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신년사에서 “글로벌(Global‧해외) 사업 확장은 신사업 발굴 노력 핵심”이라며 영토 확장 의지를 강조한 만큼 세계 금융시장에 우뚝 서겠단 각오다. 최근 개최한 채용설명회에서도 가장 큰 고민으로 ‘글로벌’을 꼽았다.
정 대표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기존 법인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현지 금융사와의 ‘맞손’ 등으로 신설 법인을 세우는 전략을 펴는 중이다.
실적은 양호하다. 올해 상반기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전자공시시스템 ‘다트’(DART)에 공시된 내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투자증권 해외 법인 순이익은 총 357억5495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거둔 6260만원 대비 570.2% 불었다.
아시아에서 ‘종합 증권사’ 입지 강화
정일문 대표는 아시아 각국 현지에서 ‘종합 증권사’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서의 호실적이 돋보인다. 브로커리지(Brokerage‧위탁매매)‧기업금융(IB‧Investment Bank)‧파생상품 운용 등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 중이다. 올 상반기에 거둬들인 순이익은 약 1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6% 증가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 베트남 출장길에 올라 현지법인 ‘KIS베트남’ 역량 강화에 힘을 보태기도 했었다.
현재 ▲베트남 물류 회사 ‘ASG’(대표 두옹둑띤) ▲베트남 보건부 산하 조직 ‘인구 가족 계획국’ ▲베트남 최대 자산운용사 ‘드래건 캐피털 자산운용’(대표 비트 슈치) ▲베트남 무역 대학교(Foreign Trade University) ▲베트남 호찌민 경제대학교(University of Economics HCMC) 등과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의 경우 베트남에서 외국계 증권사 최초로 지정 참가회사(AP·Authorized Participant) 및 유동성 공급자(LP·Liquidity Provider) 업무 자격을 취득해 현지 시장을 선점했다.
베트남은 최근 성장세가 가파르다.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는 올해 경제성장률 4.9%를 전망했다. 올해 4월 인구 1억을 돌파했으며, 인구 70%가 35세 이하 청년층에 해당해 정보통신 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에 강점을 보이는 국내 증권사들로부터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는 호찌민을 국제 금융중심지로 도약시키기 위해 각종 지원을 아낌없이 하고 있다”며 “최근 베트남의 팜 민 찐(Pham Minh Chinh) 총리가 미국 순방길에 오르는 등 미국과 중국 사이 외교 역량도 나타내고 있어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베트남에서의 국내 증권사들 호실적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정일문 대표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전반에 걸쳐 영토를 확장하려 한다.
최근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회장 등과 동남아 해외 출장에 함께 했다. 아시아 금융 허브(Hub‧중심)로 꼽히는 싱가포르와 한국과 올해 수교 50주년을 맞이한 인도네시아 방문을 함께한 것이다.
싱가포르에선 ‘인베스트 K-파이낸스:싱가포르 IR 2023’(Invest K-Finance: Singapore IR 2023)을 개최했다. 인도네시아에선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Indonesia Stock Exchange)와 협력 선언식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사업 협력 기회를 모색했다.
홍콩 법인도 그룹사 호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으로 142억원을 거뒀다.
최근엔 200억엔(1833억원) 사무라이 채권 발행에 성공하면서 업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일본 현지 투자를 위해 일본 채권시장에서 외국 기업과 정부가 발행하는 ‘엔화 표시 채권’을 발행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사무라이 채권 발행으로 달러 이외 외화 채권을 발행한 ‘유일’ 증권사라는 타이틀(Tittle‧지위)을 얻었다”며 “동시에 일본 시장에서 우수한 수익성과 안정성, 경쟁력을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미국 인수 금융 시장 진출 본격화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의 비즈니스(Business‧사업) 확대는 물론 미국 종합금융회사 ‘스티펄 파이낸셜’(Stifel Financial Corp.‧회장 론 크루셰스키)과의 합작을 통한 미국 인수 금융 시장 진출 등 선진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습니다.”
김남구닫기김남구기사 모아보기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3월 제2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정일문 대표는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해외 사업 방향대로 미국 인수 금융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욕을 중심으로 글로벌(Global‧세계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지난 2001년부터 미국 뉴욕 현지법인을 운영했는데, 2021년 1월 뉴욕법인 KIS US를 새로 설립했다. 미국에서 기업금융(IB‧Investment Bank)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법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KIS US는 부동산 투자 관리 회사 ‘락우드캐피털’(Rockwood Capital)의 665뉴욕 애비뉴 빌딩(655 New York Avenue) 지분 인수에서 인수 금융을 도맡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엔 프랑스 사모펀드 ‘PAI파트너스’(PAI Partners)와 손잡고 오렌지주스 브랜드 트로피카나(Tropicana) 인수 금융에 공동 대표 주관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총 44억달러(5조9708억원) 규모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거래를 이끈 것이다.
이 법인은 올해 상반기에만 9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중인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은 KIS US를 인수‧합병(M&A‧Mergers And Acquisitions), 대체투자 등 딜 소싱(Deal sourcing‧투자 발굴 능력)부터 실사까지 전담하는 핵심 거점으로 키울 방침이다.
지난해 9월엔 창립 133년째인 미국의 스티펄 파이낸셜과 손잡으며 업계 주목을 이끌었다.
인수 금융 및 사모 대출(PD‧Private Debt)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사(JV‧Joint Venture)를 함께 설립한 것이다. 스티펄은 증권사·은행·자산운용사 등 여러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산규모가 50조원에 달하는 종합금융회사다.
스티펄과의 합작사 이름은 ‘SF 크레디트 파트너스’(SF Credit Partners‧대표 한정희)다. 미국 현지에서 인수 금융과 사모 대출 사업에 주력하고자 설립했다. 이사회 승인과 출자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과 스티펄은 사업 부문 간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양사의 금융역량과 전문성을 공유하고 있다. 신규 사업 발굴과 협업 기회 모색은 물론 인력‧상품 교류를 확대해 ▲주식 중개 ▲IB 자문 ▲자산관리 등 다양한 방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데 함께 한다.
SF 크레디트 파트너스는 법적 제약으로 글로벌 대형 은행 참여가 제한된 중견기업 대상 시장 대출을 중심으로 거래를 이끌고 상품개발 역량을 키우는 역할을 맡는다.
최근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업을 위한 라이선스(License‧자격)를 확보하면서 현지 영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미국을 넘어 아시아 시장 공동 거래 발굴에도 힘쓸 계획이다.
오는 2028년까지 자본금 약 2억달러(2628억원) 규모로 몸집을 키우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7년까지 1억5000만달러(2035억5000만원)를 투자하려 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국내를 넘어 해외 현지법인 및 사무소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며 “아시아 최고 금융회사를 넘어 전 세계 기업 대출 시장에서 역량을 입증하고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등 장기적 성장 기반을 다지는 중”이라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한국투자증권은 세계 금융중심지에서 IB 역량과 네트워크(Network‧관계망)를 빠르게 확대할 것”이라 덧붙였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