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0일 있었던 전문가 간담회를 비롯해 3월 27일 정책 세미나(Seminar·연수회), 4월 6일 금융발전심의회 자본 분과 회의를 통해 논의된 내용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안이다.
금융위 측에 따르면, 이번 기업 M&A 지원방안은 ‘경기 회복’ 측면에서 마련됐다.
기업 M&A는 기업의 경영 효율화와 사업 재편의 중요 수단이다.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경기 회복에도 도움 된다.
특히 현재 기업 M&A 제도는 여러 법률에 규정돼 있어 획기적 규제 개선이 쉽지 않고,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자본시장 역할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산업구조·시장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부족하다는 점도 고쳐나가야 할 요소로 꼽힌다.
이에 금융위는 ▲기업 M&A 규제 개선 ▲M&A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 지원 강화 ▲산업 재편 수요에 대응한 전략적 M&A 지원 ▲M&A 제도의 글로벌(Global·전 세계) 정합성 제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M&A 규제 개선
금융위는 공개매수, 합병,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의 기업 신용공여 등 기업 경영권 시장의 불합리한 규제를 정비할 방침이다.
우선 공개매수 시 사전 자금 확보 부담을 완화한다. 신뢰성 있는 인수 금융기관 등의 대출 확약과 펀드 출자자(LP·Limited Partner)의 출자 이행 약정을 공개매수 자금 확보 증명 서류로 인정해 공개매수자의 자금조달 비용을 줄인다.
또한 분할 또는 분할합병 시 전환사채(CB·Convertible Bond)·신주인수권부사채(BW·Bond With Warrant) 등 전환 처리 절차를 간소화한다.
현재 CB나 BW의 경우, 중개 역할을 하는 전자 등록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사장 이순호닫기이순호기사 모아보기)이 투자자 정보를 받을 법적 근거가 없다. 회사가 증권사 등으로부터 투자자 정보를 직접 받아 증권의 전환 업무를 수작업으로 수행해온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CB·BW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예탁원이 증권사 등으로부터 투자자 정보를 직접 받아 증권 전환 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변경하기로 했다.
아울러 종합 금융 투자 사업자의 M&A 리파이낸싱(Refinancing·자금 재대출) 대출 여력도 확대한다.
현재 종투사에 대해선 기업 신용공여를 포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특히 기업금융 업무 관련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은 ‘추가 신용공여’ 한도로 자기자본 100%를 부여 중이다.
다만, 종투사의 M&A 최초 대출과 달리 리파이낸싱 대출은 ‘추가 신용공여’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아 적극적인 대출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위는 앞으로 종투사의 M&A 리파이낸싱 대출도 ‘추가 신용공여’ 적용 대상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M&A를 통한 ‘기업구조조정 지원’ 강화
금융위는 의무공개매수제도의 합리적 조정 등 M&A를 통한 기업구조조정 지원 강화 방안도 마련했다.
의무공개매수는 지난해 12월 도입 방안이 발표돼 추진 중인 제도다. 당국은 기업구조조정 등 신속하고 효율적인 M&A에 있어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고려해 합리적 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기업이 의무공개매수 대상이자 기업결합신고 대상이 되는 경우, 의무공개매수 시점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에 의무공개 매수를 진행하다가 향후 기업결합 승인이 나지 않을 때 공개매수로 취득한 주식에 대한 주식 처분명령 등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아울러 기업 구조조정 등 정책 목적상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의무공개매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살펴보기로 했다.
기업 구조 혁신 펀드도 조성한다.
올해 1조원을 추가 조성하는 한편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사장 권남주)가 모펀드를 운용하도록 한다. 시장에 M&A 관련 유동성을 제공하고, 캠코의 자체적인 기업 지원 프로그램과 펀드 투자를 연계해 투자 받는 기업의 정상화를 뒷받침하려는 계획이다.
산업 재편 수요에 대응한 ‘전략적 M&A’ 지원
금융위는 국내 유망 기업이 미래전략산업 분야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금융의 전략적 M&A 지원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먼저 국가 전략산업 분야의 해외 우수기업 M&A를 지원한다. 국내 기업의 기술경쟁력 확보와 공급망 리스크(Risk·위험) 완화, 해외시장 교두보 확보 등을 위해서다. 투·융자 프로그램 및 자문을 제공해 해외 기술기업 인수와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예정이다.
아울러 유망 벤처(Venture·신생 창업기업)·중소기업의 대형화 및 사업 확대를 위한 M&A도 지원하려 한다.
시장 형성이 부진한 소규모 M&A 활성화를 위한 ‘벤처·중소기업 인수금융 특별대출 프로그램’과 ‘중소기업 M&A 전용 펀드’를 각각 3000억원, 1000억원 규모로 신설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기업의 원활한 사업 재편과 재도약을 위해 경쟁력 약화 우려 기업의 기존 사업 매각, 신사업 인수를 위한 전용 금융상품 제공도 이뤄진다.
취약 기업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사모펀드(PEF·Private Equity Fund) 등과 함께 해당 기업 인수 뒤 재기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M&A 제도 글로벌 정합성 제고… ‘투자자 보호’
금융위는 합병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고 외부 평가 기관에 대한 행위 규율도 마련하기로 했다. 더불어 합병가액 산정 방식의 유연성도 높인다.
우선 합병 진행 과정과 이사회 검토 내용이 지금보다 더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주요 사항 보고서 및 증권 신고서 공시항목을 구체화한다.
또한 상장법인-비상장법인 간 합병 등에 적용되는 제삼자 회계법인 등의 외부 평가 의무와 관련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제삼자가 합병가액 적정성을 충실히 검토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행위 규율을 구축해 나간다.
비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 ‘제삼자 외부 평가 의무화’를 전제로 합병가액 선정 방법을 자율화할 방침이다.
현재의 법률은 경직적인 합병가액 선정 방식이다. 그로 인해 진정한 기업가치 반영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뿐 아니라 당사자 간 자유로운 교섭을 제한해 M&A를 위축시킨다는 점도 개선 요소였다.
특히 비계열사 간 합병은 대등한 당사자 간 거래라는 특성을 고려했다는 게 금융위 측 설명이다. 미국‧유럽연합(EU‧European Union)‧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합병가액 적정성에 대한 외부 평가, 공시 관행 하에 합병가액을 당사자들 간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허용하고 있는 점 등도 감안했다.
다만, 규제를 회피하고자 비계열사 간 합병으로 위장하는 경우는 막으려 한다. 1년 이상 비계열사 관계가 있는 합병의 경우에만 합병가액 선정 방법 자율화를 적용할 방침이다.
간이합병을 우회상장 심사 대상에 포함하는 조치도 추진한다. 우회상장 여부 판단 시 기업가치 평가액을 고려하는 등 우회상장과 관련해 일반투자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M&A 지원방안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하위 규정 개정으로 추진이 가능한 사항은 연내 마무리할 것”이라며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도 조속한 입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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