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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유독 많은 ‘좀비 CB’ 없앤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불공정거래 차단”

기사입력 : 2023-07-20 20:34

(최종수정 2023-09-2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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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조달 수단으로서 기능하도록 제도 개선”

“전환사채 발행‧유통 공시 강화해 투명성 제고”

“CB 과도하게 누적되는 ‘좀비 CB’ 개선할 것”

“금융위-금감원-거래소, 함께 불공정거래 대응”

김소영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 부위원장이 2023년 7월 20일 오전 개최된 ‘전환사채 시장 공정성‧투명성 제고 세미나(Seminar‧연수회)’에서 축사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정책 방향을 밝히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이미지 확대보기
김소영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 부위원장이 2023년 7월 20일 오전 개최된 ‘전환사채 시장 공정성‧투명성 제고 세미나(Seminar‧연수회)’에서 축사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정책 방향을 밝히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전환사채(CB‧Convertible Bond)를 악용한 불공정거래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동시에 CB가 자금 조달 수단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습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부위원장이 20일 한국거래소(KRX‧이사장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 컨퍼런스 홀에서 개최된 ‘전환사채 시장 공정성‧투명성 제고 세미나(Seminar‧연수회)’에서 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CB 시장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나아갈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핵심은 ‘불공정거래 엄정 대응’, 그리고 ‘충분한 자금 조달 여건 조성’이다. 문제는 막되 CB 없이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만들겠단 의지를 드러냈다고 보면 된다.

제도를 악용해 쉽게 매물로 시장에 나와 개인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던, 이른바 한국에 유독 많은 ‘좀비 CB’를 없애는 방안도 포함했다.

인기 끄는 CB… 문제는 ‘불공정거래 악용’

김소영 부위원장은 우선 CB의 긍정적 성격을 언급했다.

CB란 회사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뜻한다. 채권과 주식 성격을 동시에 동시에 가지고 있다. 비교적 안전한 자산인 채권 성격에 수익성 높은 주식 성격이 더해졌다고 보면 된다. 기업에는 더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고 투자자에게는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해 인기를 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콜옵션(Call option)‧리픽싱(Refixing) 등 다양한 조건(Sweetner)을 활용하면서 중소‧벤처기업들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상반기, CB의 코스닥(KOSDAQ) 시장 소속 기업 비중은 76.5%로 작년 63.0% 대비 16.5% 올랐다. CB의 유가증권시장(KOSPI) 소속 기업 비중이 19.6%라는 점을 비춰볼 때 3배 넘는 수준이다.

콜옵션은 미리 정한 가액으로 CB 등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 즉 ‘매수 선택권’을 의미한다. 리픽싱은 주가 변동 시 전환가액(CB→주식 간 전환비율)을 조정하는 행위라는 뜻을 담고 있다. 코스닥은 유망한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한 장외 주식거래 시장이다.

주식 연계 채권의 소속 시장별 비중./자료=인포맥스‧한국거래소(KRX‧이사장 손병두)‧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선임연구위원이미지 확대보기
주식 연계 채권의 소속 시장별 비중./자료=인포맥스‧한국거래소(KRX‧이사장 손병두)‧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선임연구위원

CB가 문제인 이유는 불공정거래 수단이 되고 있단 점이다.

김 부위원장은 “일부에선 CB 특수성을 악용해 편법으로 지분을 확대하고 부당이득을 얻는 등 CB가 불공정거래 수단이 되고 있다”며 “그동안 최대 주주의 콜옵션 행사 한도 제한 등 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이 상당한 효과를 거뒀음에도 CB 시장에서 불공정거래는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부실기업이 각종 호재를 발표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린 뒤 CB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Bond with Warrant)를 대거 발행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경우, 기존 주주의 보유지분이 희석돼 개인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로 최근 서울남부 지방검찰청 금융조사 2부(부장검사 채희만)는 구속 재판받는 중인 사업가 ‘강종현’ 씨와 원영식 전 초록뱀그룹 회장에게 자본시장법 위반과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하면서 CB와 콜옵션을 언급한 바 있다.

검찰은 이들에게 “회사 재산을 사금고처럼 이용해 발행한 CB와 콜옵션을 사익 추구 목적으로 악용했다”며 “크게 불어난 주식 물량과 부진한 실적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바람에 피해는 소액주주에게 되돌아갔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CB 시장 문제에 관해 김소영 부위원장은 세 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우선 첫 번째 문제점은 ‘투명성 부족’이다. 대부분 사모로 발행돼 시장에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가령, CB 발행 시 콜옵션 행사자를 대부분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로만 공시한다. 향후 실제 콜옵션 행사자가 지정돼도 공시의무가 없다.

김 부위원장은 “전환권‧콜옵션 등 기업 지배구조와 지분가치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정보가 지금보다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번째는 일반투자자 지분 희석과 시장 충격 우려다. CB의 과도한 발행에 따른 문제다. 소위 ‘좀비 CB’를 없애야 한다.

기존엔 기업이 발행한 CB를 만기 전 재취득하는 경우, 재매각에 제한이 없다 보니 쉽게 시장에서 다시 유통되는 문제가 있었다. CB가 좀비처럼 죽지 않고 과도하게 누적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실제 사례에 대한 엄중 제재’다. 콜옵션‧리픽싱 등 다양한 부가 조건이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조건들이 무자본 기업 인수‧합병(M&A‧Mergers and Acquisitions)이나 시세조종 등의 행위와 결합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을 없앨 필요가 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정부는 CB를 악용한 불공정거래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도 CB가 자금 조달 수단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금융위,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 등 관계 기관 조사 역량을 집중해 CB를 불공정거래에 악용하는 실제 사례에 대해선 엄중하게 제재할 것”이라 목소리 높였다.

김 부위원장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우리나라 CB 시장만이 가진 비정상적 문제를 언급하면서 당국의 시장 정상화 노력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European Union)과 달리 우리나라는 콜옵션‧리픽싱과 같은 부가 조건에 크게 의존한다”며 “과도하게 위험을 회피하려는 투자자 성향과 어떤 방법으로든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 수요가 결합해 다소 비정상적 모습으로 성장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이에 대응해 기업들이 CB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한 노력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피력했다.

“한국의 리픽싱 활용, 미국‧일본 대비 상당해”

이날 발제를 맡은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선임연구위원은 ‘전환사채 시장의 공정성 제고’를 주제로, 우리나라와 해외 CB 시장을 비교‧분석하고, 검토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 개선방안을 열거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CB 등 주식 연계 채권 시장의 경우, 코스닥 시장 소속 기업 비중이 높고, 대부분 사모 방식으로 발행되고 있다”며 “2021년 12월 콜옵션‧리픽싱 관련 규제 시행 이후 해당 조건의 활용 비중은 감소하고 있으나, 아직도 상당한 수준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이전까지는 건수 기준 공모 비중이 25% 이상이었다. 하지만 2013년부터 공모 비중이 점차 줄고 있다.

지난해 사모에 대해 전환가격 상향 제도를 도입하면서 공모발행이 일시 증가했지만, 올해 상반기 발행된 주식관련사채를 보면 214건 중 5건을 제외하고 모두 사모로 발행됐다.

주식 연계 채권의 공‧사모 비중 추이./자료제공=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선임연구위원이미지 확대보기
주식 연계 채권의 공‧사모 비중 추이./자료제공=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선임연구위원

해외 상황은 어떨까?

미국 콜옵션 대부분은 발행회사가 회사 부채비율 관리를 위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리픽싱 규제는 없으나 시장 관행상 리픽싱 조건을 부가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주식 분할이나 병합 등 제한된 경우만 리픽싱이 이뤄지고 있다. 전환비율 재조정을 위해선 주주총회 의결이 요구된다.

미국의 CB 시장 규모는 2019년부터 크게 쪼그라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로 CB 발행 유인이 줄었기 때문이다.

일본도 발행회사 외 최대 주주 등에게 콜옵션을 부여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CB에 리픽싱 조건을 부여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지만, CB 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낮아 CB 시장 자체가 침체다.

지난 2006년 이후 연간 10건 미만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일본의 CB 발행은 2건으로, 55억엔(502억3645만원)에 불과하다.

미국과 일본의 전환사채(CB‧Convertible Bond) 발행 추이./자료제공=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선임연구위원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일본의 전환사채(CB‧Convertible Bond) 발행 추이./자료제공=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선임연구위원

김필규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의 경우, 리픽싱이 되는 나라는 일본 하나”라며 “전환가격을 변경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총 2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리픽싱은 기울어진 운동장 특성을 보인다”며 “기존 주주 주주권을 희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인 문제는 CB ‘공시 체계 불안정’에 있다고 봤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들에게 적시에 제공돼서 투자 판단에 적용할 수 있는 효용성이 낮은 상황인데 사모는 어떻게 공시할지 딜레마(Dilemma‧궁경)”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필규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CB 시장 문제점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다양한 제도 개선 과제를 제안했다.

콜옵션 행사자 지정 및 발행회사의 만기 전 CB 취득 시 공시의무 부과, 담보 약정 CB 발행 시 공시 강화 등 CB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직접적인 규제 방안으론 ▲만기 전 취득한 사모 CB 재매각 시 전환권 제한 ▲현물 대용 납입 시 복수의 외부 평가 의무화 ▲과도한 전환가액(CB→주식 간 전환비율) 하향 조정 제한 등을 꼽았다.

앞으로 방향성은 ‘불공정거래 조사 강화’와 ‘시장 발전 도모’ 두 가지 경로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Panel‧토론 참석자) 토론에선 우리나라 CB 시장 문제점과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CB가 기업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 중 하나로서 자리 잡은 만큼 적정 수준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논의가 이뤄졌다.

패널 토론자로는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비롯해 △현승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연대호 KB증권(대표 김성현닫기김성현기사 모아보기‧박정림)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대표 정구용) 정책 부회장 △진성훈 코스닥협회(대표 오흥식) 연구정책그룹장 △정상호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본부 상무 △김광일 금융위 공정시장 과장이 참여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CB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리픽싱과 제3자 지정 콜옵션이 핵심 문제”라며 “외국에선 잘 활용되지 않는 두 제도가 한국에 모두 남아 있는 건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한국 주식 저평가)도 연결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분리형 BW를 못 하게 하면서 3자 지정 콜옵션이 늘어난 만큼 불공정거래 악용 방지 차원에서 금융위의 CB 발행 실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환사채(CB‧Convertible Bond)의 콜옵션(Call option)과 리픽싱(Refixing) 부여 비중 추이./자료제공=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선임연구위원이미지 확대보기
전환사채(CB‧Convertible Bond)의 콜옵션(Call option)과 리픽싱(Refixing) 부여 비중 추이./자료제공=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선임연구위원

패널 토론에선 자금 조달이 경색되지 않는 선에서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CB 규제 핵심은 CB로 큰 이득을 취하려는 것과 최대 주주 지분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규제 필요성은 인지하지만, 자금 조달이 경색되는 역효과와 사적 자치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 고려해 볼 만한 사안”이라고 역효과에 대한 우려를 남겼다.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은 “코스닥 기업의 경우엔 적시에 간단히 자금을 조달해야 한는 점 역시 간과할 수밖에 없다”며 “리픽스 조항이 없으면 표면이자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어 자금 조달 기능 측면에서 코스닥에 과도한 규제가 이뤄지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 공동 주최, 금융위-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 후원으로 진행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날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CB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균형 잡힌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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