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제판분리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생보업계 제판분리가 확산되고 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과 AIA생명에 이어 보험사 3~4곳이 제판분리를 검토하고 있다.
GA가 판매 시장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 전속 설계사보다는 GA설계사가 영업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1조원 GA 도약 목표
GA 피플라이프 인수로 1위 굳히기에 나선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1000억 추가 투자 유치를 진행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1조원 가치 초우량 GA로 키우고 상장까지 진행하겠다고 밝혔다.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 5일 여의도 63빌딩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투자유치계약 체결식’을 진행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이번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가 8000억원으로 책정됐으며 추가 1000억원 유치로 9000억원으로 기업가치가 올랐다. 출범 당시 자본금이 6500억원이었다는 점에서는 40% 이상 성장한 셈이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이미 피플라이프 인수부터 성장이 가속화됐다. 통상적으로 GA는 규모의 경제 법칙이 강하게 적용된다. 설계사 수가 많을 수록 매출이 오르는 구조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설립 초반 전속설계사 이탈로 몸살을 앓았다.
초반에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GA 특성과 달리 전속설계사처럼 한화생명 상품을 절반 이상 판매하도록 해 설계사들이 다른 GA로 이탈이 잦았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M&A로 위기를 타개했다. 당시 3700여명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던 피플라이프를 인수하면서 설계사 수가 2만5000명까지 높아졌다.
한화생명 상품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서 주로 판매하고 타 생보사 상품은 피플라이프에서 판매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운영했다. 피플라이프가 강점을 가지던 법인 영업 부문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상품도 판매하게되면서 보험 뿐 아니라 투자 상품까지 설계사가 판매하겠다고 밝히면서 ‘판매전문회사’ 까지 추진하겠다는 모습도 엿보인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투자유치계약 체결식’에서 ▲판매채널 활용도 확대 ▲보유고객에 대해 경쟁력 있는 양사 상품 및 서비스 상호 우선 제공 ▲신상품 및 서비스 공동 개발을 통한 대 고객서비스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GA업계 최대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판매채널에 한국투자증권이 보유한 경쟁력 있는 투자상품을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여승주닫기여승주기사 모아보기 한화생명 부회장은 “보험업계 대표, 증권업계 대표 격인 두 금융 대기업의 만남이다. ‘보험-증권’이라는 벽을 넘어 고객 중심의 토탈금융서비스를 펼치는 파트너를 만났고, 당사의 FP에게는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통한 고객만족을, 한국투자금융지주에는 한화생명이라는 광범위한 판매채널을 함께 제공할 것이다”라며 “이번 전략적 협업과 투자유치를 통해 금융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화·삼성생명 중심 GA M&A…지각변동 초읽기
피플라이프 인수 이후 숨고르기를 하던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GA M&A 타진을 밝히며 공격적 행보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삼성생명도 이에 맞서 GA M&A를 진행하고 있다.이경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는 “시장의 여건에 따라 추가적인 M&A 후보를 다각도로 물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한화생명은 상반기 실적발표에서 M&A를 예고했다.
한화생명은 상반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CSM 1조2000억원을 달성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미션을 가지고 있다”라며 “업계 최고 상반기 수준 월 1000명 이상 설계사 등록과 일반 보장성 시장 M/S 1등 두가지다”라고 말했다.
상반기에도 월 평균 1000명 설계사 채용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1000명 이상을 한번에 채용하려면 사실상 중형 GA를 인수하는 방향밖에 없다.
삼성생명도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GA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전속 채널과 자회사 GA를 포함해 3만명의 조직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은 양질의 CSM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며 “급변하는 영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우량 GA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한국보험금융 내 CS라이프 일부 지사 조직 영입를 타진하고 있다. 내부에도 GA 인수 추진을 위한 T/F를 운영하고 있다. 한화생명과 인수의향이 있는 GA가 겹친 적도 있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지주계열사에서도 자회사GA를 보유하면서 하나금융지주도 비은행 계열 강화 전략으로 GA 지분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GA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이미 자회사GA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곳이 많아 내년에 3~4곳 정도가 추가로 더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하나금융지주도 판매 채널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GA에 지분을 투자해 상품 판매 매출을 높이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플러스도 중형GA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리더스금융이 안정적으로 정착했다고 판단해 규모를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높아지는 판매전문회사 목소리
이미 판매채널에서 GA가 매출, 소속 설계사수까지 전속을 앞서가면서 시장 주도권은 GA로 기울었다. 2012~2022년 간 전속설계사 수는 연평균 -3.7% 감소했으나 GA 소속 설계사는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계약 비중도 2022년에는 GA가 이미 53.6%로 절반을 넘은 상황이다. GA업계에서는 일찍부터 판매전문회사로 보험대리점을 재정의하고 보험업법과는 다른 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GA업계 관계자는 “이미 GA가 양적성장을 이뤘고 법안 자체가 현재 보험대리점을 포괄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라며 “보험대리점을 판매전문회사로 관점을 바꾸고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미 GA가 판매전문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개인 투자조언을 포함한 금융서비스 제공 담당자로 독립재무설계사(IFA) 지위가 향상됐다.
일본에서는 1996년 보험업법 개정으로 승합대리점 제도가 도입됐으며 2021년 11월부터는 단일라이센스로 은행·증권·보험 등 전 금융서비스를 중개하는 중개업자가 등장했다.
김동겸 연구위원은 ‘GA시장 구조 변화와 전망’에서 보험시장에서 제판분리 현상이 확산됨에 따라, 과거 제판일체·일사전속주의 영업환경에서 제정된 보험모집규제 및 감독정책 재설계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자회사형GA가 확대되면서 한화생명처럼 자본력을 가진 자회사형GA가 M&A 등을 추진하면 시장이 자회사형GA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다”라며 “이미 GA가 원수사 판매조직을 넘어선 상황에서는 판매전문회사로 권한과 책임을 많이 부여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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