콤은 지난 11일 2000억원 규모 무보증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에서 1조1400억원 매수 주문을 받아 '흥행'했다. 그럼에도 역시 일부 만기물에서 발행금리가 민평 대비 높은 오버 금리를 형성했다. 3년물, 5년물, 7년물, 10년물 금리가 각각 동일 만기 민평 대비 +7bp, +5bp, -14bp, -50bp로 책정됐다.
10월 들어 우량 회사채 발행에서도 오버 금리가 나오는 것은 회사채 시장 약세로 평가할 수 있다.
은행채의 경우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한도를 폐지하고,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규제비율 정상화 시점도 연기한 규제 정비가 영향을 줬다.
높아진 회사채 발행금리로 인해 기업들은 은행 대출로 발길을 돌려 은행채 발행 증가 수급 부담으로 작용했다.
10월 들어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8%를 찍는 등 고공행진하면서 국내 국고채 금리도 동반 상승하고 회사채 발행 부담을 높였다. 신용 스프레드 즉, '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국고채 3년물 금리'가 확대됐다.
당장 차환 부담은 없다고 하나 만기 리스크도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023년 10월 14일 기준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은 12조1907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내년(2024년) 상반기로 보면, 만기 도래 회사채는 48조6653억원 규모에 달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크레딧 채권시장은 금리 급등으로 캐리 매력은 높아졌으나, 국고채도 금리 레벨이 높아져 캐리 매력이 좋아진 상태"라며 "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로 크레딧 수요가 위축되면서 크레딧 약세 기조를 탈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기명 연구원은 "은행채 약세 발행은 은행채 물량 부담이라기보다 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에 따른 전반적인 크레딧 수요 위축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며 "초우량물 강세 전환 시기는 11월 중순 이후로 예상하며, 12월 강세 기조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관들의 북클로징(회계연도 장부마감)이 좀 더 서둘러 질 수 있다는 판단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전반적인 채권 시장 방향성 변화가 충분히 확인되고 나면 연초 효과를 겨냥한 선제적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준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조 유지가 전제된다면, 국내 회사채 시장 수급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은 금리 하락을 기다리며 미루었거나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수요(니즈)가 커질 것"이라며 "현재 높은 조달금리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고조된다면 내년 상반기에 돌아오는 채권 만기를 위해 올해 4분기에 채권 발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제시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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