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 중에서도 이른 정기임원인사를 내던 신세계는 올해 한 달가량 더 빠른 9월에 단행했다. 급변하는 유통환경 속 위기의식을 느낀 데 따른 결단이다. 그간 정용진닫기정용진기사 모아보기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닫기정유경기사 모아보기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인사를 결정한 것과 달리 이번엔 이명희 회장의 의견이 크게 반영됐는데, 이 회장은 이마트와 백화점 대표를 동시에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이 회장은 다시 신세계 내부 인사로 눈을 돌렸다. 그가 선택한 한채양 대표는 2001년 신세계그룹 과장으로 입사해 신세계에서만 22년 몸담은 인물로, 그룹 내에서는 ‘재무·기획통’으로 통한다.
1965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한 대표는 신세계와 이마트, 조선호텔앤리조트 등을 두루 거쳤다.
특히 그는 위기의 조선호텔앤리조트를 살린 구원투수로도 평가된다. 만년 적자였던 호텔을 흑자전환 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마도 이런 성과가 이번 인사에 크게 반영됐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선호텔앤리조트 매출은 2021년 3107억원, 2022년 4799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021년 –493억원, 2022년엔 222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올해 2분기는 매출액 1385억원, 영업이익 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9%, 507% 늘었다. 이와 함께 재무건전성 개선과 차입의존도 비율을 줄이는 데도 성공했다.
이제부터 한 대표가 손을 대야 할 이마트 유통 3사의 성적표는 다소 아쉽다.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7조 27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7%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530억원으로 전년 동기간(영업손실 123억원) 보다 적자가 확대됐다.
편의점 이마트24는 2분기 매출액 57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7.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감소했다. 그나마 선방한 이마트에브리데이는 매출액 35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8% 늘어난 65억원을 기록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성공적인 실적개선을 이뤄낸 만큼 한 대표에게 거는 기대는 더 커지고 있다. 다만 급변하는 유통환경 속에서 실적이 부진한 이마트가 우선과제가 된다면 이마트24와 이마트에브리데이의 외형성장은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는 “조직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쇄신, 강화하고, 새로운 성과창출 및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과감한 혁신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신세계그룹은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Cluster)를 신설하고, 산하에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 SSG.com, 지마켓을 편제시켜 이들의 시너지와 실행력, 새로운 성과창출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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