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KB부코핀은행이 인수 후 5년 만에 첫 가시적 성과를 냈다. 지난해까지 줄곧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그간 집중해 온 정상화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2025년을 목표로 연간 흑자 전환 달성 추진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28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KB부코핀은행의 당기순이익은 8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744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이는 지난해 선제적으로 적립했던 대손충당금의 기저 효과와 부실여신을 대량 매각하면서 발생한 매각 이익에 따른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결과다.
국민은행의 인수 후 부코핀은행이 반기 기준 흑자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은행은 2018년 7월 KB부코핀은행의 지분 22%를 취득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후 2020년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67%까지 끌어올리며 최대 주주가 됐다. 2021년 11월 3차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부코핀은행 인수는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KB금융 회장이 지난 2014년 11월 취임 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글로벌 사업 확장 전략의 일환이다. KB금융은 국민은행을 앞세워 동남아 시장에서 인수합병(M&A)을 실시하면서 해외 네트워크를 크게 늘렸다.
부코핀은행은 2018년 지분 인수 때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분류됐다. 당시 순손실은 88억원이었다. 국민은행의 부코핀은행 경영권 확보는 부실 위기에 처한 부코핀은행의 정상화를 위한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과 인도네시아 정부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하에 이뤄질 수 있었다.
국민은행은 현지 소형 은행을 사들여 해외시장에 진입하는 국내 은행의 기존 해외 사업 전략과는 달리 중대형 은행인 부코핀은행을 인수해 광범위한 영업망을 기반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부실여신 비중이 높은 부코핀을 저렴한 가격에 인수한 뒤 정상 은행으로 전환한다는 전략으로 접근해 자산건전성 회복과 국민은행의 핵심역량 이전 등 경영 정상화 작업을 추진했다.
실제 부코핀은행은 국민은행 인수 이듬해인 2019년 적자 폭이 56억원으로 줄어들면서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확산 영향으로 부실여신이 늘면서 적자와 건전성 악화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순손실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부코핀은행의 순손실은 2020년 434억원에서 2021년 2725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8021억원으로 급증했다. 올 1분기에도 33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에 일각에선 부실은행을 인수해 정상화시키는 전략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2021년부터 올 5월까지 총 1조1025억원의 자금을 부코핀은행에 추가 투입했다. 작년 말에는 57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기도 했다. 전체 부실채권(NPL) 규모를 상회하는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해 부실 흡수 여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작년 5월에는 부코핀은행장으로 이우열 전략총괄(CSO) 부사장을 임명했다. 정보기술(IT) 전문가인 이 행장을 부코핀은행 새 수장으로 앉힌 것은 디지털화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려는 윤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비대면 거래 증가에 따른 운영 효율화와 비용 절감 차원에서 현지 점포 30여곳을 정리하고 디지털 전환 명목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KB금융은 장기적으로 부코핀은행을 인도네시아 10위권 리테일은행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다. 현재 부코핀은행은 인도네시아 내 115개 상업은행 중 자산 규모 기준 19위다.
윤 회장은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이 부실은행임을 인지하고 인수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부담이 커졌다”면서 “정상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사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며 시간은 3~5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경영 정상화 노력을 통해 오는 2025년 부코핀은행의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6년부터는 그룹의 자기자본이익률(ROE)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의 2030년까지 경영정상화 로드맵인 ‘미래성장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우선 올해까지 단기적으로 우량 자산 집중 확대를 통해 성장 기반을 재건하기로 했다. 유동화구조와 상매각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잔여 부실자산을 상당 부분 정리하면서 우량은행 전환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IT 중추 사업인 차세대은행시스템(NGBS)을 도입해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는 안정적인 우량 자산 성장과 동시에 리테일, SME 선별적 확장에 나선다. 2026년부터는 비즈니스 전 부분에서 안정적 성장을 통해 ‘유니버설 은행’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에 대한 추가 유상증자는 단행하지 않기로 했다. 조남훈 국민은행 글로벌사업그룹 전무는 최근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부코핀은행은 지난번 증자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투자는 없을 것”이라며 “IT 투자 등을 통해 사업을 고도화하면서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고 작년 말과 올해 초에 진행된 유상증자가 마지막으로 내부적인 개혁을 통해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의 정상화 작업이 성공해 글로벌 수익을 확대할 경우 KB금융그룹의 리딩금융그룹 입지는 더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은 지난해 부코핀은행에 대한 대규모 충당금 적립 여파로 신한금융에 3년 만에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신한은행은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법인 실적을 내고 있다. 올 상반기 신한은행 해외법인의 전체 순이익은 2600억2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9% 늘었다. 신한베트남은행이 1년 전보다 46.1% 늘어난 1260억1400만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국민은행 해외법인 순이익은 1139억9800만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166.8% 급증했지만 신한은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그쳤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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