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금융투자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등에 힘을 싣기로 했다.
이날 세미나는 금융위가 지난 13일 금융산업 글로벌화 TF(태스크포스) 신호탄을 쏘고 후속 조치다.
이날 축사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영미계 금융회사가 수 백 년의 레거시(Legacy)를 쌓아온 전통적인 자본시장 분야, 즉 '그들의 홈그라운드'가 아니라, '새로운 운동장에서 새로운 경쟁자들'과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 부위원장은 "우리의 강점인 소프트 파워와 ICT 등 글로벌 선도 분야를 바탕으로 우리 금융투자업만이 가질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을 갖추고, 해외 시장과 그 투자자들의 특성에 맞는 진출전략을 결합하여 꾸준히 추진해 나간다면 승산이 있는 도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우리 금융투자업이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사업 기회와 수익을 창출하는 우리 경제의 또 다른 성장엔진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예금중심의 가계금융자산 구조, 글로벌 경쟁력 부족, 낡은 자본시장 인프라와 규제 등 한계 요인이 여전하다"며 "증권회사의 해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건전성 규제(NCR) 합리화 등 해외 진출 관련 규제 개선,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대응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목했다.
이 외에 ▲연금·자산관리 활성화를 통한 국민 노후준비 지원 ▲공모펀드 경쟁력 강화와 사모펀드 성장 지원 ▲대체거래소(ATS) 인가 등 K-자본시장의 질적 업그레이드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을 언급했다. 서 회장은 "10년 내 아시아 톱(Top) 3 IB(투자은행) 탄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해외 IB 발전전략 및 한국형 IB 과제' 주제 발표에 나섰다. 국내 IB는 글로벌 IB 대비 자기자본 규모, IB 업무 역량을 보여주는 업무영역별 세부지표 순위가 낮고, IB 본연의 역할인 모험자본 공급이 미흡하다고 짚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겸업주의가 주도하는 글로벌 트렌드를 감안하여, 외국환 업무, 법인 지급결제 등 국내 IB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고, 토큰 증권, ESG 산업 발전, 급속한 고령화 등 뉴 노멀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영역 확대와 국내 IB의 기업금융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건전성 규제(NCR) 합리화, 장기 투자 유도를 위한 성과보수체계 개편 등도 꼽았다.
이준서 동국대 교수는 '자산운용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방안'에 대한 주제 발표에서 우리나라 운용사 중 운용자산(AUM)이 가장 큰 운용사도 전 세계 100위권 수준이라고 짚었다. 세계 1위 블랙록 운용자산의 2.5%에 불과한 수치다.
이 교수는 "운용사 대형화 및 국제화, 일반사모펀드와 기관전용사모펀드간 통합 등 사모펀드 제도 개편, 투자신탁형에서 투자회사형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SG 펀드 기준 마련, 퇴직연금 활성화 등도 지목했다.
패널 토론에는 신인석 중앙대 교수를 좌장으로 증권사, 자산운용사 대표 등이 직접 참여했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사장은 "금융투자업 역할이 많이 있지만 리스크 테이킹 하면서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역할이 은행 제1금융권과 차별화 되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안정적 펀딩이 확보돼야 모험자본 공급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투업자 모험자본을 레포(Repo)할 수 있는 시장 형성 등이 모험자본 공급을 더 활발히 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제언하기도 했다. 장 사장은 "금투사가 좀 더 다변화된 수익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업권 간 칸막이를 탈피한 겸영 확대로 다른 금융업권이 할 수 있는 것을 허용해주시면 한다"고 제시했다.
박정림닫기박정림기사 모아보기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IB는 자본력의 싸움으로, 대형화가 필요하다"며 증권사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미국 대형IB 자본이 150조원 규모인데, 우리 초대형 IB가 5~9조원에 그친다"며 "그래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ELS(주가연계증권) 헷지, 브로커리지 집중이 사실"이라고 했다.
박 사장은 "IB 핵심이라는 IPO(기업공개), M&A(인수합병) 등으로 가려면 자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무 범위에서 자본을 늘릴 유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업 맞춤형 투자금융은 증권이 역량에서 앞서 있다고 짚었다. 박 사장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관련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바란다"며 "국가 레버리지를 써서 금투업계가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20년 전 해외진출한 미래에셋 사례를 들어 기본 전제는 충분한 자기자본과 지속적 투자에 대한 의지라고 했다.
이 사장은 국내 운용사 해외진출 성공 배경에 대해 "자본금의 규모"라며 "국내 운용사를 대형화 할 수 있는 제도적 유인책이 마련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최만연 블랙록자산운용 한국법인대표는 "국내시장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글로벌 금융회사가 국내에 많이 진출하여 금융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들을 유인하기 위한 규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 채준 서울대 교수는 "아웃바운드(Outbound)의 가장 큰 걸림돌은 언어 능력과 글로벌 지향성의 부족이고, 인바운드(Inbound)의 장애물은 각종 비정형적 규제와 낡은 경영관행"이라며 정부와 업계의 지속적 노력을 강조했다.
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본부장은 "거래소도 지속가능한 ESG 금융상품 확대, 글로벌 유수기업의 상장 유치 등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정부에서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업계 스스로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시너지를 발휘할 때 달성될 수 있는 과제"라며 "업계와 정부의 지속적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 금융투자업이 세계 무대의 주역이 되기 위해 다섯 차례 릴레이 세미나를 열어 과제를 논의하고 발전 비전을 제시하기로 했다.
2차 세미나는 글로벌 영역 확대 방안을, 3차 세미나는 뉴노멀 대응전략을 4월 중 계획하고 있다. 또 투자자 수익 및 편익 제고 방안을 주제로 오는 5월 4차 세미나가 예정돼 있다. 5차 세미나는 6월 초 예정으로 금융투자회사의 내부역량 강화를 다룬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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