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삼성전자는 설비투자에 25조2593억원을 할애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4.7% 규모를 키웠다. 특히 반도체 비중은 92%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글로벌 IT 수요와 업황 회복을 예상하고 프리미엄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투자·판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자회사 배당금·차입 확대, 지분 매각 등 다방면으로 설비투자 자금 마련에 적극 나섰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 배당금 수익은 21조8458억원으로 전년 동기 1378억원 대비 158배 증가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별도기준 현금성 자산은 3조791억원으로 전년 말과 비교해 27.3% 줄었다. 적극적 투자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1조9900억원을 끌어왔다. 지난 2월 양사는 2025년 8월을 만기로 20조원 규모 차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고려하면 규모를 10% 확대한 셈이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다.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 올해 투자액은 1220억 달러(약 164조원)로 전년 대비 16% 급감했다. 이들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줄어든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4년만으로 반도체 공급과잉과 최대 칩 소비 시장인 중국의 경기 둔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2042년까지 300조원 투입을 결정한 장기 프로젝트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는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 공장은 생산제품을 정하지 않았지만 단일 단지 기준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된다.
삼성전자는 연내 완공 예정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이 내년 하반기부터 4나노 공정 기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제품 양산을 시작한다. 최근 미국 AI 솔루션 혁신기업 ‘그로크(Groq)’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하며 고객사도 확보했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가 4나노 공정 수율을 75%까지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잔자 DNA에는 ‘위기는 기회’가 각인돼 있다. 지난 2019년만 해도 영업이익이 27조7685억원으로 전년 대비 52.8%나 감소했지만, 이듬해 설비투자로 40조2718억원 쏟아부으며 규모를 전년 대비 40.7% 확대한 결과 2021년 영업익이 51조6339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스마트폰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가 글로벌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로 자리 잡은 것도 유명한 위기 극복 일화 중 하나다.
첫 스마트폰 ‘옴니아’가 조기 단종의 길을 걸었으나 새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S’로 판도를 바꿨다. 이를 위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보유한 구글과 협력하고 성능·기술력 향상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다각적인 AS 지원 등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회장은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연구개발(R&D)과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 성장 전략으로 쉘 퍼스트 전략을 공개하기도 했다. 쉘 퍼스트 전략은 반도체 위탁생산 필수 공간인 생산공장 ‘클린룸’을 수조원을 투입해 먼저 완성하는 등 고객사 주문 시 즉각 생산할 수 있는 선제적 투자 방식을 의미한다.
김형일 기자 ktripod4@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