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플랫폼 기반 공동 사업 추진’이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의 업무협약 자리였다. 온·오프라인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두 기업의 평범한 업무협약 행사였지만 분위기가 심상치만은 않았다는 후문이다. 새벽배송 시장에서 두 회사 희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곰표 맥주’와 같은 차별화한 상품 개발과 획기적 마케팅으로 CU를 국내 편의점 1위로 끌어올린 이건준 대표지만 새벽배송 시장에서는 김슬아 대표에게 일격을 당한 셈이다. 자회사 헬로네이처 탓이긴 해도 썩 유쾌하지는 않았을 거 같다.
유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 대표와 혁신의 아이콘 김 대표는 강원지역 고교 선후배 사이라는 특별한 인연도 있다.
반면 김 대표는 울산에서 태어났지만 고교는 강원도 횡성에 있는 민족사관고를 졸업했다. 민사고는 국내 1세대 자율형사립고로 처음부터 글로벌을 겨냥해 개교한 학교다. 민사고 등장 이후 강원도 전통 명문 춘천고 위상이 많이 약해졌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모교를 제치고 부상한 민사고 출신 여성 경영인, 그로 인해 핵심 서비스를 접어야 했던 상황 등으로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을 거 같다.
그러자 김 대표가 “컬리는 업무협약을 자주 하지 않는데다 흐지부지 끝내는 경우는 없다”고 단호하게 맞받았다고 한다. BGF리테일이 컬리를 선택해 이뤄진 업무협약이 아니라 컬리가 다양한 잠재 파트너 가운데 BGF리테일을 선택했다는 뉘앙스가 강했다.
실제 컬리는 컬리만의 고유한 색깔을 고집하는 때문에 다른 기업에 대한 업무협약 제안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편이라고 한다. 단순히 ‘보여주기식’이 아닌 ‘컬리 스타일’과 맞고, 실행 가능성이 높은 기업과의 업무협약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컬리 관계자는 “형식적이거나 관계 쌓는 정도의 MOU(업무협약)가 아니라 실제로 사업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되고, 실행 계획이 있을 때만 진행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업무협약도 특별한 일부만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 3번의 업무협약을 진행했는데 최근 BGF리테일에 앞서 3월 CJ제일제당, 4월 로레알코리아 등이 전부다.
김 대표는 매번 업무협약식이 있을 때 마다 직접 행사에 참석한다. 컬리 관계자는 “컬리 대표로서 중요한 일은 공을 들이고 직접 챙기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컬리와 BGF리테일 업무협약 핵심은 공동 상품 개발과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시너지 창출이다. 두 회사는 각 채널을 대표하는 인기 상품 개발 노하우를 융합해 공동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컬리는 채널 내 주류 라인업을 강화해 온라인 주문과 오프라인 픽업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O4O 모델 개발에도 힘 쓴다는 계획이다.
컬리는 지난 3월 CJ제일제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CJ제일제당 상품 기획 시점부터 컬리 상품기획자(MD)가 참여해 올해 ‘컬리 온리’ 상품 출시한다는 내용이다.
그 결과물로 컬리는 이달 초 CJ제일제당과 공동으로 개발한 첫 번째 상품 ‘햇반-골든퀸쌀밥’을 출시했다.
지난 4월에는 36개 글로벌 뷰티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로레알과 맞손을 잡았다. 뷰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액션이었다. 컬리와 로레알은 다양한 공동 마케팅과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뷰티컬리에서 랑콤, 키엘 등 로레알 제품을 구매하면 컬리 적립금은 물론 로레알 멤버십 포인트도 동시에 쌓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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