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권 IFRS17 시행…한은 "보장성상품 영업 쏠림으로 현금유동성 저하 우려" [금융안정보고서]

[한국금융신문 전하경 기자] 보험업권 신회계제도기준(IFRS17) 시행 이후 초기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보장성상품 영업 쏠림 현상으로 보험업계 현금유동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업계는 IFRS17 도입으로 전반적인 재무 상황이 개선됐으나 보험계약마진이 수익성 지표로 중요해지면서 보장성영업 쏠림 현상 격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그간 보험회사들이 IFRS17 도입에 대비하여 보험계약마진이 큰 보장성상품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이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저축성보험 대비 보험료 수입이 적은 보장성상품으로의 영업 쏠림으로 현금유동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보험업권의 유동성 사정 등을 꾸준히 점검해야한다"고 평가했다.

올해부터 신회계기준인 IFRS9, IFRS17이 적용되면서 보험업계 재무제표가 변화를 맞이한 상황이다. IFRS9은 자산분류 및 가치측정을 개별 보험회사 결정이 아닌 객관적인 기준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게 골자다. 특히 보험부채를 최선추정부채, 위험조정, 보험계약마진 3개 요소로 구분해 미래 현금유출 및 수익성에 대한 정보가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보장성상품은 보험계약마진이 높은 상품인 만큼 보험업계에서는 IFRS17 도입에 대비해 보장성상품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보장성상품 비중이 높은 손해보험사들은 보험계약마진이 생보사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은은 "보험회사별로 살펴보면 생명보험업권의 경우 보험계약마진 비중이 보장성보험 비중과 대체로 양의 관계를 보이며 2%~34% 수준을 나타냈다"라며 "손해보험업권의 경우 대부분의 계약이 보장성보험으로 구성되는 만큼 보험계약마진 비중도 장기형 보유 비중에 따라 14%~49%로 큰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한은은 보험회사들이 자산부채관리(ALM) 전략, 투자 포트폴리오 변화를 줘야하는 만큼 투자 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부채 구조조정을 통한 듀레이션 갭 축소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금리파생상품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금리파생상품은 현물채권 매입 등에 비해 적은 금액으로 듀레이션 확대 및 현금흐름 매칭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동안에는 위험회피회계 미적용, 파생거래 한도제한, 장기 선물시장 미발달 등으로 보험회사의 활용이 제약되어 왔으므로 투자 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회사들이 FVPL 금융자산 비중 확대에 따라 커질 수 있는 당기손익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보험회사 투자행태 변화가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신회계기준 도입 후 당기손익-공정가치(FVPL) 금융자산 비중이 수익증권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금융자산 가치변화가 당기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높아졌다. 보험회사는 그동안 수익증권을 주로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량적으로 분류해 오면서 수익증권의 이자(배당)수익만을 당기손익에 반영해왔다.

IFRS9에서는 수익증권 항목 중 배당이 발생하는 자산군이 당기손익-공정가치(FVPL) 금융자산 범주에 편입돼 대부분의 수익증권 평가손익이 당기손익에 반영된다.

한은은 "올해 1분기에 발생한 평가손익을 별도 공시한 보험회사를 살펴보면 금리하락 등에 힘입어 당기손익-공정가치(FVPL) 금융자산 가치가 증가하면서 당기순이익의 증가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수익증권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는 동시에 고수익보다는 안정적인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신회계기준 도입으로 시가평가대상 자산 비중이 확대되고 부채 시가 평가로 자본 상황이 개선됐다. 보험회사 자본은 69조6000억원 증가하면서 작년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손실 확대로 증대된 자본관리 부담이 일부 완화됐다.

IFRS17 도입으로 전반적인 이익이 상승했지만 손해보험, 생명보험업권별로는 차이가 있었다. 손해보험업계는 금융자산 평가손익과 보험계약 금융손익이 균형을 이룬 반면 생보사는 부채 감소에 따른 이이깅 금융자산 평가손실을 크게 상회했지만 개별 회사 별로 차이가 나타났다.

한은은 "손해보험업권의 경우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FVOCI) 금융자산 평가손익(-13조4000억원)과 보험계약 금융손익(13조9000억원)이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개별 회사별로도 45도 선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다"라며 "일부 생명보험사들은 금융여건 변화에 따른 자본변동성 관리 부담이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