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KB금융지주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뒤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후임자가 적응하고 그룹이 순항하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직접 용퇴 배경을 설명하고 경영 공백 우려를 불식시키는 등 주주와 시장 동요 잠재우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 6일 국민연금(지분율 9.7%)·블랙록·피델리티 등 KB금융 주요 주주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친필 서한(친필 서명 포함)을 이메일 형태로 보냈다.
윤 회장은 주주서한에서 “KB금융그룹은 매우 훌륭한 CEO 승계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고 뛰어난 자질과 능력을 갖춘 후보군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온 만큼 이사회가 현명한 판단으로 그룹의 지속 성장을 이끌어갈 탁월한 후보를 선임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주서한은 윤 회장의 용퇴와 후임 회장 선임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회장은 6일 “연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언론과 대중에 처음 알렸다. 윤 회장의 용퇴 의사가 전해진 후 다음날인 7일 KB금융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54% 하락한 5만1200원에 장을 마쳤다. 8일 오후 2시 15분 현재는 1.56% 오른 5만2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윤 회장은 서한 서두에 “KB금융그룹과 본인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결정에 대해 주주님께 직접 설명하는 것이 마땅하기에 이 서한을 드린다”며 퇴진 의사를 밝혔다.
그는 9년 전 회장 취임 당시를 회상하며 “벅찬 도전과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혼돈의 시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었다”고 되짚었다.
그러면서 “모든 구성원들의 공통된 비전과 의지, 더 나은 KB금융그룹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합심해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주주님들의 끊임없는 성원과 신뢰는 격려의 차원을 뛰어넘어 그룹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던 근원적인 힘이었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지난주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회추위에 전달했다. 윤 회장은 회추위원들에게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KB금융그룹의 바톤을 넘길 때가 됐다”며 “KB금융그룹이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분이 후임 회장에 선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20일 만료된다. 윤 회장은 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당시 회장과 행장이 갈등을 벌인 ‘KB 사태’가 불거진 직후인 지난 2014년 11월 취임했다. 회장과 은행장을 3년간 겸직하며 내분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고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실적 개선으로 KB금융이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탁월한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2017년과 2020년 11월 각각 연임과 재연임에 성공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경영승계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5월 9일 확정된 상반기 기준 회장 롱리스트(1차 후보군)에는 내·외부 후보 각 10명씩 총 20명이 포함됐다.
회추위는 이날 윤 회장을 제외한 1차 숏리스트(최종 후보군) 6명을 추린다. 오는 29일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 및 심사를 거쳐 2차 숏리스트를 3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이후 다음달 8일 3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2차 인터뷰를 통한 심층 평가를 실시하고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한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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