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2011년 8월 신용등급 강등 사례와 비교할 때 변화된 여건을 고려한 탓이다.
핵심 키워드로 재정적자가 꼽히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했다.
피치는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 채무부담 증가, 거버넌스 악화 등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2일(한국시각) 국내 증권가는 기본적으로 이번 피치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의 여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 발표 주 원인은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정치 불확실성 때문으로, 이는 지난 5월 24일 강등 예고 이후 이를 실행한 조치"라며 "미국 국채 반응은 미미하나, 미니S&P 선물 가격 하락 중"이라고 제시했다.
허 연구원은 "2011년 S&P의 신용등급 강등만큼 영향력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미 S&P가 AA+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1년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폭락 사태가 발생했지만 2개월 이후 미국 증시는 반등한 바 있어서, 신용등급 조정 여파가 장기적으로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지목했다.
박 연구원은 "신용 리스크 측면에서도 2011년은 미국 경기와 금융시장이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혹은 위기를 막 벗어난 시점이었고, 미국 연준도 위기극복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던 시기"라며 "그러나 현 시점은 미국 연준의 고강도 금리인상 사이클에도 불구하고 신용리스크가 진정되는 분위기로, 2011년과 현 시점은 대비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2011년 당시 글로벌 증시 충격 배경에 유럽의 신용위기도 한몫을 했다고 짚기도 했다. 현재는 글로벌 경제가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게 리스크이기는 하지만, 글로벌 부채 트리거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럼에도 단기적 충격파는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강한 랠리를 이어왔고 미국 10년 국채금리가 4%를 넘나들면서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다소 높아지고 있는 시기에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 이벤트가 발생했다는 점은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미국 국채금리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단기적으로 시장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고, 달러, 유로, 엔화 가치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확대될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핵심은 단기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여부, 중기적으로 국가부채의 정치 쟁점화"라고 짚었다.
문 연구원은 "2011년 당시와 다른 점은 미국 세수가 당시와 달리 지금 감소중이고, 2011년에는 모든 국가 성장률이 하락중이었으나 지금은 성장률이 미국 만큼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며 "2011년 금융시장 반응은 전형적인 안전자산 선호, 달러와 채권강세, 위험자산 약세였던 반면 오늘 새벽 반응은 불명확하며, 달러 상승, 주가하락 했지만, 그정도로 봐서는 안전선호가 컸다고 보기 어렵고, 미국채 금리는 상승했다"고 제시했다.
문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미국 신용등급 하향 이벤트의 원인과 결과를 따져봤을때 단기적으로 금리 상승 재료, 중기적으로는 금리 하락 재료"라며 "등급 강등 자체는 달러 강세 재료이지만, 달러가치에 대해서는 통화별 차별화가 단기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달리 볼 필요가 있다"며 "연말까지 하락할 것(원화 강세)으로, 연준의 긴축이 막바지이고 한국 수출이 최악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도 "2011년과 지금의 시장 반응은 다를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연준이 ‘제로금리 + 비전통 통화정책’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였던 반면, 지금은 금리인상 마무리 국면인 만큼 통화정책으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물론 인플레이션 탓에 당장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파월도 현 수준의 (+)실질금리가 유지될 경우 기계적으로 금리는 인하할 수 있고, 여기에 양적긴축 지속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더불어 S&P가 2011년 이후 AA+를 이미 유지중이란 점에서 2011년만큼의 안전자산 선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핵심은 재정적자라고 봤다.
김 연구원은 "미국 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이 6월 기준으로 이미 -8.5%인 상황에서 재원 조달을 위해 국채 발행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물론 만기별 증가분은 동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물 증가분이 더 많다면 추가 스팁을 야기할 수 있어, 커브 스팁 전망을 유지한다"고 제시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용등급 강등 과정은 2011년과 유사하지만, 다만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또 다시 글로벌 증시 조정 트리거로 작용할 지 판단하는 데는 제반 금융 환경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국가별 선행지수 반등, 한국 수출 개선 가능성, 국가채무/GDP 상승 속도조절 선진국 재정정책 등을 고려한다면 당시와 같은 충격 재현 가능성은 적어도 매크로 측면에서는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증시의 경우에도 지금과의 차이점이 있다고 봤다. 이 연구원은 "2011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시장의 충격이 컸던 이유는 국가 재정에 대한 공포감을 키운 첫 사례이며, 유럽 재정 위기로 이어지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는 점, 경기 및 기업 실적의 하강기에 발생했다는 점으로 의미 있는 주가 조정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위의 조건 중 일부가 충족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의 경우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미국의 상대적 경기 우위 두 가지로 움직이고 있다며, 미국 부채한도 관련 우려는 이미 해소된 재료로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해당 동력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고 이 연구원은 짚기도 했다.
금리 관련해서 이 연구원은 "신용등급 강등에도 미국채의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는 유지되며 금리 상승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피치의 예상보다 재정적자 확대폭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자금조달 비용 증가는 오히려 연준의 긴축 기조를 중단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제시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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